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대화', 풀려라 '갈등', 트여라 '화합'

열려라 '대화', 풀려라 '갈등', 트여라 '화합'

[ 기획 ] 특별기획'대화(對話)'가 '대화(大和)'를 만든다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6년 01월 05일(화) 17:11
   
▲ 지난2009년 도잔소25주년 국제협의회 모습. 이 자리에는 조그련 고 강영섭 목사도 참석했다.
   
▲ 지난 2014년 한장총 장로교의날 행사에서 당시 총회장 김동엽 목사와 합동 총회장이 서로의 잘못을 고백하며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다.

'대화(對話)'가 '대화(大和)'를 만든다

"다른 사람과 싸우지 않는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은 반상회, 교회 모임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의 모든 조직에서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의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미국의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유명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사회집단 속에서 갈등을 겪는다. '갈등(葛藤)'의 한자를 보면 '칡나무 갈(葛)', '등나무 등(藤)'으로 구성되어 있다. 갈등이 이런 한자로 이뤄지게 된 것은 칡은 왼쪽으로 감아올라가지만, 등나무는 이와 반대로 오른쪽으로 감아올라가기 때문에 이 둘이 함께 자라면 서로의 생장을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어의 어원도 재미있다. 갈등의 뜻인 'conflict'는 'con(together)'+'fl(fly 또는 flag)'+'ict'로 구성된다. 이는 새가 날면서 날개를 부딪혀 날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교회, 갈등의 집합소

2016년을 맞이한 우리 사회와 교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등나무를 칡넝쿨이 휘감고 있듯이 갈등으로 꽉 막혀 있는 형국이다.
 
현재 우리가 속한 한국 교계에서도 갈등의 양상은 마치 사회의 거울처럼, 때로는 더욱 지독하게 엉켜 있는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칼 진영은 보수와 진보를 대변하며, 서로를 향해 협력과 인정보다는 반목과 비판의 모습을 견지해왔다. 한국교회사 속에서 양측은 오해와 불신이 쌓여 있는 상태다. 최근 이러한 이념 갈등은 한층 더 심각해져 상대방은 '꼴보수'와 '종북좌파'로 몰리기 일쑤다. 에큐메니칼 진영과 복음주의의 갈등은 한국교회의 최대 교단인 장로교 통합과 합동의 갈등의 가장 큰 축이기도 하다. 이러한 갈등은 잠재되어 있다가 지난 2013년 WCC 제10회 부산총회 시 폭발하듯이 불거져 극심한 반대운동으로까지 이어졌으며 아직까지도 이전의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갈등도 심각하다. 경상도와 전라도로 대표되는 지역 갈등은 일반 사회에서도 심각하지만 교계에서는 이러한 갈등이 더욱 조장되고 견고해지고 있는 듯 하다. 특히 교단 내 선거 때나 부서의 수장을 뽑을 때 특정 지역들의 결속은 가끔 혀를 내두르게 할 때가 있다. 'OO직책은 반드시 OO도 출신'이라는 공식이 있는 것처럼 부당한 기득권을 주장하기도 한다.
 
도시교회와 시골교회와의 간극도 작지 않다. 상대적으로 사람도 많고 재정도 풍부한 도시교회와는 시골교회는 그나마 남아있는 이들도 거의 노인인, 그래서 자립도 어려운 상황에서 목회자와 성도들의 어려움은 점점 더 가중되고 있다. 시골교회는 도시교회의 모판인 동시에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반드시 함께 가야할 공동 운명체라는 점에서 도농교회의 협력과 상생을 위한 노력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주요 해결과제라 하겠다.
 
교회 내 남성과 여성의 입장 차도 여전하다. 남존여비(男尊女卑)의 사상을 가지고 있던 이 땅에 남녀 평등의 문화를 가져온 것이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교회는 사회에서보다 더 심각한 남녀차별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교회에서의 여성의 입장은 결코 남성의 입장과 동등한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 특히 선출직인 장로의 경우 교회 내 여성의 수가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들의 입장을 대변할 여장로의 숫자는 태부족이다. 이러한 문제는 교회나 교단의 중심부로 갈수록 더욱 커진다. 교단을 대표하는 총대에서 여성의 비율은 매년 1% 안팎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개교회에서도 여성이 주요 부서를 책임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렇게 다양하고 심각한, 다차원적인 갈등의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우리 교계에서는 나와 다른 너, 우리와 다른 그들을 향해 '포용과 화합'을 향한 노력보다는 '배제'라는 쉽고 안일한 길로 가고 있는 듯 하다.
 
신학자 미로슬라브 볼프는 '배제와 포용'이라는 책에서 정체성, 곧 자아와 타자와의 관계에 대해 "우리가 우리 자신인 것은 우리 옆에 있는 타자로부터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분리된 동시에 연결되어 있으며, 구별되는 동시에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정체성을 표시하는 경계는 장벽인 동시에 다리다"라고 말하고 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타자들에 대한 태도를 바꾸기를 요청하시는 분이시기에 최종적인 화해라는 결과물은 마지막날에 하나님의 최종적인 성취로 남겨두고 화해 추구를 목표로 삼아 타자의 존재를 지켜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통찰력 있는 지적이다.

# 대화는 화합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

오늘날 우리 사회 최고의 과제 중 하나는 사회 구성원 간 의사소통 단절을 해결하는 일이다. 불통과 분열, 그리고 이로 인한 갈등과 반목은 천문학적인 사회비용을 발생시킬 뿐 아니라 이 사회를 불신의 공간으로 만들어버려 개인과 집단의 삶의 질과 행복도를 떨어뜨린다.
 
이러한 불통과 단절의 사회 상황 속에서 우리 기독교인들은 치유와 화해의 메신저로 이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 상생과 화합의 길을 걸어야 할 책임이 있다. 소통과 화합의 첫걸음은 만남과 대화에 있다. 물리적 정서적 거리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는 법이며, 이 가운데 갈등의 당사자들에게는 억측과 편견이 쌓이는 법이다.
 
본보는 이 사회의 다양한 양극단의 갈등 주체들에게 만남의 자리를 주선해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고, 상대방을 이해해보는 연중기획 '대화(對話)가 대화(大和)를 만든다'를 기획, 한달에 한번 게재할 예정이다. 특히 본교단이 100회 총회의 주제로 '주님, 우리로 화해하게 하소서'로 선택한만큼 총회 기관지인 본보는 화해의 작은 물꼬라도 트기 바라는 심정에서 이러한 기획을 진행한다. 특히 이 기획은 소망교회(김지철 목사 시무)가 화해와 소통에 기여하는 의미로 적극 협력하고 있다.
 
물론 모든 대화의 결과가 소통과 화합으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때로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고 더 큰 갈등을 낳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대화야말로 소통과 화합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이며 다른 선택지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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