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민들, 성전을 그리워하다

포로민들, 성전을 그리워하다

[ 통으로읽는성경 ] 20.예레미야 70년 - 징계 70년

조병호 목사
2023년 05월 31일(수) 10:52
바벨론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이스라엘 민족을 묘사한 게르하르트 퓨젤의 그림.
이스라엘 민족은 바벨론에서 하나님께 제사드리며 사는 삶이 얼마나 복된 것인지 깨달았다

하나님이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말씀하신 바벨론 포로 70년의 의미는 네 가지다. 징계 70년, 교육 70년, 안식 70년, 그리고 바벨론 제국 수명 70년이다. 먼저 '징계 70년'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북이스라엘이 앗수르 제국에게 멸망해 혼혈족 사마리아인이 된지 150여 년 후, 하나님은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이제 남유다도 바벨론으로 끌려가 그곳에서 70년을 보내야 한다고 말하셨다. 그리고 이 결정은 모세와 사무엘이 하나님께 용서를 구해도 돌이킬 수 없다고 단언하셨다(렘 15:1~6). 그 만큼 하나님의 결정은 확고했다. 하나님의 뜻을 알게 된 예레미야는 그때부터 바벨론에 항복하고 포로로 끌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유다가 바벨론에 끌려가 '70년 동안 포로 생활'을 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그들이 약속의 땅 가나안에 입성한 이래로 지난 900여 년 동안 모든 민족을 위한 제사장 나라 거룩한 시민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했던 여러 법, 특히 안식일, 안식년, 희년을 잘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날수가 무려 70년이나 됐던 것이다. 둘째, '레위기'에 기록된 하나님과 맺은 제사장 나라 사명을 감당하지 않았을 때 받게 되는 3단계 처벌에 관한 하나님의 경고를 끝내 무시했기 때문이다(레 26:14~15). 그런데 남유다는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선지자들의 말을 따르지 않았던 이전 습관대로, 이번에도 예레미야가 전하는 하나님의 결정 또한 믿지 않았고 따르려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남유다에 징계의 말씀을 전하는 하나님의 사람 예레미야 선지자의 입을 막기 위해 죽이려고까지 했다.

바벨론 포로 70년은 언뜻 보기에 하나님의 무서운 징계 같다. 그러나 사실 70년이라는 기간은 그들을 제사장 나라 거룩한 시민으로 재교육시켜 극상품 무화과로 만들려는 하나님의 계획이었다(렘 24:5~7). 즉 하나님은 남유다를 향해 70년 후의 회복을 계획하셨던 것이다. 그 길고 긴 세월은 재앙을 주기 위함이 아닌 평안과 미래와 희망을 주기 위함이었다. "바벨론에서 칠십 년이 차면 내가 너희를 돌보고 나의 선한 말을 너희에게 성취하여 너희를 이 곳으로 돌아오게 하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렘 29:10~11)." 그래서 예레미야는 70년의 세월 속에 담긴 하나님의 깊은 생각과 진심을 알고, 남유다에게 하나님의 결정을 받아들여 포로 징계를 받고 다시 하나님의 백성으로 거듭나라고 설득한 것이다. 이것이 쉽고 가벼운 '나무 멍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남유다가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끝까지 바벨론에 저항한다면 예루살렘성이 바벨론에 의해 함락돼 성은 황폐해질 것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처참하게 죽는 '쇠 멍에'를 메게 될 것이라고 선포했다.

결국 남유다는 그들에게 주어졌던 '최후의 12년' 기회조차 살리지 못하고 끝까지 바벨론에 저항하면서 나무 멍에 대신 쇠 멍에를 선택했다. 사실 '잠시 잠깐' 남유다는 하나님의 마음을 돌이킬 기회가 있었다. 바벨론 군인들이 남유다 대부분의 성읍들을 함락시키고 예루살렘성을 포위하고 있을 때, 시드기야 왕이 예레미야 선지자의 말을 듣고 예루살렘에 있는 모든 백성과 하나님 앞에서 계약을 맺고 히브리 노비들에게 자유를 선포했던 것이다. 그런데 얼마 가지 못해 '그들의 뜻이 변해' 자유케 했던 노비들을 다시 끌어다가 노비로 삼음으로 하나님과의 계약을 어긴다. 이들의 불순종과 어리석음은 예루살렘의 멸망을 앞두고도 계속 이어졌으며 결국 남유다는 쇠 멍에를 지게 되는 안타까운 최후를 맞는다.

예루살렘성이 바벨론에 함락되자 끝까지 저항했던 시드기야 왕과 남유다 사람들은 3차 포로로 처참하게 끌려가게 된다. 그동안 항복을 요구하며 18개월 동안 성밖에서 잠을 잤던 바벨론 군인들은 예루살렘성 안으로 들어가 온갖 약탈을 자행하며 성전과 왕궁과 집들을 불태우고 성벽을 모두 허물어 버렸다. 길거리에는 시체들이 가득했고 죽은 엄마의 젖을 빠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온 예루살렘을 가득 메웠다. 그 참혹한 광경을 지켜본 예레미야는 간이 땅에 쏟아지는 고통으로 주저앉아 울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이미 바벨론으로 끌려가 있던 남유다의 1, 2차 포로들은 바벨론에서 예루살렘 멸망 소식을 듣고 본격적으로 예레미야의 편지와 에스겔의 설득을 통해 교육받기 시작했다. 여타 다른 나라에서 끌려온 포로들과는 달리 그들은 예레미야의 명령대로 바벨론에서 집을 짓고, 텃밭을 만들었으며, 결혼해 자녀를 낳고, 바벨론이 70년 동안 평안하기를 기도하며 살았다. 70년의 세월은 영원한 멸망이 아니라 잠깐의 징계라는 예레미야의 설득을 듣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바벨론에서 살면서 차츰 느끼게 되는 무거운 짐이 있었다. 바벨론 포로 생활이 70년이라는 것도 알고, 70년이 차면 예루살렘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있었는데 그것은 예루살렘 성전이 불타 없어졌다는 것과 그들이 예루살렘 성전에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예루살렘에 있을 때에는 원하면 언제든지 갈 수 있었던 성전이었는데 이제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사실 그들은 남유다에서 살 때 안식일과 안식년과 희년을 잘 지키지도 않았고, 유월절과 칠칠절, 초막절에 하나님의 이름을 두려고 택하신 예루살렘 성전에 잘 가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금 바벨론에서 날마다 쉼 없이 강제 노역에 동원되어 바벨론성을 건축하느라 여념이 없는 처지가 되니 5대 제사, 3대 명절, 3대 절기를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들은 그때에야 비로소 안식일, 안식년, 희년, 유월절, 칠칠절, 초막절이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성전에 가서 하나님께 제사드리고 하나님께 용서를 받으며 사는 삶이 얼마나 복된 삶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처럼 하나님께서 예레미야를 통해 말씀하신 바벨론 포로 70년의 첫 번째 의미 '징계 70년'은 다름 아닌 '포로민들, 성전을 그리워하다' 바로 그것이었다.

조병호 목사 / 성경통독원 대표·통독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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