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뀌어도 교회는 온기로 그 세상 품어야"

"세상 바뀌어도 교회는 온기로 그 세상 품어야"

[ 12월특집 ] 코로나19 사태와 노숙인 (4)노숙인과 교회의 역할

김치헌 목사
2020년 12월 16일(수) 17:05
우리의 일상이 얼어붙었다. 평범했던 사람 간의 만남을 가질 수 없고, 배워야 할 시기에 학교에 갈 수 없고, 예배를 드리고 싶어도 교회를 갈 수 없다. 경기는 침체되고, 직장인들은 일터를 잃고 있다. 우리의 마음 또한 얼어가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피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혐오하고, 공공장소에서 떠들거나 기침을 하는 사람을 경멸한다. 일상도 마음도 모두 동장군을 만났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세상이 추워지면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대상은 취약계층이다.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취약계층에게 실직과 생활고는 곧 생존의 위기가 된다. 필수적인 먹거리나 잠잘 곳을 상실한 이들은 빈곤의 극단에서 결국 노숙인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코로나 19의 타격으로 이러한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여파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IMF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도 그랬다. 비록,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치료제 개발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우리의 삶이 온기를 회복하기까지는 또다시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취약계층은 여전히 위기 상태일 것이고, 노숙인의 고통은 가중될 것이다.

혹한이 닥쳤다. 이 위기 앞에서 교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역사를 살펴보면 인류가 혹한을 견딘 것은 지금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선사 유적지에 가면 1만 년 이전의 인류 흔적을 볼 수 있다. 1만 년 이전이면 마지막 빙하기로서 영하 40도까지도 내려가는 시기이다. 대지는 얼음으로 덮여있어 먹을거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일 년의 대부분은 살을 에는 추위가 지속되었지만 칼바람을 막아줄 집이 없었다. 땅을 파고 초목으로 지붕을 덮은 움집이 전부였다. 롱패딩이나 히트텍 내복도 없었다. 짐승의 가죽을 엮어서 겨우 중요한 부위나 가리는 정도였다. 추위를 견딜만한 조건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인류는 살아남았다. 그 비결이 무엇일까? 앤드루 마는 '세계의 역사'라는 저서에서, "인류 역사는 엘리트가 만들고 이끌어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맨처음 엘리트로 '어머니'를 제시한다. 그 어머니는 유사 이래로 지금까지 있어온 모든 어머니이다. 인류는 어머니의 품 안에서 살아남았다. 뜨거운 피의 온기가 있는 그 품에서는 세상을 얼어붙게 만드는 동장군이 녹아들고, 살을 에는 바람도 기세를 잃는다. 어린 아기가 포근히 안겨 쌔근쌔근 잠을 잘 수 있다. 어머니의 품이 있었기에 인류는 빙하기의 혹한 속에서 살아남고,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었다.

성경을 살펴보면, 이러한 품의 근원은 하나님이다. "광야에서도 너희가 당하였거니와 사람이 자기의 아들을 안는 것 같이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가 걸어온 길에서 너희를 안으사 이곳까지 이르게 하셨느니라."(신 1:31)

위기 앞에서 하나님은 항상 우리를 품고 계신다. 그리고 이 품의 현장은 교회이다. 칼뱅은 '기독교강요' 최종판(1559), 제4권의 첫 장에서 교회를 '모든 신자들의 어머니'라고 부른다. 칼뱅에 따르면, 교회는 하나님으로부터 부여 받은 목회적 역할로서 어머니이며, 하나님께서 당신의 연약한 자녀를 돌보기 위해 모성적 기능을 부여하신 '어머니'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품으로 세상을 품어주는 어머니의 역할을 하는 존재이다.

교회가 어머니로서의 목회적 역할을 해준다면 우리는 이 한파를 극복할 수 있다. 필자가 그것을 믿는 이유는 그간 한국교회가 보여주었던 목회 실천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IMF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닥쳤을 때 거리에는 노숙인이 넘쳐났다. 파산과 실직과 가정해체로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얼어 죽어갔다. 그 때 가장 먼저 나서서 노숙인을 돌본 곳이 교회였다. 그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고, 잠자리를 마련해주고, 일자리를 얻어 사회와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왔다. 어린 아기를 품에 안고 자신의 온기로 생명을 지키는 어머니처럼, 한국교회는 여린 생명을 품에 안고 위기를 극복해주었다. 어쩌면 지금도 한국교회는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그 역할을 감당하고 있을 것이다. 필자가 부교역자로 섬기고 있는 교회는 11월부터 '노숙돌봄 아웃리치' 활동을 하고 있다. 노숙인의 동사 사고 예방을 위해 성도들이 거리로 나가고 있다. 바자회와 헌금으로 마련한 기금으로 노숙인에게 응급잠자리를 지원하고, 도시락과 파카 등을 제공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힘겹게 한파에 맞서고 있을 노숙인을 교회가 외면할 수 없다는 마음에서다. 이러한 온기가 얼어붙은 세상을 녹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삶이 달라질 것이라 한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전혀 다른 삶이 요구될 것이라 한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어도 인간을 보존하는 근본은 바뀌지 않는다. 그것은 어머니의 품과 같은 온기가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위기 때마다 하나님은 우리를 안으셨고, 교회는 그 온기로 세상을 품었다.

지금은 코로나19 시대다. 빙하기 못지않은 한파가 불고 있다. 이러한 동장군 앞에서 한국교회가 또 다시 세상을 품는 어머니로서의 목회적 역할을 해준다면, 동사의 위기에 처한 많은 생명을 지키고 살려낼 것이다. 필자는 한국교회에 감히 요청하고 싶다. "한 번 더 세상을 품어주십시오. 교회의 온기로 생명을 지켜주십시오."


김치헌 목사 / 실로암교육문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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