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 교회는 어두운 측면에 집중해야"

"기술 발전, 교회는 어두운 측면에 집중해야"

연대 신과대 백양세미나, '인공지능·디지털 시대 교회와 목회' 주제로 열려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4년 01월 31일(수) 17:50
제19회 백양세미나에서 최형묵 목사가 '인공지능·디지털 시대 교회와 목회'를 주제로 주제발표했다.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과학 기술의 발전 가운데 교회는 신기술을 유용하기에 급급하기보다 소외현상, 사회적 불평등, 자연 훼손 등 기술 발전의 어두운 측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연세대학교 신과대학동문회(회장:천사무엘)가 지난 1월 29일 연세대 원두우신학관에서 개최한 제19회 백양세미나 중 '인공지능·디지털 시대 교회와 목회'를 주제로 발표와 논찬이 진행됐다.

주제발표한 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한신대 외래교수)는 디지털 시대 기술 변화와 관련한 목회 현장의 경험을 소개한 후, "기술 발전은 밝은 측면도 많지만 동시에 새로운 양상이 펼쳐질 때마다 부작용도 동반돼 왔다"며 "생활양식을 급격히 변화시켜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거나 자연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목사는 "우리는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놀랍고 편리한 세계에 빠져 그 기술이 비약하는 현상을 경이롭게 바라보고 있다"며 "그러나 어두운 측면을 생각하면 부단히 그것이 인간과 자연을 위해 선용되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미나에서 논찬한 이민형 조교수.
논찬한 이민형 조교수(성결대 파이데이아학부)는 "한국 개신교회는 다른 종단에 비해 새로운 기술을 빨리 유용하고 신기술의 빠른 수용(Early Adapting)을 종교적 사명으로 여기는 듯하다"며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담론이 기술에 대한 검증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만들어졌고, 메타버스의 목회적 활용에 대한 교계 담론도 결국 '메타버스 교회'라는 유명무실한 버즈워드(가치가 없는 말)만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고 지적했다.

교회의 역할에 대해 그는 "교회는 기술이 만들어내는 불평등한 구조나 소외된 사람들, 삶의 왜곡을 집중 조명하고 이를 지적할 공동체"라며 "이를 통해 공적인 합리성을 주장하고 생명 존중, 사회적 구원 등을 기술 사회의 화두로 던질 수 있다면, 효율성과 편리성만을 지향하는 기술의 발전 논리에 대항할 담론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기술 발전의 시대를 살아가는 교회의 사명"이라고 주장했다.

또 논찬한 이정철 목사(PCUSA·국민대 조교수)는 "우리가 가장 우려해야 할 문제는 변화의 과정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정의가 잘 실천되고 있는가 하는 부분"이라며 "과거 크고 좋은 교회를 짓게 됐을 때 문제는 규모가 아니라 착취된 인력과 잊혀지거나 감춰진 생명의 희생, 부적절한 재원 마련, 재원 마련을 위한 부적절한 신학의 발전 등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교회는 혹시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에게 사용될 금전이 불필요하게 더 큰 건물을 짓고 더 비싼 기계를 설치하기 위해 사용된 것은 아닌가 물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대에도 우리는 디지털 목회로의 전환을 거부할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며 '이 전환의 과정에서 누가 소외됐고, 누가 희생되고 있는가?', '이 새로운 도구는 혹시 가진 자들만을 위한 도구는 아닌가?', '누가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는가?' 등의 질문을 제시했다.

안홍철 목사(본보 사장)가 '연신을 빛낸 동문상'을 수상했다.
한편 이날 연세대 신과대학동문회는 안홍철 목사(본보 사장)에게 기독 언론에 헌신한 공로로 언 '연신을 빛낸 동문상'을, 동문회 회장직을 역임한 유요한 목사(한강중앙교회)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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