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교회 ] 서울관악노회 예수세계교회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4년 04월 05일(금)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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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설립된 예수세계교회(당시 이름 신계교회)는 고시생들과 신림동 토박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교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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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생들의 힘든 생활, 그리고 불안한 마음을 직접 경험했던 이 목사는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가 이들에게 힘을 주고 소통하는 매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교회 재정이 넉넉지 않았지만 최고급 음향시설과 스크린을 설치하였고, '대한민국 8강 간다'라는 현수막을 교회 앞에 내걸었다. 월드컵 기간 거의 매 경기에 축구를 보러 오는 고시생 청년들로 본당이 차고 넘쳤다.
이렇게 교회 문턱을 기꺼이 넘어 들어온 청년들은 월드컵 경기가 끝나고도 하나둘 교회를 찾아주었다. 처음 부임할 당시 토요 청년부에 참석하는 청년이 5~6명에 불과했는데 주일예배에 청년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청년들로 활기가 넘치자 2003년부터 가까운 청소년회관 강당을 주일에 대관해 5년 동안 예배를 드렸고 기존 건물은 청년센터처럼 운영됐다. 그 5년 동안 교회에 등록 또는 활동하는 청년들은 줄잡아 300여 명이 넘었다.
그러나 2011년 11월 안양시 석수동에 교회를 신축, 이전하면서 예수세계교회의 사역 방향은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전개되었다. 안양에 건축 부지를 마련한 후 건축 과정에서 기존의 성도들이 대거 교회를 떠나갔다. 어렵게 안양으로 이전하고 보니 어르신들 몇 분들과 교역자들 가족, 이 목사가 세례를 주었거나 주례한 젊은 집사들, 그리고 70여 명의 고시 청년들만 남았다. 연건평 6백 여 평의 건축비를 감당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그러나 수많은 밤을 눈물로 지새우는 가운데 기적같이 길이 열리고 문제가 풀리면서 감격스러운 입당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그런데 건축이 완료된 후에도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지역에서 사람들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토록 어렵게 교회를 건축하고 옮겨 왔는데 사람이 오지 않는 교회라니.' 이 목사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교회 건물을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어떻게 목회를 해나가야 할지를 묻는 기도를 드렸는데 지역주민들에게 물어보라는 작은 음성이 마음 가운데 오롯이 남았다고 회상했다. 생각해보니 건축설계를 할 때 이 지역 사람들의 생각과 필요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곧바로 지역사회 욕구조사서를 만들어 설문을 받으러 다녔다. 분석 결과 석수동 주민들의 욕구는 '복지', '교육', '문화'로 압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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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지만 변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교회의 각층 공간이 주일만 아니라 평일에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고, 안 믿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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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사회복지사 공부를 시작했고, 요양시설을 다녀보면서 구조와 운영에 대해서, 그리고 법령들도 알아봤다. 종교시설로 지정된 교회를 용도 변경해야 했다. 각층 내부를 헐고 다시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데 재정이 없어서 교회 장로님 한 분과 함께 매일 일을 하다시피 했다. 이렇게 해서 교회는 차근차근 변화되기 시작했다.
현재 예수세계교회의 1층 카페는 장애인협동조합에 무상 임대하고 MOU를 체결하여 돕고 있다. 카페를 장애 청년들의 일자리 사업으로 운영, 장애인들이 사회에 적응하고 경제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고 있다. 2층에는 일부 공간에서 학교 부적응 또는 위기 학생을 위하여 경기도교육청에서 위탁해 준 '나래예능 고등학교'로 운영되고 있고, 일부는 안양시 지정위탁 '다함께돌봄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방과 후 24명 어린이들이 숙제를 하거나 독서와 악기교실, 영어회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맞벌이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공간이 됐다. 3층 석수주간보호센터에서는 고령화 시대에 발맞추어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키고 각종 사회활동 및 재활을 지원하고 있고 4층은 한국장로교복지재단 소속 벧엘노인요양원으로 운영되는데 15명의 어르신들이 입소하여 섬김과 나눔의 목회를 실천하고 있다.
현재 예수세계교회 교세는 주일에 100여 명 교인들이 모인다. 그런데 교회 내 센터와 시설에서 3시간 이상 일자리로 인건비를 받는 이들이 50~60명에 이른다. 교인들이 이곳 시설에서 일하기도 하지만 직원으로 취직한 후 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더디지만 코로나 이후 교인들의 수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교회가 문턱을 낮추고 지역사회와 소통한 결과라고 이 목사는 생각한다.
이 목사는 "우리 교회에 오는 이들은 대부분 아프고 가난하고 힘들고 병든 분들이신데 자세히 보면 이분들은 변장한 천사들"이라며 "지역주민들을 더욱 낮은 자세로 섬기기 위해 지역의 필요를 계속해서 살피고 더 많이 나누는 교회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표현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