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노숙인, 몰아내지 말고 벗어날 수 있게…

거리 노숙인, 몰아내지 말고 벗어날 수 있게…

[ 12월특집 ] 코로나19 사태와 노숙인 (3)거리 노숙인의 현실과 실태

주훈 목사
2020년 12월 10일(목) 16:51
한국사회가 '노숙인'이라는 이름으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을 시기는 총리령으로 긴급 설치된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로 기억된다. 당시 기독교 어느 교단보다도 우리 통합측 교단이 발 빠르게 대처했다는 점은 누구나 주지하는 사실이며 하나님으로부터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교인 100명 미만의 소형교회가 당시 쉼터를 반 이상 설치했다는 점은 재정의 어려움으로 작용했으며, 대형교회가 반성하며 본받아야 할 사항이다.

이전에는 '부랑인'이라는 이름으로 시설보호 중심의 정책이 오랜 기간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2011년 6월'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어 노숙인 지원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에 따라 기존의 부랑인과 노숙인으로 이원화된 명칭과 지원체계도 '노숙인'이라는 단일 명칭으로 통합되어 새롭게 재편되는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이렇듯 노숙인 복지체계 및 복지 전반이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발전되어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수도권을 포함한 서울시와 광역시를 중심으로 시설보호 노숙인은 어느 정도 파악되고 있지만 거리노숙인과 쪽방촌은 몇 명이나 존재하고 있는지 아직도 명확한 집계조차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이 노숙인과 쪽방촌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물론 거리노숙인의 집계가 다른 복지 대상자들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조사나 집계의 한계가 있음은 필자도 인정하는 바이다. 그러나 우리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전염병, 코로나19와 함께 장기간 살아가야만 하는 오늘날 이 시대에 거리 노숙인과 쪽방촌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관심이 매년 12월쯤 절기행사 정도로 치부할 사항이 아니라, 한국 교계와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그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잔잔히 일어나야 한다고 본다.

정부와 광역지자체는 노숙인과 쪽방촌의 실태와 현황을 나름 발표해왔고 그것을 근거로 정책을 펼쳐 왔다. 하지만 그것이 전국의 시설입소 노숙인과 쪽방촌의 실태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거리 노숙인의 현실과 실태의 정확성을 확보하지 못하였고, 또한 그들이 필요한 만큼 예산과 자원이 투입되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한국 교계는 교단별, 교회별 성숙된 사회인식과 거리 노숙인 업무 매뉴얼을 가지고 적어도 거리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가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 투입하여 세부적 업무 지침을 마련하고, 특히 거리를 헤매는 노숙인 등 위기계층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반드시 이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그들은 이 땅에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최고의 약자이며, 허술한 노숙인 보호사업과 안전대책에서의 문제가 반드시 개선되도록 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할 사명이 그리스도인에게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정부 복지정책 수립에서 노숙인 관련 정책과 예산을 편성, 입안할 때도 노숙인들에게 미래성과 발전성이 없다는 것에 주안점을 두기보다는 한 사람의 개별성과 존귀함에 주안점을 두고 정책 입안이 수립되기를 바란다. 교단 및 교회도 이러한 차원에 입각해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라고 하신 말씀이 그리워지는 때이다. 지극히 작은 자들의 벗이 되기를 오늘도 간절히 소망해 본다.

한국 교계의 잘 지어진 건물들도 이제는 코로나 대응과 위기에 처한 거리노숙인들을 위하여 1997년 IMF위기 때와 같이 응급쉼터로 개방 및 정착되어지기를 필자는 제안해 본다. 필자도 신학을 하기 전 노숙인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 혹한기 노숙인들의 동사 방지를 위하여 '아웃리치'라는 이름으로 동절기 임시쉼터를 활용하시라고 홍보차 역주변 거리로 나간 적이 있다.

노숙인 복지 선진국들의 대책은 이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국 특히 영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동절기 대책으로는 야간쉼터(night shelter)를 마련하거나, 동절기 임시쉼터(Cold Weather Shelter), 비어있는 건물을 활용한 회전쉼터(rolling shelter)를 이용하여 동절기에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대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1990년대 초반 실업과 빈곤으로 국철역 주변의 거리 홈리스로 시민들의 민원이 심각해지자 "공공서비스로서 사회문제의 방파제가 되겠다"는 기조 하에 노숙인을 역사에서 몰아내기 식이 아닌, 국철의 재원과 민간의 재원을 동원하여 탈노숙과 지역정착을 돕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역 주변 또는 국철숙소 등에 '응급숙박시설'과 '주·야간상담소'를 설치하여 민간단체와 함께 노숙인이 활용 가능한 자원을 연계했을 뿐만 아니라 노숙인과 여행자 등이 집중하는 역사에 'SOS센터'를 설립해 긴급상황에 대처했다. 이는 거리 노숙인을 몰아내는 것이 아닌, 공공역사에서 '긍정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런 정책은 공공역사가 여행객뿐 아니라 위기 상황에 놓인 모두를 위한 공간이라는 인식개선을 전제로 한다.

필자는 20여 년 동안 부랑인, 노숙인들과 함께하는 일들을 통해 동거동락 해왔다. 집이 없고 가난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빈부의 격차는 항상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가난하고 거리를 헤매는 것이 따가운 눈초리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과 관심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회와 그리스도인이 그리워지는 시기다. 더구나 코로나 19와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거리노숙인들과 쪽방촌 사람들에게는 어느 때보다도 사랑과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필자도 한 줄 제언하고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들을 비난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다만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할 의무만 있을 뿐이다".

그들의 이름은 거리 노숙인이다.

주훈 목사 /포항참사랑공동체 노숙인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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