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기독교 공동체의 삶(행 2:42~47)

최초의 기독교 공동체의 삶(행 2:42~47)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3

이승호 교수
2022년 09월 07일(수) 15:02
오순절 성령의 역사를 통해 예루살렘에 최초의 기독교 공동체가 생겨난다(행 2:37~41). 성령이 오시면 능력을 받아 예수의 증인이 되리라는 예수의 약속이 본격적으로 성취되기 시작한다. 베드로를 포함한 다른 제자들의 놀라운 변화(행 2:14~36)도, 신도 수가 삼 천이나 "더해진 것"(행 2:41, 수동태의 주체는 성령)도 성령의 능력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누가는 성령의 역사로 시작된 예루살렘 공동체의 삶을 세 번에 걸쳐 간략하게 서술한다(2:42~47; 4:32~35; 5:12~16). 여기에 나오는 초기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성령 충만(자기 비움)을 통해 예수를 주와 그리스도로 믿는 사람들(행 2:36)의 가치관과 삶이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지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행 2:42~47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네 가지 공동체의 중요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는 가르침을 받는 공동체이다. 가장 먼저 사도들의 가르침이 나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도들이 지상의 예수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목격자요 증인이라면, 그들의 가르침은 곧 예수의 가르침을 의미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공동체에서 그들이 믿고 섬기는 주님의 교훈을 배우는 것은 가장 우선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도들의 가르침이 진리임은 그들을 통해 나타난 기사와 표적들이 입증해 준다(43절). 예수의 기적이 하나님 나라의 선포에 대한 가시적인 징표인 것처럼, 사도들의 기적은 그들의 선포와 가르침이 하나님의 뜻에 부합된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이런 기사와 표적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경외심이었다(2:43; 5:5, 11; 8:13).

둘째는 사랑하는 공동체이다.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몸으로 하나가 된 공동체(41절)가 서로 연합하고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서 '교제'란 말은 헬라어 '코이노니아'의 번역인데 이러한 교제는 성도 간의 재산 공유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44~45절; 참조 4:32). 예수의 부활을 확신하는 성도들에게 돈이나 권력은 더 이상 절대적인 가치가 되지 못한다(행 4:33~34; 행 26:29 참조). 이러한 재산 공유 공동체의 가장 큰 특징은 자발성이었다(4:32~35 참조). 가진 자가 자신의 전 재산이나 그것의 일부를 내놓는 것은 성령의 감동에 따른 자발적인 헌신이었다. 다양한 인종과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사랑으로 하나가 된 공동체의 존재 자체가 외부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가장 강력한 매력과 동기가 되었을 것이다.

셋째는 예배하는 공동체이다. 처음 교회는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만날 때마다 떡을 떼며 기도에 힘썼다. "떡을 떼다"는 말은 단순히 음식을 나눈다는 의미보다는 공동식사와 함께 거행된 성만찬을 의미할 것이다(고전 11:17~34 참조). 처음 그리스도인들이 예수의 모범을 따라 자주 식탁공동체로 모인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성만찬과 함께 처음 공동체의 주요 예배 행위는 기도였다. 사도행전에는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그리스도의 삶에 있어서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1:14; 3:1; 6:4; 10:4, 31; 12:5; 16:13, 16). 이전에는 성전에서 행해지던 예배와 기도가 이제는 어떤 특정 장소나 공간을 넘어서 성령이 임하시는 곳이면 어디서든 드려진다. 처음 교회가 성전에서 모이기도 했고 집에서도 모였다는 점(46절)은 오늘날 교회의 공식적인 예배와 비공식적인 소그룹 모임 간의 바람직한 균형을 예시할 수 있다.

넷째는 전도하는 공동체이다. 물론 본문에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전도했다는 언급은 없다. 그러나 "주께서 구원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는 2:47의 요약은 처음 기독교 공동체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온 백성의 칭송(47절)은 그들의 경건한 삶과 사랑의 교제가 불신자들에게 끼친 가시적인 영향을 말해준다. 교회의 일치와 연합(2:46; 4:32; 5:12), 상호 사랑, 모범적인 삶의 방식이 지역사회에 매력적인 것으로 드러날 때 교회는 그 자체로 세상에 대한 선교적 공동체가 된다. 사도들의 강력한 선포와 교회의 변화된 삶이 초기 교회 선교의 중요한 요소로 나타난다.

처음 교회는 하나님과의 수직적 관계와 이웃과의 수평적 관계의 균형을 이루었기에 부흥할 수 있었다. 오늘날 교회의 참된 부흥은 이러한 초기 그리스도인의 영성을 회복하는 데 있다. 그들에게는 분명 우리가 잃어버린 교회 본연의 모습이 있었다.

이승호 교수 / 영남신학대학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