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쉼터 8년 역사 끝났지만, 교회 노력 계속될 것

마포쉼터 8년 역사 끝났지만, 교회 노력 계속될 것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마포 쉼터' 문닫아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0년 11월 01일(일) 23:38
마포 쉼터 전경.
사진 왼쪽부터 고 이순덕, 길원옥, 고 김복동 할머니.
김장하는 할머니들과 쉼터 관계자들.
평생을 '피해자'로만 살아야 했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따뜻한 쉼터,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마포 쉼터)이 문을 닫았다.

정의기억연대는 지난 10월 27일 마포 쉼터를 정리하고 이사를 마쳤으며, 쉼터에 보관돼 있던 '위안부' 피해자들의 유품과 단체 기록물 등은 마포구에 위치한 별도의 수장고로 옮겼다고 밝혔다.

정의기억연대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전 상임대표를 역임한 윤미향 의원은 지난 10월 31일 자신의 SNS에 "아직도 저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는 길원옥 할머니 모습이 보이고, 2층 김복동 할머니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우리 이순덕 할머니의 '선상님~!'하며 부르는 어리광 섞인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고 1층과 2층으로 할머니들 방을 종종걸음으로 다니시는 우리 소장님도 보인다. 할머니들과 우리의 시간을 담은 공간, 우리의 인생을 담은 공간, 오늘로 완전한 작별인사를 한다. 안녕"이라며 진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담은 마음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사실 마포 쉼터는 한국교회와 관계가 깊다. 명성교회가 지난 2012년 정의연(당시 정대협)에 무상 임대하면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정대협은 서대문구 쉼터를 운영했지만 시설이 노후했고 , 이미 재개발 지역으로 옮겨달라는 통보를 받은 상태에서 할머니들을 위한 새 공간을 물색중이었다. 정대협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김종생 목사(전 한국교회희망봉사단 사무총장)가 교회에 쉼터 현황을 알렸고, 교인들의 공감을 얻어 지금의 마포 쉼터를 제공하게 됐다. 그해 10월 마포 쉼터 입주감사예배에서 불교 신자였던 고 김복동 할머니는 "짐승도 자기 누울 곳이 있는데 오랜 떠돌이 생활 끝에 새 쉼터가 생긴다니 이것이 하나님의 은혜인 것 같다"면서 "외로운 시간이었고, 사회에서는 늘 차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었지만 한국교회와 함께 일을 하며 많은 위로를 받는다"고 감격해 하기도 했다.

마포 쉼터는 지하 1층(방 2개, 화장실 1개) 지상 2층(방 5개, 화장실 3)의 단독주택으로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어 할 할머니들의 건강을 고려해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고 이순덕 할머니와 김복동 할머니가 살아 생전 머물렀으며, 마지막까지 길원옥 할머니가 거주하다가 지난 6월 가족들에게 돌아가면서 지난 8년의 역사가 마무리 됐다.

한국교회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위안부' 문제 해결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한 김종생 목사(빛과소금)는 "교회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위로자로써, 아픔과 상처 있는 분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은 예수님의 지상명령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지난 8년 동안 보람도 있었고 여러가지 아쉬움도 있었지만 이 곳에서 할머니들이 기뻐하시고 언제나 아들처럼 반겨주시던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생 목사는 지난 2010년 65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과거의 아픔을 되돌아보고 평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취지로 준비된 '한국교회 815대성회' 관계자들이 제930회 수요시위에 참석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에 동참할 수 있도록 권유했다. 김 목사는 "당시 고 김복동 할머니가 열네 살에 '위안부'로 끌려가 짐승만도 못한 삶을 살았다고 말씀 하실 때에 함께한 여러 목사님들이 우시면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이 일이 계기가 돼 한국교회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다시 관심 갖게 됐고, 결정적으로 명성교회가 새성전 입당기념으로 '마포 쉼터'를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교회 헌금 17억 원을 들여 쉼터 매입과 리모델링을 도왔고, 이후에도 할머니들을 위해 매달 생활비를 보냈다.

김종생 목사는 "쉼터가 할머니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사용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서 여러가지 논의를 해봤지만 뜻이 맞지 않았다"면서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해 우리가 기도와 노력을 계속하기로 한 약속은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던 지난 8년의 시간도 아름답게 기록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안타깝고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최은숙 기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