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성령행전"(28:16~31)

아직 끝나지 않은 "성령행전"(28:16~31)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16

이승호 교수
2022년 12월 15일(목) 07:19
험난한 여정 끝에 마침내 바울은 로마에 들어간다(14절). 행 28:17~31은 사도행전의 종결 부분으로서 바울의 로마 활동에 관해 서술한다. 바울은 죄수의 몸이지만, 로마에서 일종의 가택연금 상태로 지낸 것으로 보인다(16절; 30절 참조). 이전의 재판과정에서 나타나듯이, 바울은 감금 상태에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복음을 전한다. 이 단락에서 흥미로운 것은 예상되는 바울 재판의 결과보고나 그의 순교 내용이 아니라, 바울과 로마의 유대인들 간의 만남 및 간략한 선교 요약으로 매듭되고 있다는 점이다. 누가에게는 성령이 주도하시는 복음 확장의 과정이 중요할 뿐 인간의 운명은 그리 중요치 않다.



1. 유대인들과의 첫 번째 만남(17~22절).

로마에서의 바울의 첫 활동은 로마의 유대인 지도자들을 초청하여 대화를 나누는 일이었다(17절). 상황은 좀 다르지만, 그가 먼저 유대인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 이후 이방인에게로 향하는 패턴이 여기서도 적용된다(13:42~48; 18:5~7; 19:8~10; 참조 롬 1:16). 바울은 자신이 왜 죄수의 몸으로 이곳에 왔는지 해명할 필요가 있었고 로마의 유대인들은 동족과 관련하여 황제 앞에 항소한 바울에게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바울은 그들 앞에서 유대인을 거스르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고 유대 관습을 공격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한 후(17절), 다만 그가 쇠사슬에 매인 이유는 "이스라엘의 소망", 즉 메시아와 부활에 대한 소망 때문이었음을 알린다(20절). 바울의 진술에 대한 유대인들의 첫 반응은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았다. 그들은 바울에게 직접 그의 사상 특히 기독교에 대해서 듣기를 원했으므로(22절) 바울은 세계의 수도에서 유대인들에게 복음을 선포할 기회를 얻게 된다.



2. 유대인들과의 두 번째 만남(23~28절)

바울과 유대인 지도자들의 만남이 바울의 주도로 이루어졌다면 두 번째 만남은 유대인들의 요청으로 더욱 많은 사람의 관심 속에서 이루어진다. 바울은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기보다는 이 기회를 활용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증언하고(19:8) 구약성경을 통해 예수가 약속된 메시아임을 설득하려고 한다(17:2~3; 눅 24:26~27, 44~47 참조). 하나님의 나라와 예수 그리스도는 초기 기독교 선포의 핵심 주제였다. 하나님의 나라가 예수 선포의 핵심 내용이라면 예수가 메시아(그리스도)라는 선포는 초기 교회의 핵심 내용이라 할 수 있다(31절 참조). 이로써 예수의 선포와 사도들의 선포 간의 연관성 및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 간의 연속성이 암시된다. 유대인들은 바울의 선포를 듣고서 의견이 엇갈린 채로 흩어지려 했다(25절). 이에 바울은 사 6:9~10을 인용하여(26~27절) 유대인들의 배척으로 말미암아 구원의 복음이 이방인에게 넘어간다는 사실을 선언한다(28절). 중요한 것은 이방인 선교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 이미 구약에서부터 약속된 하나님의 섭리에 속한다는 점이다.



3. 로마에서의 바울의 활동에 대한 요약 (30~31절).

이후 로마에서의 바울 활동은 이 마지막 두 구절에서 압축적으로 요약된다. 사도행전은 바울이 자기 셋집에서 이 년 동안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아주 담대하게 하나님 나라를 전하고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일들을 가르치며 보냈다는 기록으로 끝맺고 있다(30~31절). 누가가 사도행전의 중요한 전환점마다 간략한 요약문을 첨가한 것처럼(1:13~14; 5:42; 15:35; 19:20 등), 사도행전의 마지막도 이와 같은 하나의 짧은 요약문으로 끝을 맺는다. 비록 바울이 죄수의 몸으로 가택연금 상태에 놓여 있지만, 로마에서 복음을 전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는다. 그는 사슬에 매여 있었으나 복음은 결코 매여 있지 않다(딤후 2:9). 로마는 땅끝은 아니지만, 세계의 수도요 땅끝으로 가는 중심지였다(1:8 참조). 이런 점에서 "담대하게"와 "거침없이"라는 부사는 한 이야기의 끝맺음이라기보다는 복음이 로마에서 땅끝까지 확장될 전망을 드러내는 "열린 마침"을 암시한다. 복음의 확장은 성령의 뜻이기에 어느 것도 그것을 막을 수 없다. 그러므로 "사도행전"은 끝났지만, 성령이 주도할 다음 세대의 "행전"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승호 교수 / 영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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