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구원할 새로운 구원의 역사, '農'의 본질 되찾기

인류 구원할 새로운 구원의 역사, '農'의 본질 되찾기

한국농신학연구회 제1회 심포지엄 개최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0년 11월 06일(금) 08:08
【원주】 "땅과 농(農)을 버리고 하나님을 떠난 도시문명은 다 심판받고 망했다. 교만한 문명이며 정의와 평화를 파괴하는 문명이다."

자본주의 도시문명은 인류와 지구생태계를 파멸로 이끌어가는 '죽임의 문명'이며, 앞으로 인류를 구원할 새로운 구원의 역사는 하나님의 창조의 뜻에 따라 농인(農人)으로서의 자기 정체성(self-identity)을 확인하고 땅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 속에서 시작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3일 원주영강교회에서 열린 제1회 한국농신연구회(회장:이영재) 심포지엄에서 한경호 목사(아시아농촌선교회 운영위원장)는 '창세기를 중심으로 성경이 말하는 인간과 농과 도시, 그리고 구원의 길'을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을 말하고 있는 이 때 인간이 만드는 과학기술 중심의 도시문명이 과연 인류를 구원해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첨단 무기로 무장하고 유전자조작 농산물 및 식품으로 식량을 장악하며, 석유와 핵에너지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자본제국의 도시문명은 인류와 지구생태계를 파멸로 이끌어 가고 있다"면서 "도시의 출현은 죄악의 만연으로 지어졌고 그것은 땅과의 관계 파괴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한 목사는 "아담은 에덴동산의 땅을 경작하고 지키고 보전하며 살도록 지음받았다"면서 "이것은 인간 존재와 역할에 대한 최초의 성서적 규정이며, 이 최초의 인간을 '농인(農人)'이라고 부르고자 한다"고 발제를 시작했다. 한 목사가 여기서 말하는 농(農)은 직업 및 산업활동으로써가 아니라 '원초적인 인간'을 의미한다. 그는 "아담에게 주어진 노동의 과제는 농사였고 하나님은 인간이 흙으로 지어진 존재이기 때문에 흙과 더불어 흙에 의존하여 생명을 부지해 나가는 것이 벗어날 수 없는 숙명임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도시문명의 창시자로 가인을 지목하며, "농부인 가인이 아벨을 살해하고 땅에게 버림을 받아 농부로서의 삶을 버리고 살아가는 형벌을 받았다"면서 "자신을 보호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자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성을 쌓았는데 이 성이 성경에 나오는 최초의 도성(시)이다"고 설명했다. "에덴동산이 하나님이 지으신 무위자연의 세계라면 에녹성은 자신의 보호를 위해 만든 인위의 세계임을 보여주는 것을 의미한다"는 한 목사는 이 때문에 "도시의 출현은 비극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도시는 인간의 범죄 및 소외로 인한 결과물이며 하나님과의 관계가 파괴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도시(성)문명의 출현으로 역사는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된다. 한 목사는 도시문명이 번창한 결과에 대해 창세기 '여호와께서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함과 그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임을 보시고 땅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한탄하사 마음에 근심하시고'(6:5-6)를 인용하며 "죄가 도시문명 속에서 매우 빠르게 확산되었음을 알수 있는 부분이다. 아담의 불순종으로 인한 하나님과의 관계 파괴, 가인의 분노와 살인으로 인한 이웃(형제)과의 관계 파괴, 도시문명의 출현과 죄악의 만연으로 인한 땅과의 관계의 파괴가 파멸을 초래했다"는 한 목사는 "결국 대홍수의 심판으로 도시문명을 쓸어버리셨다"면서 "이후 노아와 가족들이 농사로 생계를 삼은 것은 자기의 근원인 땅과의 관계를 회복해나가는 노아를 통해 새로운 구원의 역사가 시작된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 명령에 대한 순종과 땅과의 올바른 관계 회복이 의요, 구원역사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가 우르를 떠나는 것으로부터 족장사가 시작되는 점과, 아브라함이 도성 하라를 떠나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는 한 목사는 "발달된 도시문명에서 떠나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곳으로 가는 것이 하나님의 구원역사임을 말하는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편리하고 풍요로운 도시문명을 떠나는 것을 구원역사의 시발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상반된 예로 롯을 예로 든 한 목사는 "소돔 사람은 하나님 앞에 큰 죄인이었지만 롯은 여호와의 동산같이 아름답고 애굽 땅과 같다고 말했다. 이것이 도시문명을 좋아하는 인간의 타락된 모습"이라면서 "결국 소돔과 고모라는 하나님의 불심판을 받고, 롯의 아내는 소금기둥으로, 살아남은 두 딸과 롯은 비정상적인 모습을 통해 대를 잇는 것으로 비극적 막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한경호 목사는 "구원 역사는 땅과 농(農)으로부터 유리된 도시문명을 거부하고 탈출하는 곳에서, 그 죄악의 거대함을 고발하고 무너뜨리는 것에서 출발하였다는 점에 주목하자"면서 "구약성경이 그것을 말해주고, 신약시대에 예수님이 하나님의 나라를 제시하는 데 그 현실적인 선포와 실천의 자리가 갈릴리 농어촌이었다"고 강조했다. "십자가형은 로마제국의 도시문명과 예루살렘의 지배집단이 변방인 갈릴리 농어촌의 예수에게 누명을 뒤집어 씌어 죽인 치욕적인 사건"이라는 한 목사는 "이는 참된 영적인 구원의 능력은 힘있고 높은 곳에 있는 도시문명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힘없고 가난하고 낮고 비천한 갈릴리 농촌에서 나오는 것을 보여주는 사실"이라면서 "도시문명의 속성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도시를 좋아하고 편리와 풍요를 쫓아가는 인간의 본성은 농을 버리고 성을 세운 가인의 삶과 다르지 않고, 소돔가 고모라성이 좋아서 쫓아간 롯의 모습과 같다면서 성경의 이 생생한 증언에 귀를 기울여 보라"고 말했다.

최은숙 기자



***한국농신학연구회 소개

한국농신학연구회(회장:이영재)는 한경호 목사(횡성영락교회)의 제안으로 지난해 9월 첫 모임을 시작했다.

한경호 목사는 지난 2019년 편집위원장으로 있는 계간 '농촌과목회'에 '농(農)의 눈으로 성경읽기'를 주제로 한 기획특집(2019년 여름호)을 게재한 후 필자로 참여한 목회자들을 주축을 연구모임을 제안했다. 그해 8월 필자로 참여했던 한경호 목사를 비롯해 이영재 목사, 정희원 교수, 이태영 목사, 정광일 목사가 모여'농신학연구'모임을 갖고 '농의 신학'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뜻을 모았고, 2019년 9월 대전에서 '현대 농본주의와 성서해석'(정희원 교수)를 주제로 한 첫번째 세미나를 시작으로 매달 세미나를 개최했다. 지난 1년의 결과물이 이날 열린 첫번째 한국농신학연구회 심포지엄과 '농신학, 살림과 평화의 길'(한국농신학연구회 엮음, 도서출판 흙과생기 펴냄)에 담겨있다.

한국농신학연구회는 지난 6월 30일 원주 영강교회에서 창립 감사예배 및 개소식을 열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농신학'을 주요주제로 논의을 지속하며 신학적 정립을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채윤기 목사 김명술 목사 김태웅 목사 장경노 목사 안재학 목사 한국일 교수까지 총 11명의 고정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농신학연구회 회장 이영재 목사는 "농의신학이란 농민을 일깨워 성서가 제시하는 진리의 길로 인도할 뿐만 아니라 도시에서 소외된 삶을 아파하며 도시를 탈출하여 참된 생명의 삶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에게 길을 제시하는 사상운동"이라면서 "하나님의 창조 리듬에 맞추어 생명운동에 나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참 삶의 길을 제시하려는 범인류의 보편적 사상운동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향후 연구회의 비전에 대해 "한국신학계에 중요한 공헌을 하고 있는 민중신학과 대화하면서 국가체제를 넘어 하나님의 창조계 전체를 성찰하는 데까지 나아가겠다"면서 "서구신학의 한계점을 가려내고 비평하며 새로운 전망 제시, 아울러 성서의 문명비평에 귀를 기울이면서 공부를 더 깊이 하고, 조직신학과 교회사, 윤리신학 사이에도 울림이 퍼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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