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중심 탈피, 아시아 에큐메니칼의 역사

서구 중심 탈피, 아시아 에큐메니칼의 역사

[ CCA제15차총회 ] 아시아기독교협의회 제15차 총회 맞이 이야기마당
'프라팟에서 콜롬보까지...' 번역서 발간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3년 09월 18일(월) 07:20
'CCA 15차 총회 맞이 이야기마당'에서 한강희 박사(낙산교회·한신대 겸임)가 CCA 역사를 설명했다.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제15차 총회를 앞두고, 한국 참가자들이 모여 아시아 에큐메니칼 역사에 관해 나눴다. 지난 10일 한국어로 번역 발간된 '프라팟에서 콜롬보까지: 아시아기독교협의회의 역사 1957~1995'(한강희/대한기독교서회) 책이 모임의 주제였다.

'CCA 15차 총회 맞이 이야기마당' 사전모임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김종생) 국제위원회(위원장:박원빈) 주관으로 12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렸다. 모임에서 번역서를 옮긴 한강희 박사와 CCA 전 총무 안재웅 박사가 발표했다.

한강희 박사(낙산교회·한신대 겸임)는 CCA가 창립한 역사적 배경부터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1940~1960년대 제3세계 국가들의 탈제국주의 의식이 발현되고, WCC와 IMC 등 제네바 서구 중심의 에큐메니즘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이때 아시아인에 의한 선교적 주체성 회복과 동등한 파트너십을 강조하며 아시아 에큐메니칼 기구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과정 중 일부에선 지역주의나 에큐메니칼 선교의 혼선을 우려하기도 했으나, 결국 1957년 인도네시아 프라팟에서 동아시아기독교협의회가 발족하고, 1973년 아시아기독교협의회로 개칭했다"고 말했다.

CCA의 포지션과 관련해 그는 현대 에큐메니칼 운동을 '세계적-지역적-국가적' 3단계로 분류해 설명했다. 그는 "세계적 선교 사안과 주제를 다루는 세계교회협의회(WCC)와 세계개혁교회커뮤니언(WCRC)등이 있고, 국가 에큐메니칼 의제를 다루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일본기독교교회협의회(NCCJ) 등이 있다"며 "이 사이에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권역을 중심으로 에큐메니칼 의제를 다루는 유럽기독교협의회(CBC) 아프리카교회협의회(AACC) 라틴아메리카교회협의회(CLAI) 등이 있으며 CCA가 이에 속한다"고 말했다.

CCA의 존재 목적과 기능에 대해 한 박사는 헌법 내용을 인용해 설명했다. CCA의 목적에 대해 그는 "CCA는 폭넓은 에큐메니칼 운동이라는 체계 속에서 아시아에 속한 교회와 기독교협의체 간 지속적인 협력 기구로서 존속한다"며 "CCA의 기능은 △아시아 사회가 직면한 도전에 기독교적 대응 발전 △아시아와 전 세계에 하나님의 선교 구현 △아시아교회 간 상호 인정, 친교, 나눔 개발 △복음 전도와 봉사, 사회적이고 인도주의적 개발, 국제관계와 같은 분야에 있어 공동의 연구와 실천 장려 등"이라고 말했다.

그는 CCA의 역대 총회 주제를 통해 CCA가 관심 가져온 신학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시대성을 담은 어휘가 총회 주제로 선정돼 왔다"며 "총회 주제의 주요 개념은 증거, 일치, 투쟁, 고난과 희망, 민중, 봉사(디아코니아), 평화, 생명, 화해와 치유, 창조 세계 회복 등이었다"고 말했다. CCA는 1957년 1차 준비총회, 1959년 2차 창립총회 이후부터 약 5년 주기로 총회를 개최해왔다. 1985년 서울에서 열린 8차 총회의 주제는 '예수 그리스도는 봉사하기 위해 자유롭게 하신다'였다.

이날 모임에서 CCA 전 총무 안재웅 박사는 발표를 통해 CCA의 창립 과정을 소개한 후, CCA가 한반도의 평화, 민중신학의 전파 등에 공헌했다고 주장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관련해 안 박사는 "1984년 10월 WCC와 CCA의 협력을 바탕으로 일본 도잔소에서 '동북아시아의 정의와 평화'를 주제로 에큐메니칼협의회를 개최했다"며 "당시 한반도의 통일을 직접적으로 거론하기 어려운 시기였으나, 이 협의회를 통해 터부로 여겨지던 통일논의에 물꼬를 트게 만든 쾌거를 이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시 채택된 도잔소협의회 선언문은 '통일은 남과 북은 물론 세계교회의 공동책임이며 세계교회들이 한반도의 통일을 함께 지원할 것을 다짐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며, "2004년 WCC CCA NCCK가 공동으로 도잔소20주년협의회를 같은 장소, 같은 날짜에 개최했고, 내년엔 도잔소 40주년을 맞이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CCA가 한국의 민중신학을 세계적으로 보급한 기구라고 주장했다. 그는 "1981년 김용복 박사가 8명의 민중신학자 연구논문을 편집한 책을 포함해 한국 신학자들의 영문 책을 여러권 출판해 세계적으로 알렸다"며 "덕분에 한국교회가 세계 에큐메니칼 지성사에 한 축을 감당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모임에서 발표된 번역서 '프라팟에서 콜롬보까지: 아시아기독교협의회의 역사 1957~1995'는 CCA의 전신인 동아시아기독교협의회가 발족한 1957년 인도네시아 프라팟의 1차 총회부터, 1995년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열린 제10차 총회까지의 역사가 담겨 있다. 책의 저자는 1973년부터 1985년까지 3차례 CCA 총무로 섬긴 얍 킴 하오다. 또 책의 말미엔 1995년 이후 CCA 총회를 다룬 한강희 박사의 논문도 포함됐다.

이번 책과 관련해 NCCK 김종생 총무는 "그간 CCA가 아시아 선교와 에큐메니칼 운동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지만, CCA에 관해 일목요연하게 들여다볼 책자가 드물었다"며, "이 책은 CCA가 어떻게 탄생하고 아시아의 정치사회적 변동 속에서 교회가 어떻게 존재해왔는지를 보여주고 있기에 한국교회와 국내 에큐메니칼 기관에 유익한 안내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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