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일자리 잃고 무료진료도 어려워져

코로나19로 일자리 잃고 무료진료도 어려워져

[ 12월특집 ] 코로나19와 노숙인 (1)코로나 시대를 지나는 노숙인들

이필숙 목사
2020년 11월 30일(월) 10:26
코로나 19, 눈에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이 존재가 우리의 숨결이 미치는 모든 일상을 비집고 들어온 지도 한 해가 다 되어간다. 개인위생 준수 및 마스크 착용을 통해서 코로나 시대의 생존전략이 몸에 익을 만도 하지만, 그 끝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삶에 대한 비관적 태도를 종용하는 듯하다. 그래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주고받던 소소한 대화조차도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돌변해 버린 지 오래다.

찻잔을 앞에 두고 상대방의 얼굴에 침을 튀기며 일상을 나누던 일도, 새벽녘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가며 인력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일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쉼터 옆 공원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일도 이제 추억이 되어 버렸다. 코로나는 우리 모두를 한숨 짓게 하지만, 노숙인 시설의 침대 한 칸을 삶의 보금자리로 삼으며 일상을 버티어 오던 이들에게는 훨씬 더 잔혹했다. 이 이야기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노숙인들과 이들을 돕는 쉼터에 관한 것이다. 매일 이들의 처절한 일상을 마주해야 하는 필자로서는 누구보다 이 코로나가 원망스럽다.

필자가 사역하고 있는 '금정희망의집(이하 희망의집)'에는 현재 대략 40여 명의 노숙인이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각기 다양한 삶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 성인 남자가 침대를 사이에 두고 한 장소를 공유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여기에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어버린 이들의 넋두리와 푸념들이 더해져 냉랭한 기류가 넓은 거실에 흐르는 날도 많아졌다. 낮아질 데로 낮아진 이들의 자존감이 어디까지 낮아질지 그 끝을 알 수 없다. 희망의집의 터주대감 노릇을 하던 팔순의 노인도, 무엇이든지 수리를 해내는 손재주를 가진 아저씨 한분도 코로나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다. 간간히 있던 잡일조차도 이들의 손길을 마다한지 오래다. 다만 필자와 희망의집 직원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소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희망의집에 있는 노숙인들뿐 아니라 우리나라 노숙시설에 있는 대부분의 노숙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노숙인들을 가장 지치게 만드는 것은 철저한 방역수칙도, 마스크 착용도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땀을 흘리던 노동현장이 그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에 신용불량자인 노숙인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현장으로 입장조차 할 수 없다.

노숙인들은 대부분 신용불량자들이 많아 일을 할 때는 타인의 신분증으로 건설 현장에 출입하곤 한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으로 인하여 정확한 신상정보를 남기는 것이 필수가 되었기에 타인의 신분증을 가지고 현장 출입을 하던 관례는 완전히 금지됐다. 이제 노동현장 직원들이 일일이 신분증과 얼굴을 대조할 뿐 아니라, 하루 품삯 지급도 현금대신 인터넷 뱅킹으로 바뀌었다. 애초에 금융거래가 불가능했던 이들에게는 막노동조차도 꿈이 되어 버린 것이다.

휴대전화기를 켜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QR코드 조차도 타인 명의로 휴대전화기를 사용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머나먼 이야기이다. 이제껏 막노동 현장이 이들의 땀방울을 거절한 적은 결코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는 이들의 마지막 희망의 불씨조차 날려버릴 판이다. 직원들이 이들에게 소일거리라도 찾아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그것마저도 녹록치 않다.

그리고 노숙인들이 항상 이용하던 의료기관도 코로나 여파로 인하여 제한적으로 변해버렸다. 코로나 이전에는 사소한 감기, 근육통 및 관절통 등이 있을 때에는 언제든지 지역 보건소나 국립의료원을 방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하여 지역 보건소는 선별진료소가 되었기에 일반 진료를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너무도 어렵게 되었다. 상황은 국립의료원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이전에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 무료로 의료지원을 받아왔으나, 현재는 무료진료의 제약이 너무도 많아졌으며, 개인의 경제적부담도 증가했다. 아픈 것도 서러운 데, 이제 아픈 곳을 어루만져 줄 치료의 공간도 저만치 멀어져 간다. 의사 선생님 앞에서 아프다고 속 시원하게 말하기조차 어렵게 되어 버렸으니, 이게 무슨 촌극인가?! 코로나 확산을 통제하고 확진자들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로 인하여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지원이 축소되어 버린 것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노숙인, 이들은 세상 누구보다 암울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물론,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이기에 이들이 특별히 더 힘들고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것도 참으로 조심스럽다. 하지만 이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필자로서는 이들이 일반적인 우리들이 힘들어하는 딱 그 만큼만 힘들고 어려워했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 한국교회가 이들에게 아직 세상이 살만하고 아름답다는 따스함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도한다. 이들에 대한 경제적, 물질적 지원이 절실하다.

아무튼 필자는 코로나 시대야 말로 우리 사회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교회가 몸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긴다. 언젠가는 이 잔인한 코로나 바이러스도 의학적 통제 안에 들어올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백신이 개발된다면, 우리 사회는 이전의 일상을 조금씩 회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밝은 미래를 기대하는 차원에서 우리는, 나 자신의 안전을 위한 타인과의 물리적 거리두기에 익숙해질지언정, 타인의 아픔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그리스도의 사랑만큼은 우리의 자존심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오늘도 희망의집 모든 직원들은 아저씨들에게 절망의 시대 속에서 소망을 보여주기 위해 온 몸으로 동분서주한다.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 그들 인생에 뿌리를 내리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이필숙 목사/금정희망의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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