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정신 훼손한 '한기총' 혼란 속, 하나 되는 첫 정신 증진해야

연합정신 훼손한 '한기총' 혼란 속, 하나 되는 첫 정신 증진해야

한기총 건전한 보수 지향하며 교회연합 목적 뒀지만 해산 눈앞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0년 08월 25일(화) 10:13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일부 교단으로부터 '이단 옹호단체'로 지목된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끝없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본교단 총회가 탈퇴 후 제구실을 하지 못한 채 군소교단을 중심으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해왔지만, 전광훈 목사 이후 설립 정신까지 훼손하는 등 불안한 행보를 보이며 큰 혼란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방만한 사업 전개와 구조로 재정 상황은 바닥을 치고, 최대 회원 교단과 총대 규모를 자랑하던 존재가치는 사라진 지 오래로 정통마저 팽개친 한기총의 존립 자체에 교계 지도자들은 의문만 남기고 있다. 오는 9월 총회를 앞두고 해산 직전에 놓인 한기총을 비롯, 한국교회 연합기구의 현주소를 점검해 본다.



#한국교회 연합기구의 출발

한국교회 최초의 연합기구는 1918년 3월 26일 설립된 '조선예수교장감연합협의회'로 볼 수 있다. 1924년 선교사 협의체 '재한복음주의선교부연합공의회'와 통합하며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KNCC)'로 출발해 현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모체가 됐다. 1970년 총회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로 명칭을 변경했고, 1988년 정기총회에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을 발표하며 역사성을 가진 대표 연합기구로 목소리를 분명히 냈다.

NCCK가 사회의 신뢰와 지지를 얻었지만 진영논리에 따라 건강한 보수를 지향하는 새로운 연합기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도 출범했다. 1989년 한경직 목사를 창립준비위원장으로 복음주의적 보수신앙의 전통을 강조하며 복음화 사업 등을 선도했다. 하지만 건강성은 지속되지 않았다. 대표회장 선출을 놓고 금품선거 논란, 전·현직 대표회장 간의 갈등이 지속됐다. 자리싸움에 이어 한국교회가 규정한 이단을 해제하고, 실제 이단까지 영입하면서 연합기구의 방향성을 잃어버렸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결국 본교단 총회는 2012년 제97회 총회에서 한기총을 공식 탈퇴했다.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각별한 노력이 있었지만 주요 교단으로부터 회생 불가 판정을 받았다. 한기총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던 교단은 2012년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을 대체 기구로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교단장회의 또한 연합기구 통합을 위한 '빅텐트'를 구상하며 2017년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을 출범했지만 '한기총, 한교연'과는 통합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두 기구 또한 존속해 제3, 제4의 연합기구 탄생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한국교회를 위한 연합기관의 역할

NCCK의 출발부터 한기총, 이후 한교총이 설립되기까지 연합기구의 역할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NCCK는 1961년 4.19 민주항쟁, 1961년 5.16 군사쿠데타, 1970년대 민주화 인권운동에 이어 통일운동까지 폭넓은 활동을 펼쳤다. 실제 사회 각 분야에서 농촌운동, 절제운동, 기독교진흥운동, 기독교학생운동 등을 주도했고 우리 사회의 근대화와 민주화 등에 앞장섰다. 올해 한국전쟁 70주년은 '한반도 희년의 해'로 선포하고 한반도와 평화를 위한 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한기총의 출발도 나쁘지 않았다. 건전한 기독교 보수주의에 입각해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이루어 본연의 사명을 감당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1991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았고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 북한 동포돕기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다. 하지만 이단 문제가 불거진 후 교단 탈퇴가 줄을 이었고, 최근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까지 사회적 일탈 행위로 비난을 받자 대신 그 화살까지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 예장 고신 총회는 한기총을 이단 옹호단체로 연구하고 오는 9월 총회에 청원하기로 했다. 일부 교계 인사는 얼마 남지 않은 한기총 재산 처리가 해산 결정을 앞당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기총 붕괴로 설립된 한교총은 지난 2월 27일 사단법인 주무관청을 문화체육관광부로 이관하며 명실상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연합단체로 인정받았다. 본교단을 비롯해 예장 합동, 예장 대신, 예장 고신, 기감, 기성, 예성, 기침, 기하성 등 주요 교단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교단 중심의 운영 방향을 정하며 공동대표회장 제도를 도입했다. 정교분리의 원칙을 세워 특정 정치세력의 이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세웠으며, MOU체결을 통한 다양한 선교사역을 진행했다. 특히 범정부 차원의 대응력을 높여 한국교회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평가다.

#교단이 추구해야 할 '연합운동'

해산 직전에 놓인 한기총의 탈락으로 한국교회의 연합 활동은 이미 한교총과 NCCK로 재편됐다. 한국교회 양대 산맥인 두 연합기관에 가입돼 있는 우리 교단은 그동안 진행해 온 연합 정신에 입각해 균형 잡힌 리더십으로 교계를 선도하고 있다. 한기총 일탈행위에 대한 사회적 논란,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발전적 사역들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본교단 105회 총회로 향하는 이유이다. 다양한 형태로 사회가 한국교회를 주목하는 이 때에 교회는 일치와 연합을 위한 연결고리를 더욱 단단히 해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위기의 때 세움 받은 한국교회 지도자들에겐 한국교회를 위한 더욱 중요한 분별력과 전체의 요구에 부응하는 결단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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