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들이 절반인 주사랑교회

고려인들이 절반인 주사랑교회

[ 땅끝편지 ] 우크라이나 박종인 선교사<3>

박종인 선교사
2022년 07월 26일(화) 08:17
처음교회인 주사랑교회의 찬양 모습.
아직 때묻지 않고 오염되지도 않은 땅! 크림반도. 그 가운데 잔꼬이라는 소도시에서 25킬로미터 떨어진 시골 마을이 우리가 섬기는 교회가 있는 곳이다. 그 마을은 '미드베제프카'라고 부른다. 주민들은 대부분 소가 한 두 마리 있고, 동네의 모든 소를 온종일 돌보는 목동이 있다. 이른 아침에 집집마다 자기 소를 대문 밖으로 내보내기만 하면 소가 혼자 늘상 모이는 집결장소로 투벅투벅 걸어온다. 목동은 동네 소들이 다 왔는지 확인한 후 푸른 초장 이곳 저곳으로 인도하며 온종일 먹인다. 해지기 전에 목동은 물이 있는 곳으로 데려와 물을 먹인 후 마을 입구로 데려가는데 그 다음부터는 소들이 알아서 각각 자기 집을 찾아간다. 처음 이 광경을 접했을 때 놀랍고 신기했다. 그리고 주민들은 밭에서 지은 분홍색을 띠는 크림양파, 감자, 토마토, 수박, 참외, 오이 등을 도로가로 가져와 지나가는 자동차 손님을 기다린다. 그 도로는 크림과 우크라이나 내륙을 잇는 왕복 2차선 도로인데 여름과 가을엔 휴양객들로 넘쳐난다. 그래서 몇몇 우리 성도 중에는 주일을 못 지키기도 하는데 그 때가 유일한 경제활동의 절정기이기 때문이다.

밤이 되면 휘황찬란한 쇼가 연출되는데 그 연출자는 하나님이시다. 여태껏 이곳처럼 엄청나게 아름답고 화려하게 밝은 빛을 내는 별을 본 적이 없다. 어떤 녀석들은 손에 닿을 만큼 바로 머리 위에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고국으로 돌아와 지내는 요즘 서울 밤하늘을 볼 때면 크림의 그 하늘 그 별이 눈에 선하다.

그 곳에 우리 교회, '주사랑교회'가 있다. 30여 명의 교인이 함께 주님을 찬양하며 예배했다. 교인 중 반은 우크라이나 사람이고 반은 고려인이다. 우리 고려인 성도들은 가슴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1930년대 소련(스탈린)으로부터 한겨울 한밤중에 눈도 가린 채 허허벌판에 내던져졌었다고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해 겨울을 나지 못하고 별세하고 말았다. 그곳이 우즈베키스탄이고 이후 곳곳으로 흩어졌는데 우크라이나에도 3만여 명이 살고 있었다. 이른 봄이 되면 여기 저기서 농사 지으러 우크라이나에 오는 분들이 많다. 10월까지 농사하여 돈 벌고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다시 3월에 오곤 한다. 농사 짓는 동안은 빌린 밭에 임시거처를 컨테이너로 지어 거기 살면서 일을 한다. 그 넓은 밭에 수박이 익으면 20톤이나 되는 큰 트럭 여러 대가 기다렸다가 가득 채워 우크라이나 내륙으로, 폴란드로 출하한다.

주사랑교회에서 막내가 유아세례를 받았고, 한국에서 유아세례를 받았던 첫째는 입교해 교인이 되었다. 일년에 한 두 차례 세례를 베풀 때면 온 교인이 바다(아좁스카야 모레)로 나가 은혜로운 예식을 행했다.

이곳엔 특이한 인사가 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것은 바로 부활주일에 나누는 인사다. 한 사람이 먼저 "예수 부활하셨어요" 하면 상대방은 "정말로 예수 부활하셨어요"라고 응하는 것이다. 이 인사는 개인과 개인도 하고 목사와 성도들 간에도 하는데 큰 소리로 함께 하면 힘이 넘치는 믿음의 고백이 된다.

한 번은 성도 중 한 사람이 이런 요청을 해왔다. 마을에 초상이 났는데, 우리 교인은 아니지만 장례예식을 집례해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돌아가신 분은 정교회 교인인데 가난하여 장례비를 낼 수 없는 형편이었다. 정교회에서 집례 할 경우에는 얼마의 장례비를 내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 장례를 기독교식으로 집례하였다. 그 전에는 우리 교회가 이단이라는 소문도 돌곤 했는데, 장례 이후 교회에 대한 좋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우리 사는 마을에 특이한 것은 동네 곳곳에 큰 공장 건물이 보이는 것이다. 이미 폐허된 지 오래되어 보이는 이 건물에 대해 교인들은 구소련 시절에 그곳에서 일했다고 말한다. 그 땐 일하면 먹는 것엔 전혀 문제가 없었다면서 그 때가 좋았다고 말하는 이들도 더러 있는 걸 보고 의아해 하기도 했다.

박종인 목사 / 총회 파송 우크라이나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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