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프리즘>졸혼의 사회학

<문화프리즘>졸혼의 사회학

[ 문화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8년 01월 10일(수) 10:42

최근 방송, 드라마 등을 통해 '졸혼'이라는 개념이 회자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라는 뜻으로 이혼과는 다른 개념이다. 혼인관계는 유지하지만, 부부가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념으로 일본에서 들어온 새로운 풍속이다.

MBC 주말드라마 '밥상차리는 남자'와 지난해 방영된 KBS '아빠가 이상해'에서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소재로 졸혼이 등장하면서 최근 노년 부부들 사이에서도 졸혼이라는 새로운 개념에 대한 호기심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노년 배우 백일섭 씨가 실제로 졸혼을 했다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더욱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새로운 개념인 졸혼이 이슈가 되면서 학자들은 이 개념과 현상에 대한 문화ㆍ사회적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먼저 문화학자들은 졸혼이 나온 배경 중 하나가 평균수명의 연장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19세기까지의 평균수명에 비해 현재 평균수명은 2배 가까이 늘어난 상태로 인류는 지금처럼 평균적으로 부부가 오랜 시간동안 함께 살아온 적이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 과거에는 부부로서 함께 살아온 기간이 30~40년이 고작이었지만 최근에는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50~60년을 함께 살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와 함께 여성의 경제적 자립도 졸혼 풍속이 가능해진 사회적 배경 중 하나다.

경제적으로 자립을 하고 삶의 기반을 굳힌 여성들이 남자와의 결혼생활이 아니어도 살아가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황혼이혼이 연 1만건에 육박하고, 지난해 이혼 부부 중 황혼이혼이 34.8%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황혼 이혼의 요구자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남녀평등의 시대라도 해도 실상을 맞벌이 부부의 경우 가사노동 시간을 비교해보면 퇴근한 아내가 집안일을 3시간 14분을 할 동안 남편은 고작 40분을 할 정도로 아내의 짐은 훨씬 무겁다. 이런 상황에서 졸혼은 사회적으로 보다 받아들이기 쉬운 개념의 이별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노년 여성들의 선택옵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졸혼'이 행해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교인들도 전통이라는 탈을 쓴 낡은 인습을 버려야 성경적인 화목한 가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여성의 자아존중감과 사회적 지위와 신장된 요즘에도 결혼 후 아내에게 60년 이상을 밥하고 빨래하고 수발을 들라고 하는 남편은 그야말로 '간 큰 남자'에 다름 아니다. 포털사이트에서 실제로 간이 커지면 나타나는 의학적 증상에 대해 검색을 하면 여러 이유 중 적혈구 감소로 인한 '안면창백',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열거된다.

나를 위해 긴 세월 희생하고 헌신한 아내들의 반발로 얼굴이 창백해지고 숨조차 쉬기 어렵게 되기 전에 싱크대 앞에서 고무장갑을 끼고, 스마트폰으로 계란말이 요리법이라도 검색해서 식탁에 올려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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