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을 대하는 특별한 환영식

이방인을 대하는 특별한 환영식

[ 땅끝편지 ] 우크라이나 박종인 선교사<4>

박종인 선교사
2022년 08월 10일(수) 10:48
세바스토폴에 처음 도착하여 가족끼리 감사예배를 드리는 모습.
인천-모스크바-심페로폴공항 노선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기 전까지 우리가 애용하던 코스였다. 모스크바에서 크림반도 심페로폴 공항을 이용하는 손님들은 많아야 50여 명이다. 그래서 늘 프로펠러 소형 비행기였다. 얼마나 소음이 심한지 옆사람 소리가 잘 안들릴 정도다. 게다가 꼭 한 두번은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려 여기 저기서 비명이 들리기도 한다. 여러 번 경험이 있었던 우리도 그쯤에는 절로 기도가 나온다. '자녀들을 지켜주소서'. 정말 급할 땐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가끔 러시아 국내 비행기 추락 소식이 들리던 때라 더 그러했을지도 모른다.

반면에 섬기던 주사랑교회는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우리가 오기 몇 달 전부터 사역자가 없어 교회는 이모저모로 약해지고 침체하고 있었다. 정교회나 동네로부터의 평판도 좋지 않아 교인 수는 점점 줄어 예배를 지속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주님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시선을 두시며 그냥 넘어지도록 내버리지 않으셨다. 다시 교회에 생기가 불기 시작했고 수요일과 토요일, 주일이면 벅적거렸다.

처음엔 동네 사람들이 인사도 받아주지 않았다. 그러든 말든 만나는 대로 인사하며 웃으며 돌아다녔다. 성도들 가정을 심방하면서 동네분들을 만나면 인사하기를 6개월여 했더니 조금씩 변화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장례예식이었던 것 같다. 성도 중 장례가 나면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이는데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 교회의 모습이 보여졌고 복음의 씨앗이 뿌려졌다. 게다가 우리 성도가 아닌 정교회 교인의 장례예식을 화장까지 잘 마친 것도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

아무튼 교회가 교회다워져 가고 있던 즈음에 주후원 교회에서 목사님과 선교부장 장로님 내외분이 방문해 주었다.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면서 중고 교회 차량을 구입해 주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다녀가시면서 큰 기도제목을 한 가지 던져 주었다. 이곳은 너무 시골이니 시내에 교회를 다시 세워보라는 것이었다. 기도하기를 1년여 쯤 되어 응답이 이루어졌다. 주사랑교회로부터 약 200킬로미터 떨어진 도시에 문 닫으려는 교회가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도시가 바로 세바스토폴이었다.

그 교회 목회자는 고려인 사역자였는데, 사정을 들으니 자신에게는 장애를 가진 딸이 있는데 이로 인해 전도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리하고 다른 자녀가 있는 나라로 가려한다는 것이다. 기도하면서 주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하기로 하고 돌아왔다. 얼마를 기도했을까 주께서 우리 부부에게 평안한 마음을 주셨고 가기로 했다.

드디어 세바스토폴로 이사를 했다. 가족이 감사 예배를 드림으로 새로운 사역이 시작되었다. 1년 동안은 첫 교회인 주사랑교회도 주일마다 부부가 번갈아가며 다녀왔다. 감사하게도 그 교회는 통역하던 분이 신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었는데 전도사로 사역할 수 있어 이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새로 간 세바스토폴 교회에 있었다. 기도하며 나아가는데 한 두 달이 지나도 교인이 오지 않았다.

기대하던 성도는 오지 않고 토요일 밤(자정)만 되면 돌이 날아왔다. 매주 잠자던 우리 방 유리창이 깨졌다. 그래서 토요일만 되면 잠을 이룰 수 없어 불을 밝히고 있었다. 슬쩍 잠이 들면 새벽 두 시에도 다시 돌은 날아왔다. 한 번은 새벽 두 시쯤 둘째가 나를 흔들어 급히 깨웠다. 눈을 떠보니 나무틀로 된 창문에 불이 붙어 방이 훤해졌다. 얼른 물로 불을 끄고 밖으로 뛰어나가 보았지만 이미 아무도 없었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누군가 화염병을 만들어 던진 것이었다. 경찰에 신고했더니 아침에야 와서 조사하고 깨어진 유리창과 불탄 창문틀 그리고 깨어져 흩어진 유리병 조각들을 사진 찍어 갔다. 그러나 그 이후 무소식이었다.

이방인이던 우리를 대하는 특별한 환영식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제 창문은 깨뜨리지는 않았지만, 며칠 후 아침에 일어나 대문을 여는 순간 기겁할 뻔 했다. 교회 대문 앞에 죽은 비둘기가 놓여 있었던 것이다. 땅을 파고 묻었다. 다시 며칠 후 대문 앞에는 커다란 죽은 개가 누워 있었다. 그땐 정말 기절할 뻔 했다. 도저히 개는 혼자 처리할 수가 없어 고려인 사역자와 함께 땅에 묻었다. 이후 우리 가족은 극심한 고민에 빠졌다. 다른 사역지를 찾을 것인가 아니면 귀국할 것인가를 두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분명한 응답이 있기까지 버티며 기다렸다.

박종인 목사 / 총회 파송 우크라이나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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