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나의 교회가 둘로 나뉘었는가?

왜 하나의 교회가 둘로 나뉘었는가?

[ 논쟁을통해본교회사이야기 ] <7> 필리오케 논쟁

박경수 교수
2019년 10월 25일(금) 00:00
동·서방교회가 분리되다

그리스도교라는 하나의 울타리 안에 있던 동·서방교회가 1054년 결국 완전히 결별하였다. 로마를 중심으로 한 서방측은 '가톨릭교회'라는 이름으로,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한 동방측은 '정교회'라는 이름으로 갈라섰다. 분열의 결정적인 계기는 1054년 콘스탄티노플의 총대주교 케룰라리우스가 교황을 자처하는 로마의 감독 레오 9세를 '이단자'로 규정한 일이었다. 이에 레오 9세가 특사를 콘스탄티노플로 파송하여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의 파문을 선언하는 문서를 '하기아 소피아' 교회당의 제단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양측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 것이다. 1054년 7월 16일의 사건이었다. 서방은 자신들이 '가톨릭'(catholic) 즉 보편교회라고 주장했고, 동방은 자기들이 '정교회'(orthodox) 즉 정통교회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상 분열된 교회는 결코 보편성도 정통성도 독점할 수 없었다.



필리오케 논쟁

동·서방교회의 분열을 초래한 가장 중요한 신학적 쟁점은 '필리오케'(filioque)를 둘러싼 논쟁이었다. 라틴어 필리오케는 '그리고 아들로부터'라는 뜻을 지닌 단어이다. 로마를 중심으로 한 서방교회는 사실상 동방교회가 주도하여 작성한 '니케아(325)-콘스탄티노플(381) 신조'를 일찍부터 승인하고 받아들여 왔다. 이 신조의 성령에 대한 고백을 보면 '성령이 아버지로부터 나오신다'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서방교회는 6세기 경부터 원본에는 없는 필리오케라는 단어를 추가하여 '성령이 아버지(와 아들)로부터 나오신다'라고 고백하기 시작했다. 문헌상으로는 589년 스페인 톨레도에서 열린 교회회의에서 필리오케를 삽입하기로 처음 결정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서방은 자연스럽게 필리오케가 들어간 신조를 암송하기 시작했다.

동방교회는 무엇보다 전체 교회가 공식적으로 승인한 신조를 서방교회가 자신들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마음대로 변경했다는 사실에 분개하였다. 더욱이 성령이 아버지로부터 나오는 영이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로부터 나오는 영이라고 말함으로써 성령을 종속적인 위치로 전락시킨 것은 진정한 삼위일체를 부인하는 이단적 사상이라고 비판하였다. 하지만 서방교회는 성자가 성부와 동일본질이라면 성령은 성부의 영이신 동시에 성자의 영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보혜사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요 14:26), "내(예수)가 그(성령)를 너희에게로 보내리니"(요 16:7)와 같은 말씀에 근거하여 성령이 아버지와 아들로부터 나오신다고 주장하였다. 동방교회가 성령의 아버지로부터의 '단일발출'을 지지했다면, 서방은 아버지와 아들로부터의 '이중발출'을 주장한 것이다.



또 다른 분열의 원인

동방과 서방의 교회를 갈라놓은 문제가 단지 신학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어쩌면 신학 외적인 다른 요인들이 더 근원적인 분열의 원인으로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동방과 서방은 언어가 달랐다. 동방은 그리스어를 사용했고, 서방은 라틴어를 사용했다.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사고의 체계와 문화가 다름을 의미한다. 실제로 서방 신학의 대표자라 할 수 있는 아우구스티누스는 그리스어를 말하지도 읽지도 못했다. 따라서 그는 동방 신학에서 자신과 버금가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오리게네스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처럼 언어의 차이가 동·서방의 소통을 가로막았고, 이 같은 불통이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초래하여 결국 분열로 이끌었다.

또 다른 중요한 분열의 원인은 정치적 요인이다. 로마제국이 330년 로마에서 콘스탄티노플로 수도를 옮긴 이후 정치와 종교의 중심 무대는 줄곧 콘스탄티노플이었다. 초대교회 일곱 차례의 보편공의회가 모두 동방에서 개최되었고, 그 가운데 세 차례가 수도 콘스탄티노플에서 개최된 것만 보더라도 동방이 초대교회 역사의 중심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초대교회를 대표하는 다섯 도시, 즉 로마, 콘스탄티노플, 알렉산드리아, 안티오케이아(안디옥), 예루살렘 가운데 로마를 제외한 네 도시가 모두 동방교회에 속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방교회는 서방에서 새롭게 등장한 프랑크 제국과 손을 잡고 옛 로마제국의 부흥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마침내 800년 성탄절에 교황 레오 3세가 베드로 성당에서 프랑크 제국의 샤를마뉴에게 황제의 관을 씌워 서로마제국의 새로운 황제로 세웠다. 이제 동방과 서방 모두 독립적인 정치권력을 갖게 되었고, 총대주교와 교황이 각각의 정치 권력자와 발을 맞추게 되면서 이들의 간격은 더 멀어졌다.

그 외에도 동방과 서방 사이에 놓인 크고 작은 차이점들이 있었다. 서방교회는 로마 교황의 수위성(首位性)을 주장하지만, 동방교회는 다섯 중심도시의 총대주교들이 모두 동등한 권위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방교회는 예배의 성만찬에서 무교병을 사용하지만, 동방교회는 발효되지 않은 빵의 사용을 유대교의 잔재로 보았기 때문에 발효된 빵인 유교병을 사용한다. 서방은 중세 이래 성직자의 독신을 고집하지만, 동방교회는 원칙적으로 사제의 결혼을 허용한다. 물론 동방교회에서도 고위 성직자는 독신자들 중에서 선출하고, 서방교회에서도 특별면제조항을 두어 결혼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였다.



연합의 가능성을 향하여

필리오케라는 한 단어가 '하나의, 거룩한, 보편적, 사도적 교회'를 나누는 일이 없도록, 일찍이 동방의 신학자 다마스쿠스의 요한(675~749)은 '아버지로부터 아들을 통해' 성령이 나오신다고 할 것을 제안한 바가 있다. 그러나 동·서방교회는 필리오케 논쟁과 더불어 언어, 정치, 교권, 예전, 문화의 차이점들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1054년에 완전히 결별하고 말았다. 이후 서방교회의 리옹공의회(1274)와 페라라-피렌체공의회(1438~39)에서 다마스쿠스의 요한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연합의 길을 모색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서방이 제4차 십자군(1202~04) 때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한다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고 약탈했을 뿐만 아니라 라틴제국을 세워 1261년까지 점령자로 군림했던 결코 화해할 수 없는 사건이 발생했던 탓이 컸다. 이에 대해서는 2001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동방교회에 정식으로 사과하기도 하였다. 대분열 이후 거의 천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두 교회의 연합 가능성은 아득히 멀기만 하다. 어쩌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리스교 유산의 '풍부한 다양성'을 위해 각자의 전통에 최선을 다하는 길이 진정한 연합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박경수 교수/장신대
하나님의 은혜를 거절할 수 있는가?     <20>아르미니우스 논쟁    |  2020.11.27 14:48
과연 종교개혁은 꼭 필요했는가?     <18>종교개혁의 정당성 논쟁    |  2020.09.25 11:16
유아에게 세례를 주는 것은 정당한가?     <16>유아세례 논쟁    |  2020.07.24 10:49
사순절에 소시지를 먹어도 되는가    <14>사순절 금식 논쟁    |  2020.05.25 11:45
왜 부활절은 매년 다른 날에 지키는가?     <12>부활절 날짜 논쟁    |  2020.03.31 15:46
유명론이 어떻게 중세 스콜라신학에 위협이 됐는가     <10>보편논쟁    |  2020.01.23 17:37
주님은 황금관도 지팡이도 지니지 않으셨다     <8>서임권 논쟁    |  2019.11.28 14:45
성상파괴주의 vs 성상옹호주의    <6> 성상파괴 논쟁    |  2019.09.27 00:00
오직 은혜로? 오직 은혜로!    <4> 자유의지와 은혜 논쟁    |  2019.07.26 00:00
신학이 철학을 만날 때    <2> 신학과 철학의 관계 논쟁      |  2019.05.24 00:00
삼위일체 논쟁        |  2019.04.25 17:36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3>그리스도론 논쟁    |  2019.06.21 00:00
배교자가 집례하는 성례도 효력 있나    <5> 도나투스 논쟁    |  2019.08.30 00:00
예수님은 왜 우리를 위해 죽으셨을까?     <9>속죄론 논쟁    |  2019.12.24 17:10
교황인가, 공의회인가?     <11>공의회 우위설 논쟁    |  2020.02.28 16:41
"교회의 진정한 보물은 공로가 아닌 복음이다"     <13>면벌부 논쟁    |  2020.04.22 11:15
성만찬에 예수 그리스도는 어떻게 임재하는가?    <15>성만찬 논쟁    |  2020.06.24 10:20
인간의 의지가 구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17>의지의 자유 논쟁    |  2020.08.28 10:27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비(非)본질인가?    <19>아디아포라 논쟁    |  2020.10.21 15:42
왜 하나의 교회가 둘로 나뉘었는가?    <7> 필리오케 논쟁    |  2019.10.25 00:00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