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믿음, 아름다운 퇴장(행 12:1~17)

아름다운 믿음, 아름다운 퇴장(행 12:1~17)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10

이승호 교수
2022년 11월 03일(목) 06:32
바나바와 사울이 안디옥교회의 파송으로 구제금 전달을 위해 예루살렘을 방문할 즈음(11:29~30; 12:25 참조) 거기서는 최초의 정치적 박해가 일어난다(1절). 본문에 등장하는 헤롯왕은 헤롯 아그립바 1세(AD 37~44년)로 헤롯 대제의 손자이자 아리스토불로스의 아들이다. 그는 유대 지도자들에게 환심을 사고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한 것으로 보인다(12:3 참조). 그러나 본문의 강조점은 헤롯의 간교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복음은 좌절되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널리 퍼지게 된다는 것이다(12:24 참조).

헤롯왕은 먼저 열두 사도 중 하나인 요한의 형제 야고보를 처형하였다(2절; 막 10:39 참조). 당시 왕에게는 사형집행권이 있었고 칼로 죽이는 것(참수형)은 로마식 처형방법이었다. 유대인들이 야고보를 죽인 것을 기뻐하자 그는 베드로까지 잡아 옥에 가둔다(3절). 누가는 왜 야고보는 죽었고 베드로는 구조되었는지 상세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이 물음은 하나님의 주권에 속하는 영역이다. 그러나 야고보는 사명이 다했고 베드로는 아직 사명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하나님의 섭리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

누가는 베드로를 바로 처형하지 않고 옥에 가둔 것은 그때가 무교절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출 12:15~20 참조). 헤롯의 계획은 베드로를 처형하는 것이었지만 교회는 베드로의 안전을 위해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다(5절). 베드로의 갑작스러운 석방이 교회의 기대를 훨씬 넘어선 것이긴 하지만(15~16절 참조), 교회의 기도는 하나님의 기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베드로의 수감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하나님의 기적이 얼마나 크고 놀라운 것이었는지를 보여준다(4, 6절).

흥미로운 것은 감옥에서 주의 사자가 그의 옆구리를 쳐서 깨울 정도로 깊이 잠자고 있는 베드로의 모습이다(7절). 이는 죽음에 대한 그의 담대한 태도를 보여준다(행 16:25 참조). 갈릴리 호수에서 큰 풍랑을 만났을 때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은 옆에서 주무시고 있는 예수를 깨우며 두려워 떨었다(마 8:23~27). 이 당시 베드로와 제자들은 "믿음이 작은 자들아"라는 책망을 받는다. 그러나 지금 베드로는 가장 위기의 순간에 그날의 예수처럼 곤히 잠잘 수 있다. 그의 모든 미래와 염려를 하나님께 온전히 맡긴-제자들과 더불어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큰 믿음"의 반응이 아닐 수 없다(벧전 5:7 참조).

주의 사자가 베드로를 기적적인 방법으로 옥에서 구출한다. 베드로의 출옥 과정은 첫 번째 유월절의 상황과 유사하다(6~11절; 참조 출 12:1~14). 이러한 의미에서 이 이야기의 핵심은 베드로의 탈옥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이다. 감옥에서의 탈출은 마치 베드로가 꿈을 꾸듯 일어난다. 주의 천사가 모든 일을 진행하고 베드로는 단지 그의 명령대로 행할 뿐이다. 한참 후에야 베드로는 이 기적이 하나님의 특별한 간섭에 의한 것임을 분명히 깨닫게 된다(11절).

감옥에서 풀려난 베드로는 집회 장소로 가서 "주께서 자기를 이끌어 옥에서 나오게 하던 일"을 설명한다(17절). 하나님의 주도권과 베드로의 수동성이 대조된다. 그는 이 말을 전하고 다른 곳으로 떠나간다. 베드로의 떠남으로 이제 복음 확장의 초점은 이방인 선교의 주역이 될 바울에게로 옮겨가고 있다. 이후 베드로의 모습은 사도행전 15:7~11에서 다시 한번 잠깐 나오고는 사도행전에서 그 자취를 완전히 감추고 만다. 아마도 그는 팔레스타인 바깥에 있는 교회들, 주로 유대 그리스도인 교회들을 돌보았을 것이다(고전 9:5; 갈 2:11 참조).

사도행전의 초점은 사도들의 개인적인 생애나 활동이 아니라 그리스도 복음의 진행(확장)에 맞추어진다. 열두 제자 중 하나인 야고보와 마찬가지로 베드로도 자신의 사명이 다한 것으로 판단되면 전면에서 물러난다. 가장 많은 지면을 차지하는 바울의 모습도 거의 언제나 이방인 선교와 관련해서만 나타난다. 그 역시 역할을 다 하고 나면 무대에서 사라질 것이다(행 28:30~31). 기라성 같은 베드로도 바울도 자신의 사명이 다하면 무대에서 아름답게 퇴장해야 한다. 사람이 그리스도의 자리를 차지하는 순간 그는 더 이상 영웅이 아니라 우상이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세례 요한의 고백은 마음속 깊이 간직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요 3:30).

이승호 교수 / 영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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