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있는 파트너십 통해 함께 성장해야"

"균형 있는 파트너십 통해 함께 성장해야"

[ 1월특집 ] 교회, 부교역자가 부족하다 ③담임목사와 부교역자의 바람직한 관계

진영훈 목사
2024년 01월 19일(금) 15:55
한국교회에서 '副牧師(부목사)'가 인정 받고 칭찬을 들으려면 '不牧師(부목사)'가 돼야 한다. '아니 不(부)'자를 쓸 정도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모든 영광을 담임목사에게 돌려야 하는 형편이다. 교회에서 담임목사와 부교역자는 수직적인 관계지만, 사역에 있어서는 동등한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하지만 파트너십을 균형 있게 유지하며 목회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필자가 시무하던 교회에 하반신이 마비된 뇌병변장애인이 교인으로 등록한 적이 있다. 대화해보니 그는 신학생이었다. 가족 모두가 등록해 교회에 출석했고, 6개월쯤 지나 목회에 대한 비전이 있는지 물으니 목사가 꿈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필자는 "그럼 설교를 해봤나요?"라고 물었는데, 설교를 한 번도 안 해봤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음주 오후예배 설교를 부탁드립니다"라며 정중히 요청했다. 그렇게 장애인 신학생의 첫 설교가 시작됐다. 그는 시력이 안 좋아 원고의 글자가 매우 컷고, 말도 다소 어눌해 필자가 평소 준비하는 설교의 1/3 분량으로 설교했다.

장애인 전도사님이 첫 설교를 하던 날 필자는 예배의 사회를 맡았다. "이렇게 착하고 깨끗한 사람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저는 은혜를 받을 준비가 됐습니다. 성도님들께도 은혜가 임하길 바랍니다"라고 교인들에게 말했다. 전도사님은 어눌한 말투와 고정되지 않은 시선으로, 휠체어에 앉아 몸을 떨며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말씀을 전했다. 그렇게 생애 첫설교를 마쳤다.

그해 11월, 이 전도사의 거취 문제를 놓고 한 달 내내 기도했다. 부끄럽게도 필자는 하나님께 "왜 그를 저에게 보내셨습니까?" 물었다. 묻고 또 묻다가 결국 그 장애인 전도사를 청빙하자는 제안을 당회에 내놓았다. 그때 한 장로님이 "그러면 목사님이 힘들어서 안됩니다"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필자는 "맞습니다. 목사인 제가 힘들지 장로님들이 힘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라며, 안건을 통과시켰다. 그렇게 장애인 전도사는 사역을 시작하게 됐다. 벌써 5년이 지났고 이제는 목사 안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부교역자는 담임목사보다 약자다. 담임목사의 말을 잘 듣지 않거나 담임목사를 힘들게 하더라도 약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약자를 돌보고 세워줄 의무가 우리에게는 있다. '어쩌면 약자를 돌보고 세워주는 역할이 성장과 발전보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사명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동등한 파트너십을 위해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필자는 가끔 부목사에게 성찬식의 집례를 맡기곤 한다. 그리고 회중으로서 떡과 포도주에 참예하거나 성찬예식을 보좌하기도 한다. 영남신학대학교에서 예배학을 가르치는 김명실 교수가 "부목사에게도 성찬집례를 맡겨야 한다고 10년 넘게 주장했지만 그런 교회를 본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대부분의 교회에서 담임목사와 부목사의 역할엔 명확한 구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목사가 집례하는 성찬에 참여하고 보좌했던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담임목사가 집례할 때와 마찬가지로 경건하고 은혜로운 시간이었다. 부교역자에게도 담임목사와 동등한 집례권이 있음에도 담임목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척당해 결국 한차례의 집례 경험도 없이 담임목사가 되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필자는 매년 추수감절이면 부교역자들과 함께 주일 오전예배 설교를 한다. 한 사람이 7분씩 설교를 하는데 이때는 담임목사인 필자도 7분만 설교할 수 있다. 교인들의 반응은 '매우 신선하고 좋았다'는 평가가 대부분다. 그렇게 시작한 '옴니버스 설교'는 이제 여러교회들이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이 일도 주일 오전예배 설교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고 담임목사로 나가게 되는 부교역들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부교역자가 담임목회의 다양한 영역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교회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부교역자 가족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부목사를 청빙할 때 필자는 부목사의 부인에게 이렇게 말한다. "주일예배는 반드시 본교회에서 드려주세요. 하지만 새벽기도회, 수요기도회 기타 모임의 참여는 자유입니다. 직장을 다녀도 됩니다. 교회가 청빙한 분은 남편 목사님이지 사모님은 아닙니다." 간혹 교회가 최저생계비 수준의 사례를 제공하면서 목사 부인의 헌신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상식이나 사회 통념을 넘어서는 요구를 하는 것은 중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부턴가 '꼰대'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불통을 상징하는 표현이 됐다.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원인 중에도 '꼰대'로 점철되는 불통의 역할이 크다고 할 것이다. 요즘 부교역자들은 MZ세대인 경우가 많다. MZ세대는 1980년부터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 말부터 2000년대에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단어다. 그런데 M과 Z, 두 세대의 나이 차는 크게는 30세에 달한다. 이 MZ세대는 회식에 참여하지 않았으니 회식비의 1/N을 내놓으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세대다. 교회에도 이런 MZ세대 사역자들이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불통하는 담임목사라면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

'꼰대'의 정의 중 '내 생각이 반드시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의 머리로 자신의 말이나 행동을 판단하면 당연히 옳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전제를 가져야 하며, 의견차가 있을 때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하거나 제3자들의 의견을 청취해 보다 합리적인 결론을 찾아내야 한다.

이와 함께 모든 사람에게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부목사의 경우 담임목사를 배우려고 한다. 담임목사의 목회 스타일, 설교 방식, 제자 훈련, 교인 관리 등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 한다. 심지어 담임목사의 생활 습관까지 배워야 담임목사를 잘 섬길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담임목사는 부목사를 배우려 하지 않는다. 부목사의 관심 사역, 가정형편, 신학적인 소양 등을 배우면 무척 좋은 사역의 동반자가 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는다. 10년 혹은 20년 전의 상황과 경험을 가지고 MZ세대를 이해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담임목사들이 있다.

부목사와 담임목사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는 수평적인 팀워크를 만드는 일은 서로의 생각을 바꾸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수평적인 사역은 끊임 없이 노력할 때만 가능하다. 부목사들이 교회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역할을 찾고, '副牧師(부목사)'로서 자신의 사명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담임목사의 노력이 필요하다.

진영훈 목사 / 효자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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