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에 충실하며 영적 권위 세워가는 교회

본질에 충실하며 영적 권위 세워가는 교회

[ 우리교회 ] 부산노회 동신교회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4년 03월 14일(목) 17:43
부산노회 동신교회 주일예배 모습.
교회력에 따른 사순절 기간의 동신교회 예배당 모습.
부활절 동신교회 예배당 모습.
부산노회 동신교회.
지역의 필요에 따라 공공기관과 협력해 다문화가정 아동을 돌보고 있는 동신교회.
【 부산=임성국 기자】지난 5일 부산노회 동신교회(원도진 목사 시무)의 출입문을 여는 순간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웅장하거나 화려하지 않았지만, 섬세한 광경이 다양한 색조 속 조화를 이뤄 눈에 담겼다. 사순절, 부활절 등 절기를 표현한 전시된 십자가, 특별히 사순절을 상징한 보라색은 조명 빛에 반사돼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십자가를 응시한 순간 잔잔한 찬양 경음악까지 흘러나와 귓속을 맴도니 유럽의 고풍스러운 수도원을 찾은 기분이다.

부산 사하구 당리동 중턱에 자리 잡은 동신교회. 교회 창립 74주년을 맞이한 교회는 높고 넓은 대형 공간을 가진 적이 없다. 값비싼 자재, 최신식 시설로도 꾸며지지 않은 평범한 지역 교회 그 자체이다. 하지만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영적 공간이 가진 힘, 권위를 잃지 않은 교회는 문턱을 넘어선 자들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 앞에 자신을 드러내고, 영적 긴장감을 더할 경건함을 갖게 했다.

교회의 공간, 그리고 예전에는 성서적 배경과 바른 신학적 해석을 기반 삼아 창조적인 예배 문화를 가진 공동체의 지향점이 담겨야 한다고 신학자들은 강조해 왔다. 더욱이 지역과 성도들의 필요를 반영한 영적 해석을 간과해서는 안 되기에 공간과 예전에 대한 목회 철학을 고수해 온 원도진 목사의 방향성은 힘을 더했다.

동신교회가 베트남에 건축한 사랑의 집.
수많은 좌석, 고가의 음향 영상 장비 등 단순하고 획일화된 것들로는 채울 수 없는 영적 권위는 결국 동신교회가 지켜 행한 '기본'에서 세워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총회 예배학교가 최근 '성금요예배' 시연교회로 동신교회를 택해 전국에 소개한 이유 또한 신학적 기반 위에 전통과 새로움을 균형감 있게 표출한 교회의 목회적 실천이 존귀히 여김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원도진 목사는 "영적 시간과 공간은 인간을 지배한다. 예배의 거룩성은 예배의 아름다움에서 나타난다"며 "성서적이고, 신학적이고, 역사적이면서도 현대적 교회를 지향하는 동신교회는 기본에 가장 충실한 교회이다. 그래서 튼실하다"고 전했다.

'탈권위', '탈교회' 시대 속 오히려 영적 권위가 충만한 동신교회는 교회력을 온전히 지켜 행하는 교회로 손꼽힌다. 대림절과 성탄절, 주현절에서 사순절, 부활절, 성령강림주일, 평상시기와 감사절까지 어느 한 절기도 힘써 지키지 않는 것이 없다. 원도진 목사가 "교회력은 교회가 지켜야 할 기본 중의 기본, 본질이다"라고 거듭 강조한 것 또한 교회의 기본은 예수 그리스도를 온전히 나타내는 충성으로 보기 때문이다. 영적 권위를 가진 공간에서 교회력에 따라 행해지는 예전을 온전히 경험할 필요가 있는 교회와 목회자들은 꼭 한 번 방문해야 할 정도로 주변 목회자들의 긍정 평가가 높은 것도 이유이다.

성서적 기반 위에서 현대적 교회를 지향하는 동신교회의 실천은 공동체 속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풍성한 열매도 맺었다. 이를 위한 도구는 성도와 목회자들이 품은 예수 그리스도의 따뜻한 사랑이다. 원도진 목사는 "기본에 충실한 교회 공동체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는 데 집중한다. 본질에 충실하면 사랑 실천에 소홀할 수 없다"며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말씀처럼 하나님께 온전히 예배드리는 사람은 이웃과 지역 사회를 위해 살아갈 것을 늘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2024년 신년 첫 주일 동신교회 예배당 모습.
2023년 추수감사절 예배 모습.
부산 동신교회 원도진 목사가 사순절 기간 교회 복도에 전시된 십자가를 설명하고 있다.
이 같은 사랑의 마음에 실천을 더한 교회는 사순절이 시작된 지난 2월부터 특별한 운동을 전개 중이다. 다음세대를 비롯한 온 성도들에게 '사랑의 저금통'을 배포하고 자발적 동전 모으기를 통해 아픔과 상처로 고통받는 이웃을 위로하기로 했다. 미얀마 내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등으로 고통받는 지구촌 이웃을 위해 사순절 기간 기도하고 모금된 동전을 모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교회는 불우한 지역의 이웃을 돌보는 일에도 지극 정성이다. 마을 내 다문화가정이 많은 상황을 고려하고, 주민들의 필요를 파악해 다문화가정 자녀, 더불어 노숙인들을 돌보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특별히 언어 발달이 늦거나 학습에 어려움이 큰 다음세대는 이제 동신교회의 미래가 됐다. 또 지역의 모라종합사회복지관, 전포종합사회복지관을 위탁 운영하며 디아코니아 사역을 강화하고 있다.

원도진 목사는 "부산 지역에 교회학교 없는 교회가 약 50%에 이를 정도로 어려운 실정이다"며 "하지만 감사하게도 우리교회는 교회학교가 활발히 운영 중이다. 지역의 인구 평균 연령이 46.2세라는 상황을 보면, 우리교회는 젊은 교회이다"며 겸손한 마음으로 지역의 다음세대, 그리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더욱 힘을 쏟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 섬김의 손길은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확산했다. 라오스 미얀마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현지의 선교사를 후원하고, 지구촌의 형제를 사랑하기 위한 '필라델피아 사역'을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베트남에서 진행된 사랑의 집 짓기를 통해 70채의 가옥을 짓는 등 해외 사랑의 집짓기에 총 300~400채를 건설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랑의 실천 속 장년 세대는 건강한 신앙생활을 이어가면서 성경읽기 통독 700독, 성서 교육과 독서 토론 등 다양한 소그룹 모임에도 동참한다. 시대 상황에 맞춰 문화센터, 영화 상영 등의 사역을 진행했지만 정체되거나 반복된 사역은 지양하고 새 사역을 늘 고민한다.

그래서인지, 2024년 동신교회의 표어는 '주여 새롭게 창조하소서!'이다. 교회의 역사를 계승하면서도 과거에 매이지 않아야 하고, 시대에 맞는 사역을 창조할 때 위기라는 절벽 앞에 유럽의 교회들처럼 도태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 같은 고민 끝에 등장한 것은 동신교회 '청년주일'이다. 청년주일의 모든 예배는 청년부가 주관한다. 준비부터 순서 담당까지 청년이 주도한다. 기성세대는 이날 '블루진선데이'로 청바지 등 캐쥬얼 차림으로 참여하고, 다음세대와 소통한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동신교회는 생동감 넘치는 교회로 변화했다.

이 같은 목회적 실천, 마을과 세계를 섬기는 다양한 사역, 다음세대가 생동하는 교회로 세움 받은 것은 당회를 비롯한 제직회의 협력과 헌신이 동력이 됐다. 동신교회 당회실 이름이 '화평실', '투표 없는 제직회'가 운영 중인 것은 교회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성장을 엿보게 한다.

원도진 목사는 "우리교회는 다음세대를 귀히 여기면서도 은퇴한 항존직 중 사역장로, 사역집사, 사역권사로 언제든지 교회의 사역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한다"며 "교회력에 따라 말씀으로 기본이 선 성도와 교회는 두발을 들고 하늘을 바라봐야 한다. 주님의 은혜 안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라며 앞으로도 동신교회는 주님의 은혜로 생동하고, 그리할 때 모든 성도들이 하늘의 큰 상급을 풍성히 받길 기대한다고 했다.


임성국 기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