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 차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름이 차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

[ 4월특집 ] 여성 안수 허락 30주년과 과제 ②여성목회 현장의 구조적 문제

김혜숙 목사
2024년 04월 12일(금) 06:48
본 교단에서 여성들의 문제를 기구화하여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2013년 9월 98회 총회에서 총회여성위원회를 구성하기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닌가 한다. 총회 여성위원회는 2012년 총회 양성평등부의 설치를 원하는 여교역자들의 요구를 당시 사무총장이 수용하여 사무총장 직속의 여성사역연구개발팀을 구성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어 2017년 제102회 총회에서는 드디어 "모든 노회가 여성 총대 1인 이상을 총회 총대로 파송해 달라"는 청원이 허락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총회의 결정이 단지 권고사항이라고 헌법위원회가 재해석하면서, 모든 것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러한 여성들의 양성평등한 목회 현장에 대한 바람은 지금까지 진부할 정도로 제자리걸음을 걷는 느낌이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남성중심적인 목회현장의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데, 그것을 교회와 노회 그리고 총회 차원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필자는 7세부터 옆집 언니를 따라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교회학교를 다니면서 회장은 남학생이, 부회장은 여학생이 하는 것이 보통이었고 그것이 마음속으로는 이상했지만 문제시하기 어려웠다. 모두가 그걸 교회의 질서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중고등부 시절에도 청년부 시절에도 여학생들이 공부도 잘하고 활동적이었지만, 그 능력과는 별개로 회장은 늘 남학생의 자리였다. 여성들에게는 항상 정(定)의 자리가 아니라 부(副)의 자리가 배정되었음에도 별 문제없이 수용하고 신앙생활 했다. 그런데 목사가 되어서도 그러한 구조적인 의식과 문화는 여전했다. 목사안수를 받기까지 61년간의 헌의 과정이 있었고, 목사안수를 받고서도 여전히 목회현장은 여성들에게 냉담했다.

제108회 총회보고서에 따르면 본 교단의 전체 교회 수는 9476개, 전체 목사 수는 2만 2180명이고 그중 여성목사는 2992명(13.5%)이다. 그중 여성 담임목사 수는 573명에 불과해서 여성들이 일반교회의 담임목사로 청빙되어가는 것은 아주 드물다는 것을 보여준다. 담임 목사로 여성들을 청빙하는 경우는 도시가 아닌 농어촌이나 섬 지역의 교회들이 다수를 이룬다. 그런 지역의 교회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 알 것이다. 단지 성도 수가 많고 규모 있는 교회의 담임목사는 늘 남성목사를 원하는 문화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담임목사 청빙의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교역자의 경우에도 여성들은 늘 뒷전이다. 노골적으로 "난 여성목사는 불편해서 부목사로 쓰지 않아"라고 말하는 담임목사님들이 많고, 여목회자를 채용하더라도 많은 남성부교역자 중 1명 정도의 비율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채용한다 하더라도 여성목사에게 맡기는 업무는 주로 새가족부, 아기학교, 노인학교, 사회복지, 상담, 심방 등 돌봄 사역이다. 교구나 행정, 설교 등 다른 목회 전반에서도 사역의 경험을 가져야 여성들이 나중에 담임목사로서의 역량을 갖출 수 있을텐데, 여성들을 청빙하는 영역은 이렇게 한정적인 경우가 많다. 필자도 새가족부 담당 부목사로 사역한 적이 있는데, 다른 남성부목사들에게는 담임목회자 부재 시 주일예배 설교를 당연하게 맡기면서, 여성목사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고 건너뛰는 경험을 했다. 물론 필자의 경우, 담임목사님께 말씀을 드려서 주일오전예배 설교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여성부교역자에게 설교의 기회는 제한적이다. 그러나 성도들은 주일예배를 인도하는 여목사, 성찬집례를 하는 여목사의 모습을 보면서 감동한다. 그렇게 교인들의 의식은 사회의 변화와 함께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에 발맞추어 교회가 변화하지 않으면 교회는 점점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아 고립된 섬이 될 것이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일 년 내내 겨울인 오스카와일드의 '욕심쟁이 거인'의 집처럼 말이다.

또한 출산을 앞두었거나 영유아 아기를 둔 젊은 여목회자의 경우에는 교회의 배려와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일반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 양육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피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저출생 사회가 된 지금, 여성목회자들에게도 이 문제는 동일하다. 여성들도 목회사역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교회가 사역의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그럼 노회에서의 상황은 어떠한가?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담임목사는 대부분 남성들이다. 그러다 보니 노회의 모든 활동은 남성담임목사들과 총대장로들 중심으로 운영된다. 여성들은 대도시의 경우 주로 전도목사나 기관목사, 부목사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여성들이 담임목사인 경우에도 주로 자립대상교회가 많아 동반성장위원회의 지원을 받으니, 할 말이 있어도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노회 예산이 어떻게 세워지는지, 예산 수립이나 집행 시 성인지적 관점이 반영되고 있는지 궁금하지만 제대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총회에서 여성위원회를 구성하라고 해도 노회에서는 여성위원회 설치가 쉽지 않다. 필자의 노회에서는 여성위원회를 조직하려고 할 때 증경노회장 중 한 분이 지금 노회가 기구개혁으로, 위원회를 통폐합하는 마당에 새로운 조직 구성은 안 된다고 주장하시는 바람에 무산되어 버렸다. 여성들의 대다수가 전도목사들인데, 그들은 시찰회에도 초대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노회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노회의 주요 결정들을 하는 자리에 여성들은 없다. 여성노회장들이 몇몇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다음으로 총회는 어떤 상황일까? 우리와 뿌리가 같은 한국기독교장로회의 경우 여성총회장이 나왔다. 2010년에는 여성총대할당제가 통과되어 지금은 10명 이상 총대를 보내는 노회에서는 여목사 1인, 여장로 1인을 총대로 할당하여 여성총대비율이 10%를 넘긴다. 그러니 총회석상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 우리는 작년에 여성총대비율이 2.8%였다. 또한 총회여성위원회가 특별위원회라서 매년 정책세미나를 하기도, 예산을 마련하는 것도 어렵다. 전담상근자도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수립이나 실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18일 총회여성위원회 정책세미나에서 필자는 가슴뭉클한 경험을 했다. 여성들이 200명 이상 모였고, 장순애 교수의 '여성사역자들의 교회사역에 대한 질적연구발표'를 통해, 그동안 정체되어있는 현실에 주저앉아있던 우리 여성들이 다시금 힘을 내는 계기가 되었다. 장 교수는 그날 여성들 간의 연대, 남성목회자들과의 연대, 그리고 권사제도의 철폐를 제안했다. 옳은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권사제도를 없애고, 남녀가 동일하게 직분을 받도록 하는 것이 양성평등한 교회로 가는 지름길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목회현장은 남성중심의 의식과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구조가 혁신적으로 바뀌어서 점차 양성평등한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무엇보다도 우리들의 의식이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린이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양성평등적인 의식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과정을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한다고 한다. 명시적 교육과정과 내재적 교육과정과 0의 교육과정(null curriculum)이 그것이다. 우리는 여성문제에 있어서 남성은 결정하는 자리에, 여성은 남성이 결정한 것을 따라가는 보조적인 위치에 두는 것이 익숙하다. 명시적으로 그리고 사회화라는 이름의 내재적 교육과정을 통해 그렇게 길들여져 왔다. 반면에 양성평등한 의식과 문화를 익숙하도록 하는 교육과정은 제로였다. 0의 교육과정이었다는 말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에게 양성평등은 낯설다. 그리고 그것은 잘못될 것 같다는 불안감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를 동등하게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드셨고, 우리 모두를 차별 없이 사랑하셨다. 남성과 여성의 다름은 차별이 아니라 다양성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래야 교회가 산다.



김혜숙 목사/한국기독교사회발전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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