국수와 인삼 한뿌리

국수와 인삼 한뿌리

[ 목양칼럼 ]

김영팔 목사
2024년 05월 16일(목) 09:25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문준경전도사순교기념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녀는 낙도선교의 어머니로 '새끼를 많이 깐 씨암탉'이란 죄명으로 순교했다. 훗날 그분으로 인해 한국교계의 지도자들이 영향을 받았음은 익히 알려져 있고, 신안군의 복음화율이 70%, 증도섬은 90% 이상이라고 한다.

필자에게는 지금 섬기는 교회가 첫 번째 담임목회지이다. 첫 담임목회지의 바람으로 안정된 재정과 성도가 출석하는 규모있는 교회를 마다할 목사가 어디 있겠는가? 필자도 그랬다.

첫 담임목회지로 두 교회가 추천됐다. 한 곳은 제법 규모 있는 교회였다. 그런데 우연한 계기에 교회 형편이 열악해 은퇴하실 목사님 후임을 구하지 못한다는 두 번째 교회의 소식을 들었다. 아내가 질문을 던졌다. "목사가 된 이유가 뭔가요? 영혼구원이 아닌지요?" 그 후자, 지금 필자가 섬기는 교회가 어린시절 복음을 영접했던 아내의 고향교회이다.

임지 선택을 기도하고 있을 때 아내의 고향교회 지인들에게서 서울로 전화가 걸려왔다. "그 교회에 오면 밥 먹기도 힘들텐데.. 더구나 도회지에서 온다는 데 생활하기 힘들거다." 그 당시 필자는 서울강남노회 수서교회 부교역자로 섬겼고, 그도 그럴 것이 고3과 중3 두 아들의 진학문제도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필자가 지금의 교회를 섬기게 된 이유가 분명이 있었다. 당시 장인어른은 아직 주님을 영접하지 않은 불신의 상태였다. 물론 필자의 가정은 4대째 신앙으로 4형제가 이미 목회의 길을 걷고 있었지만 목사가 강단에서 성도들을 향하여 "전도하십시오!"라고 하면서, 목회자의 양심상 거리낌이 항상 남아 있었다. 수서교회에서 고3 큰아이의 입시 생활을 맡아주셔서 감사했다.

부임해 오니 교회 형편은 듣던 것보다 더욱 어려운 상황이었다. 평균연령 76세, 성도 20명의 미자립 농촌교회였다. 재정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분쟁으로 젊은이는 떠나고 연로하신 분들만 남아 포기와 낙담이 가슴에 담겨있었다.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해 전도했다'라고 표현하는 게 솔직하겠다. 서울 섬기던 교회에서 이삿짐에 국수 10박스를 실어주셨다. 시골교회에서 주일 식당을 운영할 형편이 안되니 간단하게 국수를 삶아서 라도 드시라고 말이다. 이렇게 시작된 전도가 국수전도이다.

지역민들이 좀처럼 마음문을 열어주시지 않았다. 국수를 들고 겨울이면 마을회관을, 농사철이면 냉수와 간식거리를 들고 논밭을 찾아가 함께 일했다.

선지자가 고향에서 대접받기가 힘들다고 했던가! 감사하게도 아내가 결혼 전 이곳 지역보건소에서 근무했는데, 지역사회에 평판이 참 좋았던가 보다. 그 덕택에 장인어른뿐만 아니라 목사를 사위로 둔 남자 어르신 세 분이 주님을 영접하게 되었다.

전도는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다. 주님도 십자가 위에서 한 영혼의 구원사역을 쉬지 않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누구든지 차별 없이 먼저 존중하는 마음으로 다가갔다. 동네 마트에서 형편은 어려워도 누구에게든지 가장 값비싼 음료수를 대접했다. 훗날 들었다. 이 섬김이 어르신들을 감동시켰단다. 한결같이 말씀하시기를 "나 같은 사람이 무엇인디, 저 젊은 목사님이 이렇게 대접하냐"고 말이다. 세상에서 받지 못한 존귀함을 느낀 것 같다.

목회 현장에서는 훈련도 필요함을 실감한다. 필자가 광주에서 사역할 때 담임목사가 매월 3명 이상 전도훈련을 혹독하게 시키셨다. 지금 생각하면 그 훈련이 감사하다. 당연히 직접 현장전도를 통하여 한 영혼의 얼마나 소중함을 알기에 맡겨진 교구관리에도 최선을 다하기 마련이다.

목사가 앞장서서 전도하니 교인들이 움직였다. 교회당이 비좁게 되었다. 교회학교 아이들로 가득하다. 여전히 교회를 찾아오신 분들에게 국수전도를 쉬지 않는다.

이제 필자의 교회는 전도의 열매로 많이 부흥했다. 하나님이 언제나 쓰실 수 있도록 흘러 보내는 '열린 재정'의 기쁨으로 도움만 받던 교인들이 1000원 이웃사랑 구제헌금이 모아진다. 꼬깃꼬깃 접혀진 2000원 선교헌금으로 보내는 선교사, 기도로 후원하는 선교사들이 되어져 가고 있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어렵고 농촌교회라서 목회의 보람을 느낀다. 임지를 기도하는 분들에게 오히려 열악한 교회를 추천하고 싶다. 앞으로 더 좋아질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김영팔 목사 / 입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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