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은 가장 친밀한 관계에서 시작

폭력은 가장 친밀한 관계에서 시작

8일 세계여성의 날 맞아 여성폭력 통계 발표
한국여성의전화 언론분석, 여성살해 1.6일마다 1건씩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03월 12일(금) 14:43
전 세계 여성 3명 중 1명은 평생에 걸쳐 성적, 신체적 폭력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세계보건기구(WHO)가 161개국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여성을 향한 폭력에 대한 통계'에 따르면 15세 이상 여성 중 성적·신체적 폭력을 경험하는 여성이 약 7억 3600만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폭력은 이른 나이부터 시작되고, 연애 경험이 있는 젊은 여성들 4명 중 1명이 애인과 같은 절친한 파트너로부터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가운데 30~39세 여성이 가장 많은 폭력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WHO는 "여성들이 성폭행 사실이 공개되는 것을 우려해 신고를 기피해 실제보다 적은 비율로 조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한국여성의전화(대표:송란희 박근양)가 2020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언론에 보도된 사건들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서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했던 사건이 1.6일마다 1건씩 보도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살해된 여성은 최소 97명,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131명이며 피해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경우도 최소 57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또한 언론에 보도된 최소한의 수치이며,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실제 피해 여성은 훨씬 많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8일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2020년 여성인권상담소 상담 통계 분석'에도 전·현 배우자와 애인, 데이트상대자에게 폭력을 당했다는 사례가 42.9%를 차지 했으며 특히 살인, 방화 등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스토킹 범죄의 경우 50%가 전·현 배우자와 애인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은 '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기독교여성상담소 채수지 소장은 "교회는 신앙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타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부족한 반면 연합이라는 동일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타자의 행동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나도 민감하게 행동해야 하는 데 '신앙의 연합'이라는 이유로 경계와 거리가 모호해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이 실제로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채 소장은 또 "신앙에 절대성을 부여해 폭력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강조하고 정당화한다"면서 "목회자 성범죄도 친밀한 관계를 이용한 그루밍성범죄 행위로 신앙이라는 매개체가 폭력을 일으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교회는 성적, 신체적 폭력에 가장 취약한 곳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가정폭력도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전화 '2020년 여성인권상담소 상담 통계 분석'에 따르면 전체 상담 중 가정폭력 상담 비중이 1월 26%에서 코로나19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월부터 40%로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 가해자의 83.8%가 전·현 배우자, 부모, 형제·자매인 점을 고려할 때, 정부의 방역대책의 주를 이뤘던 재택근무, 도서관·카페·체육시설 등 시설이용 제한 명령, 대면활동 중단이 시행되는 동안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집은 안전한 공간이었을 지 의문"이라면서 "한국정부의 대응정책 안에 가정폭력은 크게 고려되지 않은 듯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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