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 성도 양산의 원인? 결국 교회에 있다"

"가나안 성도 양산의 원인? 결국 교회에 있다"

[ 기획 ] 특별기획/ 예비 '가나안 성도'를 막아라<2>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5년 12월 07일(월) 17:35

전쟁터 같은 세상서 살아남을 힘보단 권선징악적 설교만 쏟아져, "난 교회를 등졌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고등부 학생회 활동도 하고 성경학교도 가고, 그러고 보니 방언도 했었네요… 대학 진학 후 대학부 활동을 시작했는데 마치 우리들만 잘되면 된다, 우리 교회만 교인이 늘면 된다, '그저 우리끼리' 같은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큰 부담으로 다가 왔습니다. 캄보디아로 해외선교도 한번 갔었는데 현지인은 미개하고 한국인은 최고인데 그중에서도 한국의 기독교를 믿어야 한다는 식의 선교활동을 보고 그때부터 교회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벌써 20년이 지났네요." (피부과 전문의 김창민ㆍ가명)

"입사한 뒤 별보고 출근해 별보고 퇴근하는 생활을 이어가면서도 주일성수를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교회에서는 '착하게 신앙생활 잘하다 천국 가자'는 식의 설교가 심심치 않게 전해졌습니다. 견딜 수 없었습니다. 토요일도 없이 일하고 주일도 종종 출근을 해야 할 정도로 세상은 바쁘고 또 전쟁터인데 교회에 겨우 오면 전쟁터에서 살아날 힘을 주는 게 아니고 저 먼 나라 이야기, 전혀 현실을 감싸지 못하는 말들, 그저 죽어야만 무언가 희망을 얻는다는 내용의 설교들 뿐이었습니다. 교회와 등지게 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LG상사 이영권ㆍ가명)

더 이상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가나안 성도' 100만명 시대. 신앙생활을 하다 중단한 수많은 이들이 말하는 '교회에 나가지 않는 이유'는 각양각색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교회의 내부에 있다. 교회의 배타적 인식, 일방주의적 선교,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설교 등 이유를 들자면 한도끝도 없지만 이 모든 것이 결국 교회 안에서 야기된 일들인 셈이다. 

장신대 김은혜 교수(기독교윤리학)와 미국 프린스턴신학교 아시안-아메리칸 프로그램 책임자인 손디모데 교수의 공동 연구인 '한국교회 청년세대의 교회이탈에 대한 신학적 성찰과 장신신학의 윤리교육적 사명'에도 교회의 책임에 대한 부분이 기술돼 있다.

논문에는 청년들이 본 한국교회의 위기 상황을 △현대 사회 속에서 사사화(私事化)되어 공적 책임을 상실한 교회와 지도자들의 비도덕성으로 인한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생명력을 상실한 제도 종교의 형식주의와 교리적 경직성과 이러한 이유로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문제점인 신앙과 삶의 끝없는 괴리 △교회 청년들의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자긍심의 상실과 회의감  △종교 문화적 다양성을 배려하지 않는 배타적 선교적 자세 △변화하는 시대에 신앙의 정체성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응답하며 살아가도록 청년들을 위한 책임 있는 훈련과 양육의 부재 △시대에 부응하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함으로 신앙생활에 대한 흥미와 재미를 상실하고 있다는 점 등으로 꼽고 있다. 

다시 말해 이같은 교회 안의 위기상황이 고스란히 청년들이 교회 출석을 중단하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청년들을 대상으로한 집담회와 설문 결과를 통해 청년세대의 교회 이탈이 심각하다는 점을 밝힌 이 논문은 "청년들이 더이상 교리적 믿음이나 제도에 갇힌 신앙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 "도덕성이 결여된 신앙적 열정을 오히려 무례함으로 생각하고, 삶을 투자하지 않는 열심과 실천이 없는 궤변은 진리에 대한 믿음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기성세대의 신앙을 혹독하게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신앙과 삶의 다름', '신앙은 있으나 변하지 않는 교인의 삶' 등 괴리된 신앙인의 삶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청어람 아카데이 양희송 대표는 최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교회란 무엇인가, 혹은 어떤 곳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답을 하지 못하는 시대'라고 꼬집었다. 그는 "요즘 한국사회에서 교회는 '목회자들끼리 칼부림'을 하고 '목사가 성추행을 하며', '거액의 전별금을 받고 은퇴'하는 부정적 모습들로만 회자되고 있다"면서, "이같은 눈에 보이는 명확한 위기요인들을 무시한채 '우리교회만 잘되면 된다'는 식의 개교회주의에 매몰돼 있으니 교회를 이탈하는 가나안 성도를 줄일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회가 스스로 변화하기 위해 몸부림을 칠때에만 '가나안 성도의 복귀'와 '교인들의 추가 이탈'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장신대 임성빈 교수(기독교 윤리학)는 "미국의 학자 중에는 가나안 성도의 유형을 아예 교회를 떠난 탕자형과 간간히 교회에 나오는 유랑형, 교회에는 나와도 마음이 떠난 포로형 등으로 구분하고 있고 각각에 따른 해법도 다르지만 공통적인 부분이 있는데 바로 '교회가 교회다워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이라면서, "교회가 스스로의 자정 노력없이 가나안 성도를 막겠다거나, 혹은 돌아오길 기다리는 것은 일종의 요행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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