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밥상' 나누는 선사교회

'새벽밥상' 나누는 선사교회

[ 우리교회 ] 예수님 위해서라면 자신의 것 아낌없이 나누는 나눔 실천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8년 09월 06일(목) 10:13
매월 둘째·넷째 주 새벽 4시 30분, 성남 모란역 고가도로 아래에서 거리 천사들의'새벽밥상'이 열린다. 일용직 근로자 등 지역 주민 100여 명이 선사교회가 제공하는 아침 한 끼로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있다.
새벽밥상 섬김에 참여한 선사교회 성도 및 자원봉사자들이 손 하트를 그리며 사랑 실천을 다짐하고 있다.
"새벽에 잘 차려진 밥 한 끼, 나 같은 일용직 근로자들에겐 최고의 사랑이죠. 교회가 나눈 그 사랑, 참 크고 넓어요."

토요일 이른 새벽, 여름의 끝자락 임에도 불구하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살랑살랑 불어대는 여름행 막차를 탄 바람은 분주한 사람들의 발걸음까지 가볍게 할 정도다. 하지만 그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도 마음 한편이 무거운 이들이 있다. 하루 벌어 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일용직 근로자들이다. 그런데도 "이 정도면 살만해"라고 입을 연 한 근로자는 등을 돌려 그 바람마저 애써 외면했다. 자연의 변화를 느끼는 감각조차 사치라고 여긴 걸까. 험난한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 소외된자들의 삶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살고자 몸부림치는 이웃들이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 인근 인력소를 나와 주변을 배회했다. 인력시장 마감이 다가와 고개를 떨궜지만, 모란역 고가도로 아래 거리 천사들이 베푸는 '새벽밥상'에 잠시 몸을 맡긴다. 뜨거운 국물에 만 든든한 아침 한 끼면 세상이 참 따뜻해 보인다고 했다.
선사교회 청소년들은 커피를 제공했다.
"새벽밥상은 참 귀한 밥상이에요. 오늘 아침 미역국 진짜 맛나네…."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는 그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는 바로 예수님의 사랑이고, 교회의 참사랑이었다. 소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한 끼로 사랑을 전하는 '새벽밥상', 2002년 설립된 서울강동노회 선사교회(박국배 목사 시무)의 중요한 사역이다. 1998년 IMF 위기로 직장을 잃고 일용직 근로자가 된 지역 주민들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모색하면서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매월 둘째·넷째 주 토요일 새벽 4시30분이 되면 지역 주민들을 찾는다. 담임 박국배 목사와 부교역자들은 늘 솔선수범했다. 성도들은 든든한 협력 꾼이다. 10년 이 넘는 기간 동안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지속할 수 있던 큰 이유이다. 입소문이 나면서는 지역 내 봉사자도 합류했다. 2년 전부터는 K-16 미군부대 김영호 군종목사와 교회 장병들이 동참하면서 성남 시민과 외국인들의 연합 봉사활동으로도 자리 잡았다.
선사교회 예배.

8월 25일 넷째 주 토요일 새벽, 박 목사와 성도, 자원봉사자 등 20여 명이 어김없이 천막과 간이주방을 설치하고 100인분의 식사를 준비했다. 시원해진 날씨 덕에 속도가 붙어 30분 만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 천막을 세우던 박국배 목사는 "선사교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 마을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섬기는 사역을 실천하며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데 있다"며, "새벽밥상은 선사교회와 성도들의 미래를 건강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교회의 이미지 쇄신을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벽밥상' 사역에는 선사교회 모든 공동체가 함께 한다. 초등부 교회학교를 비롯해 모든 부서가 1년에 두 차례 이상 의무적으로 참여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방학 기간에는 청소년들이 대거 참여해 사랑 나눔의 산 교육의 현장이 되고 있다.

밥상 테이블을 정리하던 중등부 김진강 군(15세, 수서중학교)은 "이른 아침 새벽밥상을 통해 힘든 하루를 시작하는 분들을 보면서 집에서 부모님께 투정하던 제 모습이 정말 부끄러워 반성했다"며, "밥 한 끼로 이웃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교회 농장에 마련된 배추밭.
이날 아침도 100여 명의 이웃이 새벽밥상을 찾았다. 날씨가 추워지면 한 끼를 찾는 이웃은 더욱 늘어난다. 결국 교회는 체계적이고 투명한 새벽밥상 운영을 위해 2013년 '선사월드디아코니아'라는 문화관광부 소관 비영리법인도 설립했다. 섬김 사역은'우동한그릇'과 '사랑의 김장 및 쌀 나누기', '이·미용봉사'로 확대됐고, 지역 사회를 위한 땀 흘림의 열매는 더욱 크게 맺혔다. 특히 우동한그릇은 성남시 분당구 보건소 내에서 약 처방을 받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즉석 식사로 인기가 높고, 교회 농장에서 성도들이 직접 재배한 배추와 고추 등의 재료로 담근 김치 나눔은 지역 주민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참신한 사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박국배 목사는 "선사교회의 모든 사역은 교회가 아닌 지역 주민, 특별히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선사월드 디아코니아의 설립 목적도 세상 모든 사람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물론이며, 나라와 민족과 세계를 위하여 올바르게 섬기고 봉사하는 행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데 있다"며, "한국 교회의 섬김, 디아코니아 사역이 회복되면 교회도, 마을도 더욱 건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매번 새벽밥상에 솔선수범해 참여하는 선사교회 박국배 목사.
교회는 디아코니아 사역 외에도 선사 어린이집과 선사 프리스쿨, 선사콘서바토리 등을 통해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크리스찬 리더 양성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또 올해에는 필리핀 원주민 사역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에 호산나치과병원과의 협력을 통해 자립선교를 위한 치과병원을 개소할 예정으로 해외까지 섬김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새벽녘 밥 한 끼를 시작으로 시간과 물질, 다양한 섬김을 자신들의 공동체보다는 지역 사회, 더불어 땅끝까지 나누고자 헌신하는 선사교회가 있어 우리 사회와 한국교회는 여전히 희망을 노래한다.


#박국배 목사 인터뷰.

선사교회는 2002년 성남 분당구 서현동 가축병원 강당에서 첫 예배를 드렸다. IMF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예배당 부지를 알아보던 중 영락교회 고 이여황 권사가 2200평의 토지와 교회 건축 헌금을 드림으로 세워졌다.

박국배 목사는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확신하며 한 권사님께 값없이 받은 그 큰 사랑을 나누기 위해 믿고 순종함으로 목회를 하고 있다"며, 선사교회는 △선한 사명을 실천하는 교회 △선교적 사명을 잘 감당하는 교회 △선한 사마라인을 본받는 교회 △선한 사람으로 회복돼 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했다.

한편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을 이 세상에 잘 드러내는 것이 선사교회의 사명"이라고 강조한 박 목사는 "디아코니아 사역 외에도 특별히 다음세대 교회 교육을 위한 체험과 실천의 전인적 신앙교육을 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목사는 이를 위해 "크리스찬으로서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교회의 기둥이 되는 역량 있는 평신도 사역자를 세워가는 일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국배 목사는 '새벽밥상' 등 다양한 섬김을 통해 사랑 실천에 동참하고 있는 온 성도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전했다.

그는 "나오기 힘든 시간에 모이기 힘든 장소에서 묵묵히 섬기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헌금과 봉사, 기도와 시간으로 변함없이 사랑 나눔을 실천하는 모든 성도들에게 항상 감사할 뿐이다"라며, "예수님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것도 아낌없이 나누는 우리 성도들의 삶이 진정한 크리스찬의 삶이다"라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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