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총대할당제, 변화의 첫걸음!

여성총대할당제, 변화의 첫걸음!

한국기독공보
2023년 07월 06일(목) 17:25
①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세계젠더격차 보고서를 발행했는데, 이 결과가 인상적이에요. 점수가 1에 가까울수록 양성평등한 사회라는 건데, 여기서 한국은 0.680의 점수를 기록했어요.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이냐? 세계 146개국 중 105위에요. 중국은 107위, 일본은 125위로 우리 주변국가 중에선 우리가 가장 선방했지만, 마냥 좋아하기는 어려운 상황 같아요.

국가별 세부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정치' 부문에서 가장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특히 평가지표 중에서 '의회에서의 여성 비율'이 가장 낮게 나타났는데, 우리 국회의원 중 여성의원의 비율은 19.1%로 세계 102위를 기록했어요. 세계에 이슬람 국가나, 공산권 국가 등 민주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나라들이 있다는 걸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민주화 정도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라고 볼 수 있어요. 국민의 절반이 여성인데 국민을 대변하고 대표한다는 국회의원 중 여성의 비율이 전체의 반의 반도 못 미친다는 점은 정치권력의 분배에 있어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기 충분해요.

② 그렇다면 우리 교단은 어떨까요? 우리 교단도 이런 비판을 피해가긴 힘들어요. 작년에 열린 제107회기 총회의 여성총대는 1500명 중 35명으로 전체의 2.3%를 기록했어요. 올해 108회기 총회에는 역대 최고인 여성총대 41명이 파송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역시 전체 총대 중 2.7%로 국회의 19.1%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에요. 그런데 국가와는 다르게 우리 교단은 여성비율이 57.5%로 남성에 비해 더 많거든요. 그러니까 교회에 여성이 더 많은데 막상 각 지역의 노회와 교회를 대표하는 총대 중에선 여성을 찾기 힘든 아이러니한 상황인거죠. 총회는 교단의 현황과 사업들에 대해 보고받고,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나가는 곳이에요. 그러나 지금은 교회 내 다수인 여성들의 목소리가 총회에 반영되기 어려운 현실이에요.

③ 물론 교단 내에서 여성 리더십의 성장을 위해 여러 가지 시도들이 있어왔어요. 1995년에는 여성목사안수를 법제화 했고, 특히 2017년 제102회기 총회 때는 모든 노회가 여성총대 1명 이상을 의무적으로 파송하게 하는 '여성총대 할당제'가 통과됐어요.

그러나 이후 헌법위원회에서 헌법 정치 77조 제 8항 및 84조에 근거, "총회총대의 선정 및 파송은 노회가 결정할 사항이므로 총회가 그 결의로 이에 직접 관여하거나 강제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으로 해석했어요. 그 뒤로 쭉 권고사항으로 지켜지고 있어요.

물론 헌법위원회의 해석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건 아니에요. 총회는 노회의 상위기관이지만 총회 총대 선정이나 파송 같은 사항은 노회의 의견과 결정을 존중해요.

또한 애초에 여성 위임목사와 장로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아요. 평일에 2박 3일간 진행되는 총회 특성상 직장이나 가정 혹은 개인적인 이유 등으로 참석이 어려울 수도 있는데, 적은 여성총대후보 중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다 빠지고 나면 막상 파송하고 싶어도 파송할 여성총대가 없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여성총대의무할당제가 계속해서 권고사항으로 머무른다면, 여성 리더십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변할 때까지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거에요. 꼭 필요한 일이라면 때로는 제도의 개선을 통해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필요도 있어요.

여성총대의무할당제를 실시하게 되면 당장은 노회에 부담이 될 수 있는 건 사실이에요. 헌법위원회의 해석처럼 노회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제한하는 부분도 있고요. 하지만 여성의 목소리를 총회에 균형있게 반영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총회 차원에서 여성총대 파송을 지원하고 장려하면서 제도를 도입해보는 건 어떨까요?

④ 다른 교단들도 의사결정 기구에 쿼터제나 할당제를 이미 도입하고 시행해오고 있어요. 기독교대한감리회는 7년 전인 2016년에 연회·총회·입법의회의 성별·세대별 15% 할당제 의무화를 도입했고요, 한국기독교장로회도 2011년부터 총대 20인 이상 노회에 여성목사와 장로 각 1명씩을 의무적으로 파송하도록 하고 있어요. 또 최근에는 로마가톨릭 교회까지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 수녀와 평신도를 넣기로 하면서 스테인드글라스 천장에 균열을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⑤ 요즘 한국교회가 위기라는 말을 많이 해요. 교세가 줄고 있는데다, 특히 젊은 20‧30‧40세대의 감소폭이 가팔라요.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죠. 이 개혁에 있어선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양한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 개혁의 첫걸음인 거죠. 여성을 시작으로 청년, 장애인 등 교회 내 다양한 목소리들이 의사결정에 반영된다면 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여기에 있어 무엇보다 성도들의 관심과 실천이 필요해요. 앞서 보았듯 여성 위임목사와 장로가 남성에 비해 너무 적은 것이 현실이에요. 지금보다 더 많은 여성 위임목사가 세워지고 여성장로들이 장립되어야 해요. 이건 각 교회의 성도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죠. 개혁에는 관성을 이겨내고 안 해본 것들을 시도해보는 도전이 필요해요. 여성 위임목사, 여성 장로가 남성 리더십에 익숙한 한국교회에 어색할 수 있지만, 균형있는 목소리를 내는 건강한 교회로 성장하기 위해선 필요한 일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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