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 제자 양육에 쏟은 열정

현지인 제자 양육에 쏟은 열정

[ 땅끝편지 ] 캄보디아 오태근 선교사편(4)

오태근 선교사
2024년 05월 14일(화) 00:06
2002년에 개척한 쁘렉아엥 평화교회에서 제자양육생과 작업중인 필자.
선교지에서 사역을 하다 보면 현지인 사역자의 제자양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된다. 우리는 총회 선교사 훈련을 받을 때에 선교지에서의 선교 사역의 10년 계획을 세웠고 제자 양육을 사역의 1순위에 두었다. 제자양육은 나에게는 매우 익숙한 단어이다.

나는 학생시절에 동교동교회 학생부와 청년부를 다녔다. 당시에 음동성 목사님의 말씀과 영적 지도는 사춘기 시절의 방황기를 제자 양육을 통한 영적 성숙으로 바꾸어 놓았다.

중고생 때부터 모든 공예배에 참석했고 목사님의 설교는 거의 받아 적었다. 저녁이면 담요 한 장 들고 교회에서 잠을 잤으며 새벽기도를 마친 후에 학교에 등교했다. 방학 때 목사님이 다른 교회의 부흥회에 강사로 가시면 무조건 따라가서 은혜를 받았다. 그 시절에 목사님께 많은 것을 배웠으나 특히 목사님의 사랑을 받으며 제자 양육의 기본은 '아낌없는 사랑'임을 깨달았다. 아무 쓸모 없는 나를 부르신 하나님께서 말씀과 사랑으로 나를 조금씩 변화시켜 주셨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부르셨고, 목사로 세우셨다. 수유동교회에서 약 6년간 청년들을 제자 양육했는데 여러 청년들이 목사와 목회자 부인이 되었고 각각 섬기는 교회에서 그리스도의 제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에 감사가 넘친다. 이제 이러한 제자 양육을 캄보디아에서 현지 청년들과 함께 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척 설레이기 시작했다. 나는 마음 속으로 외쳤다. "드디어 제자 양육을 시작할 때가 왔도다."

마태복음 4장에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찾아서 만나시고 제자들을 부르시는 장면이 기록 되어있다. 우리 부부는 2001년도에 동료 선교사로부터 당시 프놈펜대학교 사학과 2학년에 재학중이던 '위뚜'라는 청년을 소개 받았다. 우리는 위뚜와 함께 성경공부와 기도회를 가졌고 함께 전도를 다녔다. 2002년 3월에는 위뚜의 친구 고향인 바탐방주에 올가서 여러 청년들을 소개받고 만났다. 부모들에게 아들을 우리에게 전적으로 맡긴다는 각서를 받고 청년들을 현재의 쁘렉아엥 평화교회로 불러 모았다. 4월에 8명의 청년들과 함께 캄보디아 제자 양육반 1기생의 신앙 훈련을 시작했다.

예수가 누구인지, 복음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청년들을 위해 나무집을 렌트하고 함께 공동 생활을 하면서 제자 양육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 5시에 새벽기도를 시작으로 하루에 성경을 50장 이상 읽고, 성경을 가르쳤고 매주 성경암송, TEE성경공부(3년 과정, 12권의 교재공부), 네덜란드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영어공부, 태권도, 매일 기도일기 쓰기 등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했다. 1년이 지나자 절반이 탈락해서 집으로 돌아가고 다시 새로운 청년들이 지원했다. 드디어 2003년 초에 첫 번째 큰 시험이 찾아왔다. 우리는 이미 2002년 6월에 쁘렉아엥 평화교회(나무집교회)를 개척했다. 이미 두 달간 제자 양육을 받은 8명의 청년들과 교회를 개척했다. 교회를 개척하고 나서 매일 새벽기도는 물론 수요, 금요기도회를 정기적으로 가졌다. 어느 수요일 밤 예배시간인 저녁 7시가 거의 다 되어서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 마당에 들어서니 청년들의 일부는 웃통을 벗고 공놀이를 하고 있고, 일부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나무집 예배당의 불은 꺼져 있고 나무집 예배실 문은 잠겨져 있었다. 우리 부부는 너무나도 기가 막혀서 잠시 말문을 잊었다. 잠시 후에 내가 소리를 질렀다. "지금 예배 시간이 다 되었는데 무엇을 하고 있니? 오늘 수요기도회에 너희들은 들어오지 말고 너희들 끼리 여기에서 예배를 드려라." 간신히 화를 진정시키고 몇 몇 교인들과 안타까운 마음으로 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마쳤는데 아래층이 고요했다. 나무 계단을 내려가보니 8명의 청년들이 모두 가방을 싸 들고 자기 고향으로 가버렸다. 지난 1년간 새벽을 깨우며 새벽기도회를 시작으로 힘을 다하여 성경을 가르쳤고 예수의 사랑을 나누었는데, 예배 시간을 잊은 그들에게 야단 한 번 쳤다고 8명 모두가 짐을 챙겨서 집으로 가버린 사실 앞에 잠시 절망이 찾아왔다. 그러나 첫 제자인 위뚜와 함께 기도하며 일주일을 기다렸더니 한 사람씩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 청년들이 캄보디아장로교신학교에 입학해 6~7년의 과정을 마치고 각자 교회를 개척하여 담임 목회를 하고 있다. 제자 양육은 말씀과 기도, 사랑의 인내로 열매를 맺어간다.



오태근 목사 / 총회 파송 캄보디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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