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 |2024. 03.07
[ 목양칼럼 ]   

목회를 하면서 무엇보다도 기다림의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지금도 기다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부단히 훈련시키고 인내하게 한 것은 기다림이었다. 부교역자 시절 10년간 한 교회에서 사역하면서 오래 됨과 새로움의 균형과 조화를 경험한 적이 있다. 6년 동안 담임목사님과 함께 지내오면서 목회의 기본기를 배우고, 모난 부분들을 깨뜨리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함께 같이 산다 |2024. 02.29
[ 목양칼럼 ]   

설 명절을 앞둔 어느 날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다. 오래 전에 떠나온 지방의 농어촌교회를 섬기는 장로님께서 설날을 앞두고 교인들과 함께 끓여 먹으라고 보내주신 떡국이었다. 기계로 농사를 지으신 장로님은 이제 연세가 있으셔서 자기 먹을 것만 농사 지으신다고 하셨는데, 설날이 돌아오니 도시에 있는 작은교회 목사와 성도들이 생각나셔서 하는 김에 좀 더 해서 떡국을 보내셨다고 하셨다. 생각지도…

오직 자라게 하시는 하나님 |2024. 02.29
[ 목양칼럼 ]   

"목사님, 자꾸 이러시면 저 큰 교회로 갈 거예요." 혹여 꿈에 들어도 심장이 멎을 것 같은 농담을 성도들은 표정 하나 안 바꾸며 쉽게 내뱉을 때가 있다. 개척교회 목사에게 가장 상처가 되는 말인 것 같다. 자주 듣지는 않았지만, 이런 말을 몇 번 들었다. 컨디션이 좋으면 웃으며 농담으로 넘길 수 있지만, 힘든 상황에서 들으면 속에서 뜨거운 게 올라온다. 물론 진짜 떠날 사람은 이런 농담을 …

끝까지 함께 |2024. 02.22
[ 목양칼럼 ]   

교회를 설립한 후 제일 먼저 등록한 교인은 당시 연세 많으신 권사님이었다. 교회를 함께 세울 일꾼을 보내달라고 기도한 개척교회 목사에게 하나님은 젊은 일꾼이 아닌 뇌질환과 심장질환 등 지병을 가진 80세 권사님을 등록하게 하셨다. 속으로 하나님께 말했다. "젊은 부부로 일꾼을 좀 보내주시지. 연세 드신 권사님을 가장 먼저 등록하게 하시니 힘이 안나네요." 그런데 그런 내 생각을 읽으셨는지 권…

감사를 일기장에 새기며 |2024. 02.22
[ 목양칼럼 ]   

20여 년 전 MBTI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 검사자가 대뜸 "목사님은 목회에 적합하신 성격이 아니신대요?" 묻지도 않은 말을 굳이 들려주었다.평소 사람을 만나는 일이 힘들다는 건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목회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교회를 개척해 보니 그게 무슨 말이었는지 뼈저리게 다가왔다. 목회가 성경을 연구하고, 설교하고, 기도하는 일에…

세뱃돈은 사랑입니다 |2024. 02.08
[ 목양칼럼 ]   

재수를 하며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청년이 몇 달 만에 예배드리러 교회에 나왔다. 다들 반가움과 안쓰러움에 청년을 격려하고 위로했다.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고 혼자 남아서 정리를 하고 있을 때 그 청년이 손에 봉투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목사님 아까 예배 마치고 돌아가는데 권사님이 애쓴다고 봉투 하나를 주셨어요. 근데 이걸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는 그의 손을 잡고 기도…

사랑할 의무 |2024. 02.08
[ 목양칼럼 ]   

개척 초기의 일이다. 성도 가운데 성격이 괴팍한 사람이 있었다. 회심한 것은 분명해 보였지만 성품이 다듬어지지 않아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곤 했다. 어느날 집사님 한 분이 찾아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목사님, 저 사람 좀 내보내면 안 되겠습니까? 많은 성도가 괴로워합니다. 저 사람만 없으면 교회가 평안할 것 같습니다." 교회를 개척한 목사로서 당연히 성도 한 사람쯤 내보낼 권한이 있을…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 |2024. 02.01
[ 목양칼럼 ]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교회는 한때 개척교회였다. 구멍가게를 시작하는 일에도 눈물과 땀이 진하게 배어 있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거룩한 교회가 세워지는 일에 어찌 하나님께서 강한 손과 편 팔로 함께 하신 감동적인 이야기가 없을까! 교회 개척을 위해 하나님께서 필자를 부르셨다는 것을 강하게 느끼면서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일단 상가 계약금 마련을 위해 기도하고…

문제 없는 나무는 없다 |2024. 02.01
[ 목양칼럼 ]   

조카로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한 매화 분재 2점을 선물로 받았다. 분재에 대해 문외한이라 '키우다가 죽으면 어쩌지'하는 마음에 받기를 망설였지만 화려한 꽃과 자태에 연신 미소가 흘러 나왔다. 조카는 "하나 하나 배워서 더 멋지게 키워보세요"라고 말했다. 어떻게 잘 키울수 있냐는 질문에 조카는 웃으며 답했다. "문제 없는 나무 없고, 문제 없는 가지 없답니다." 지나고 보니 '멋있게 보이는 분재…

교회에 대한 소문 |2024. 01.25
[ 목양칼럼 ]   

우리 교회에서 주일마다 차량봉사 하는 집사님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다. 차를 이용하는 교인 중 한 분이 지인에게 주일에는 교회에 가야한다고 말을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지인의 아들이 어느 교회에 다니는지 묻기에 방축리에 있는 발안반석교회를 다닌다고 답했더니 "아, 그 교회 좋은 일 많이 한다면서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어떤 집사님이 모처에 갔는데 일련의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와서 이런저런…

멈추면 함께 갈 수 있다 |2024. 01.25
[ 목양칼럼 ]   

언젠가 핸드폰을 집에 놓고 몇 시간을 외출한 적이 있었다. 순간 불안하고 걱정이 생겼다. 집에 돌아온 후 가장 먼저 핸드폰을 찾아 열어보았다. 중요하지 않은 전화 몇 번, 그리고 문자와 단체톡이 저장되었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불안해하던 마음이 허탈해졌다.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때로는 우선 순위를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게 되었다. 이후로는 교회에 올라갈 때나 오전 중에는 할 수 있는 …

우리 교회 장로님들 |2024. 01.18
[ 목양칼럼 ]   

필자가 우리 교회를 섬긴지 12년을 넘어섰다. 그 동안 어려움이 왜 없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까지 힘차게 목회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함께 동역했던 장로님들의 협력 때문이다. 부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를 리모델링하게 되었다. 그 때 당회서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지고 논의하는 중에 지금은 원로장로님이신 선임 장로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목사님,…

오늘은 울어도 괜찮습니다 |2024. 01.17
[ 목양칼럼 ]   

가끔 선배 목사들이 "낚시도 하고, 좋은 공기 마시며 잘 살고 있는지" 안부를 물어본다. 물론 섬지역이기에 낚시도 할 수 있고, 작은 배도 탈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아직까지 낚시를 해 본적이 없고 다른 취미를 가져보지 않았다. 담임전도사로 처음 교회를 섬길 때 분재에 관심을 두고 정성으로 키워본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서예도 배운 적이 있어 동양화나 수묵화도 약간의 관심이 있다. 언제부터…

설교 준비 |2024. 01.11
[ 목양칼럼 ]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주신 복이 무엇입니까? 세 가지만 말해 보세요." 누군가 이렇게 요청한다면, 나는 단번에 이렇게 말할 것이다. "첫째는 죄로 말미암아 영원히 죽을 수밖에 없었던 내가 하나님의 크신 사랑으로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이요, 둘째는 하나님의 자녀된 것도 너무 감사한데,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섬기는 목사가 된 것이며, 셋째는 나를 목회자로 서원하신 믿음의 부모님을 둔 것"이라고 …

지금 사랑하고 있습니까? |2024. 01.11
[ 목양칼럼 ]   

몇 년 전 천국에 가신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항상 가르치시던 말씀이 있다. "어른을 보면 항상 인사 잘 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아버지는 학교 영어교사로 학원 강사로 평생 가르치는 일을 하셨고,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동네 복지센터에서 생활영어를 가르치며 재능기부를 하셨다. 꽤 오래 전에 성경을 묵상하던 중 사랑에 관한 부분에서 몸부림쳤던 일이 있다. 10세부터 교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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