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의 신앙 위해 온 교회가 나서야

한 아이의 신앙 위해 온 교회가 나서야

[ 5월특집 ] 다음세대 신앙전수 이렇게 ③다양한 가정 형태에 따른 목회가 필요하다

조주희 목사
2024년 05월 17일(금) 08:19
요즘 우리나라의 가정 형태 다양성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이다. 예를 들면 '이혼한 남녀가 부부 관계 종료와 별도로 자녀 양육을 함께하며, 같이 살기도 하는 가족'도 있고, 부부 합의에 따라 일정 기간 자신의 자아 성취를 위해 유예 기간을 갖는 '안식년 가족'도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가족이 해체됨에 따라 아동이나 청소년끼리만 함께 사는 '새싹 가족'도 있다. 1인 가족, 비혼 가족, 재혼 가족, 동거 가족, 다문화 가족, 노인 가족 등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가족의 질서가 수직적 성격에서 부부 중심으로 관계의 질을 높이는 수평적인 형태로 변화되고 있다. 가족 구성원 사이에 수직적인 구조가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한국 교회에 '문화 지체' 혹은 '인식 지체'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서 한국 교회에 신앙 전수의 과제가 등장한다. 부모가 신앙생활을 하면 자연스럽게 자녀에게 신앙이 전수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이전과는 달리 가족 형태의 변화, 가족의 수평적 권리 이해, 교회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 등은 신앙 전수에 있어 심각한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몇 가지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신앙 전수를 '교회학교만의 과제'로 인식하는 구조의 변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동안 교회학교가 신앙 전수에서 큰 몫을 감당해 왔고 현재도 그렇지만, 이제는 교회학교만으로 자녀들의 신앙 교육을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제 신앙 전수는 교회 모든 구성원의 과제가 되어야 하고, 전 구성원이 함께 참여할 때만 가능한 상황이다. 성인 공동체, 부모, 가정,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과제가 된 것이다.

둘째는 교회 교육 프로그램을 신앙 전수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재구성해야 한다. 우선 성인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 교회의 교육 체제 전반에 걸친 변화를 꾀해야 한다. 성인 교육이 '성인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 신앙 전수 길을 열어 주는 교육'과 함께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성인에게는 자신의 신앙을 지켜야 하는 과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신앙을 전수해야 하는 과제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 교육에서 성인과 교회학교 사이의 칸막이를 제거하고 교회학교, 성인 교육, 그리고 가정 교육을 연계할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을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예배 또한 다양한 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기획하여 만남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폭을 넓히고, 서로를 지지하는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셋째는 공동 프로그램 개발이다. 특정 연령대에 필수적인 삶의 필요를 위한 특화 교육이 필수적인 시대에 살고 있지만, 동시에 전 연령대를 위한 통합적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교육 목적에 따라 교육 대상을 연령대를 넘어 구성함으로 다음 세대와 함께 만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르치는 교육에서 벗어나 서로를 체험할 수 있는 경험 위주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각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이것이 신앙 전수의 고리 형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게 된다. '세대 구분'과 '세대 통합'의 두 기둥이 제대로 작동하는 교육 구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연령대별 교육에서도 다른 세대를 이해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자녀에게는 부모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 부모에게는 자녀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 나아가 학부모 초청 예배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함께 만나는 놀이, 서로의 신앙을 엿볼 수 있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통합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넷째는 가정과 연계된 신앙 교육이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것은 가정을 교회학교의 연장선으로 바라보거나 '또 다른 형태의 교회학교'로 만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가정의 부모나 신앙을 지도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지도자들에게 교회학교 교사와 같은 역할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방식의 신앙 교육의 길을 안내해야 한다. 이를테면 4~6주 정도를 신앙 교육 기간으로 정해서 온 교회와 가정이 참여하는 실천 중심의 프로그램도 괜찮다. 가정에서 가볍게 활동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함으로 전 세대와 가족 구성원이 공동의 신앙 경험을 하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필자가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 중 하나는 4주간 진행되는 '이렇게 해 봐요, 감사'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가정의 현관문에 스케치북을 붙여 놓고 가족이 드나들면서 하루에 한 번씩 감사한 내용을 각자 적는 활동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교육은 프로그램만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가정의 부모나 리더는 자신의 결정과 행동 그리고 언어가 신앙 교육의 자료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할 때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어떤 것이든 열매가 가능할 것이다.

다섯째는 가족의 다양성에 대한 교회의 이해이다. 현재의 다양한 가족 형태의 등장은 보수적인 경향의 교회 공동체가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교회가 이것으로 인해 인식의 지체 현상을 보이게 되면 교회는 사회로부터 사회적 변화 읽기에 뒤떨어진 집단으로 인식될 것이다. 이 문제의 심각성은 우선 신앙의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다. 신앙의 가정에서 자라나는 다음 세대가 교회 공동체를 꺼리는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 공동체가 변화하는 가족의 형태를 이해하고자 하는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

여섯째는 교회 공동체 자체를 '가족공동체'로 인식하는 인식의 전환이다. 현재 한국 교회의 대부분 공동체는 분절되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최초의 기독교 공동체는 가정에서 시작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예수님은 교회 공동체가 가족공동체임을 분명히 하셨다. 마태복음 12장을 보면 예수님께서 밖에 가족이 방문했다는 제자들의 이야기를 들으시고 "나의 어머니와 나의 동생들을 보라 누구든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마 12:49~50 일부)"라고 말씀하셨다. 교회는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가족공동체로 출발했다. 이 말씀이 의미나 가치의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의미로 교회 공동체에 받아들여질 때 신앙 전수의 길은 열릴 것이다.

마지막 일곱째는 가정과 관련된 용어 정리이다. 이를테면 자주 너무 쉽게 사용하는 '결손 가정(Broken Family)'이라는 용어가 있다. 어감상 '정상 가족'이라는 개념과 대치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든다. 동시에 '정상 가족'이라는 용어 또한 '비정상'을 전제하는 느낌을 줘서 사용 기피 단어로 인식되고 있다. 교회에서 다양한 가족에 관한 용어 이해나 개발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가족에 관한 차별적이고 분열적인 언어 사용을 삼가야 한다.

필자가 시무하는 성암교회는 이런 전환을 위해 6월 3주간을 전문가와 함께 집중적 연구와 토론의 기간으로 보낼 예정이다. 이를 위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고 교회 공동체 인식의 확대로 구체적인 절차를 시작한 것이다. 교회가 건강하면 가족이 건강하고 가족이 건강하면 교회가 건강하다. 신앙 전수의 문제는 교회학교에만, 가정에만 맡길 수 없다. 교회의 전체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전 교회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이제는 한 아이의 신앙을 위해서 온 교회가 나서야 한다.



조주희 목사/성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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