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지도자를 택하다(사도행전 6:1~7)

일곱 지도자를 택하다(사도행전 6:1~7)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5

이승호 교수
2022년 09월 21일(수) 17:58
일곱 지도자를 택하다(사도행전 6:1~7)

사도행전 전체 문맥에서 볼 때 본문은 사도행전의 첫 주요 단락(2:1~6:7/예루살렘에서의 복음 확장)을 마무리하고 다음 주요 단락(6:8~8:40/유대와 사마리아로의 복음 확장)으로 넘어가는 교량 역할을 한다. 또한, 예루살렘이 근거지였던 교회가 처음으로 예루살렘 밖으로 확장되는 주요 전환점의 배경을 제시한다.

문제의 발단(1절)

기독교 공동체에서 최초의 내부 갈등이 일어난다. '제자'는 '그리스도인'이란 명칭(행 11:26)이 생기기 이전 예루살렘 공동체 구성원을 가리키는 용어이다(행 2:1). 갈등은 공동체 내부의 '히브리파 유대인'과 '헬라파 유대인' 사이에서 불거졌는데 원인은 '헬라파 유대인' 과부들이 '매일의 구제'(디아코니아)에서 차별을 받았기 때문이다. '히브리파 유대인'은 팔레스타인 본토 태생으로 아람어를 사용하는 유대인 그리스도인이고 '헬라파 유대인'은 디아스포라 출신으로 헬라어를 사용한 유대인 그리스도인으로 보인다.

'헬라파 유대인'은 헬라 문화가 주도하던 이방 지역에서 살다가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복음을 듣고 신자가 되었을 것이다(행 2:5~12 참조). 따라서 두 그룹 간에는 언어적 차이뿐만 아니라 문화적, 신학적 차이도 배제할 수 없다(행 6:8~15, 7:48~53 참조). 고향을 떠나 예루살렘에 이주해 온 '헬라파 유대인' 과부들은 예루살렘 토박이와는 달리 친족이 없어 남편이 죽게 되면 살아갈 길이 막막했다. 그래서 그들은 '매일의 구제'를 통해 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 '히브리파 유대인'에 의해 소홀히 대우를 받자 '헬라파 유대인' 쪽에서 불평과 원망이 제기된 것이다. 이것은 금전과 연관된 매우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문제의 해결(2~6절)

사도들의 해결방안은 기득권의 유지가 아니라 과감한 양보였다. 사도들은 기도하는 일과 말씀 사역에 전념하겠으니 그동안 자신들이 관리하던 접대하는 일(4:35, 37)은 일곱 대표를 택해 일임할 것을 제안한다(2~4절). 그들은 자신의 본분(임무)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4절에서 기도가 말씀 선포 앞에 등장하는데, 이는 기도가 없는 말씀 선포는 공허하거나 열매를 맺을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말씀 사역이 더 중요하고 식탁 봉사가 덜 중요하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말씀 사역과 식탁 봉사 사이에 어떤 차별도 두지 않는다. 그래서 말씀 전하는 일도 하나의 '봉사/섬김'(디아코니아)으로 표현된다(4절. 개역 개정에는 '말씀 사역'으로 번역되었지만, 헬라어 본문에는 말씀 봉사(디아코니아 투 로구)로 표현됨). 말씀 사역도 구제하는 일도 동일하게 디아코니아이다. 일 자체가 아니라 사역의 기능과 역할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회의 모든 직분이 명예직(수직적 계층)이 아니라 봉사직(수평적 기능)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사도들의 탁월함은 문제 해결을 위해 독자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모든 제자를 모아 공동으로 했다는 점에 있다(4:32 참조). 사도들은 제안하고 결정은 제자들이 한다. 이러한 태도는 성도들을 존중히 여기는 것이며 성도의 가치와 역할을 인정하는 것이다. 성도 모두가 사역과 섬김에 동참할 수 있다. 선택된 지도자는 외적으로나('칭찬받고'=인정받을 만한 사람) 내적으로나(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 흠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딤전 3:1~13 참조).

일곱 지도자 중 가장 처음에 언급된 스데반에게만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붙음으로 앞으로 그가 담당할 중요한 역할을 예비한다. 그들의 이름은 모두 헬라식 명칭인데 이는 대부분이 디아스포라 유대인 출신임을 알 수 있다. 사도들은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안수했다. 공동체의 대표 선출을 위한 기도가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것이라면 안수는 공동체 안에서 사도의 권위를 인정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문제 해결의 결과(7절)

문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사도들과 공동체는 지혜로운 결정과 적절한 역할 분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였다. 이러한 갈등의 해결은 오히려 더 큰 성장과 부흥의 역사를 가져왔다(7절). 7절의 요약문은 바로 앞 사건(6:1~6)의 귀결이면서 동시에 예루살렘에서의 복음 확장(2:1~6:6)에 대한 전체 요약이기도 하다(행 1:8 참조). 교회의 갈등을 통해서도 성령은 당신의 뜻과 계획을 변함없이 이루어가신다. 또한, 성령은 박해와 흩어짐이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복음이 예루살렘의 장벽을 넘어 유대와 사마리아까지 이르게 하실 것이다.

이승호 교수 / 영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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