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총회 의장되는 독일교회를 보며

청년이 총회 의장되는 독일교회를 보며

[ 기자수첩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1년 05월 17일(월) 19:44
지난 6~8일 열린 독일복음주의교회협의회(EKD) 총회에서 25세의 젊은 여성 청년 안나 니콜 하인리히(Anna-Nicole Heinrich) 씨가 의장에 당선됐다.

독일교회가 청년과 여성들에게 지도자의 길을 열어놓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 25세 청년이 총회 의장에 당선된 것은 일종의 파격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임 의장의 나이는 79세였다.

하인리히는 총 128표 중 75표를 받아 당선됐는데 이는 과반인 64표를 훌쩍 뛰어넘는 득표수다. 이러한 위원들의 지지를 통해 의장직에 당선되자 하인리히 조차도 "나를 의장에 선출할 정도로 교회가 큰 용기를 보여주었다"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기자와 통화한 한 독일 선교사도 25세 청년의 EKD 총회 의장 선출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평신도 의장이 선출되더라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 이들이 선출되곤 했는데 25세 대학원생이 의장에 당선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25세 청년의 총회 의장 소식을 접하면서 기자는 자연스럽게 우리 교단의 현실과 비교하게 됐다.

현재 우리 교단을 비롯한 교계의 상황을 보면, 부서의 장은 고사하더라도 교단 총대조차도 40대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교단까지 가지 않더라도 교회 내에서 40대에 장로가 되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젊은 장로라 칭하는 이들은 50대다.

지난 2019년 제104회 총회 총대의 평균 연령은 62.47세였다. 4년치를 살펴보면 제104회 62.37세, 제103회 62.17세, 제102회 61.91세로 오히려 미세하게 연령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한국교회 제도로서는 개교회의 교인들을 대표하는 당회의 조직이 교회의 다양한 계층의 회중 의견을 수렴할 수 없다며, 직능별 성별 연령별 대표자를 총회 총대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총대를 파송하는 기초 단계인 당회를 구성하는 단계에서부터 젊은 층의 주장과 생각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본보가 EKD 총회 의장에 25세 청년이 선출됐다는 소식을 기사화하자 여러 인사들이 이 기사를 자신의 SNS에 공유하며 코멘트를 남겼다. 총회 산하 신학대의 한 교수는 "제발 본받아라. 다음세대를 위한 위원회도 전부 5060이더라. 제발 정신 차려 주시길", 또한, 한 목사는 "변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는 결과로 증명된다!"라고 코멘트했다.

현재 '젊은 지도자'는 세계적인 추세다.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는 31세에 총리가 됐고,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도 역대 프랑스 대통령 중 40대에 최연소로 당선됐고, 라타스 위리 에스토니아 총리, 볼로디미르 그로이스만 우크라이나 총리도 30대에 선출됐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세상은 계속 변화하는데 한국교회만 제 자리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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