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제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 땅끝편지 ] 캄보디아 오태근 선교사편(5)

오태근 선교사
2024년 05월 15일(수) 08:56
2002년 6월 첫주에 쁘렉아엥 평화교회를 개척하고 제자 양육생들과 함께 한 필자.
제자양육생들과 지방 전도여행을 하던 시절.
'제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훈련으로 되는 제자(Disciple Are Made - Not Born)'라는 책은 네비게이토선교회의 월트 헨릭슨이 쓴 제자도의 기본서이다. 나는 고등부시절에네비게이토 출신의 이호윤 전도사님 (여수중앙교회 은퇴목사)으로부터 제자 양육을 받았다. 전도사님은 나에게 네비게이토식의 철저한 성경공부와 예수의 제자로 살아가는 삶이 어떠한 삶인지 분명하게 지도해 주셨다. 그렇다. 제자양육은 양육 받는 대상을 나의 나의 제자로 삼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도록 훈련하는 과정일 뿐이다. 캄보디아 청년들을 제자로 양육을 하면서 이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많은 고민을 했다. 2000년 전 예수님께서도 12명의 제자를 부르셨다. "이에 열 둘을 세우셨으니 이는 자기와 함께 있게 하시고, 또 보내사 전도도 하며…(막3:14)" 예수님도 12명의 제자들을 불러 모으셨다. 그들 중에는 금수저도 없었고, 심지어 은수저도 없었다. 거의 대부분이 흙수저 출신이었다. 내가 만난 캄보디아 청년들도 대부분 흙수저였다. 시타라는 이름의 청년은 절에서 6년간 수행하다가 제자양육생이 되었고, 로앗 청년은 시골의 자그마한 식당에서 식탁을 닦다가, 짠다 청년은 장사 트럭의 조수를 하다가, 브은트은 청년은 팜나무에서 팜 열매를 수거하다가 제자반에 들어왔다. 그러다보니 양육초기에는 청년들 사이에 불협화음이 가끔 일어났다. 하루 저녁에는 제자 양육생 사이에 작은 말다툼으로 시비가 붙었는데 결국 부엌칼을 들고 싸우며 싸움이 커졌다. 때로는 밤에 몇 몇이 모여서 몰래 술을 마시다가 걸리고, 어느 날은 한 청년이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간청한다. "집에 계신 어머니께서 몸이 너무 아파서 거의 돌아가실 상황이랍니다. 며칠간 집에 다녀오도록 허락해 주세요." 우리 부부는 무거운 마음으로 허락하며 약간의 돈을 주며 어머니를 위해서 필요한 곳에 쓰라고 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그 형제의 형에게 전화를 해서 어머니가 속히 쾌유하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그랬더니 형이 하는 말이 "우리 어머니요? 감기에 걸리셨는데요? 약을 드시고 계시니 곧 회복되실 겁니다." 사실은 그 형제가 애인을 만나러 나가고 싶어서 거짓말을 한 것이다. 또 한번은 제자 훈련 프로그램의 오후 시간에 절에서 있다가 온 시타 청년이 며칠째 사라졌다가 오후 늦게 들어온다. 어디 갔다가 오냐고 물으니 "전도 하러 옆 마을에 갔다가 늦었습니다"라고 답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수상하다. 술 냄새가 나는 듯 하다. "입 벌리고 하~숨을 내쉬어 봐라." 절대 입을 안 벌린다. 내가 내 얼굴을 시타 얼굴 가까이하자 자꾸 뒤로 물러서다. 결국 실토한다. "옆 마을에 가서 술 마시고 왔어요." 화도 나고 상심이 되었다. 그 자리에서 말했다. " 오늘 짐 싸서 당장 집으로 돌아가라." 그러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하면서 큰 길가에 무릎을 꿇는다. "목사님 잘못했어요. 다시는 술을 먹지 않겠습니다. 나를 이곳에서 나가라고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꼭 신학교에 가고 싶어요." 큰 길가의 동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니 마음이 약해졌다. 예수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이 여인을 돌로 쳐라."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붙잡힌 여인도 품어 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우리는 길가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나는 감사의 눈물이었고, 시타는 회개의 눈물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시타는 더욱 열심히 성경을 읽고 공부하여 캄보디아장로교신학교에 입학해 6년의 전 과정을 마쳤다. 또 신학교 3학년 때 로떼앙 평화교회를 개척했고 기쁨으로 섬겼다(현재는 개인적인 일로 잠시 사역을 쉬고 있다). 청년 제자들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켰을 때 처음에는 그들이 미워지고, 몸도 마음도 지쳐갔으며 주님께 속 상함을 토로했다. "주님! 제자 양육이 너무 힘이 듭니다. 다른 선교사들처럼 쉽게 교회만 개척하면 안될까요?" 그때에 주님의 음성이 내 마음속에 고요하게 들려온다. "너는 나를 사랑하니? 그렇다면 저들을 더욱 뜨겁게 사랑해 주어라. 나도 너를 사랑한다." 나는 제자 청년들의 반복되는 실수와 허물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 앞에서의 나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며 두 손들고 주께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주여! 저로 하여금 먼저 주님의 신실한 제자가 되도록 인도하여 주소서."



오태근 목사 / 총회 파송 캄보디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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