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안수 허락 30년, "더 높이 더 멀리"

여성 안수 허락 30년, "더 높이 더 멀리"

[ 4월특집 ] 여성 안수 허락 30주년과 과제 ③교회 양성평등을 위한 과제

임현희 목사
2024년 04월 26일(금) 09:42
창공을 나는 조류들이 더 높이 날아 더 멀리 보기 위해서는 양 날개가 필요하다. 이 날개를 적절하게 활용하여 바람에 따라 역학 반응을 하며, 날기도 하고 착지도 하며, 몸을 보호하기도 한다. 이렇듯 남성과 여성이라는 양 날개가 총회와 교회, 가정에도 꼭 필요하다. 새의 날개에는 '겉날개'와 그 속에 가려진 '솜깃털'이 있다. 겉날개는 깃털을 맞비비며 보호하는 품이 되어 몸의 온도를 상승시킨다. 이렇게 상승된 온도를 잘 보존시키는 것이 바로 '솜깃털'이다. 솜깃털이 제 역할을 잘할 때 겉날개는 수십 도나 차이 나는 강한 칼바람을 뚫고 멀리 오래 날게 된다. 만약 새에게 이 솜깃털이 없다면 우리는 추운 겨울에 단 한 마리의 새도 볼 수 없을 것이다. 겉날개와 솜깃털이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교회와 총회도 남성과 여성이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로 설 때 성령님의 권능의 날개 품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품으로 하나 되어 왕성한 생명의 역사를 이루어 갈 수 있는 것이다.

복음 역사의 페이지를 넘겨보면 나라와 민족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요원(燎原)의 불길처럼 타올랐던 믿음의 선배들이 있었다. 그들은 민족과 교회를 부둥켜안고 눈물의 기도와 헌신의 땀방울을 성전과 조국 토양에 쏟아냈다. 순간 솜깃털 역할을 한 여성 그리스도인들이 눈과 마음에 한가득 들어온다. 물론, 시대가 변하여 여성과 남성의 역할론이 모호해지고 양성(兩性) 내지는 공성(公姓)으로 관여할 일이 많아졌지만 때로는 여성과 남성이 조화로운 양 날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겉날개와 솜깃털이 되어 상생해 왔기에 숱한 외세의 침략과 위기 속에서도 민족과 교회의 역사 속에 하나님의 영광이 물이 바다를 덮음과 같이 면면히 흘러왔다.

올해는 여성 안수 허락 30년이 되는 해이며, 내년은 그 허락이 법제화로 실현된 30년을 맞이하게 된다. 아마도 여성 목회자들에게는 그날이 꿈꾸는 듯한 기쁨을 맛보았던 날이었으리라. 그러나 돌이켜 보면 여성 안수가 허락되어 잠시 기쁨을 누렸을 뿐 그 기쁨으로 복음의 역량 발휘를 할 만한 구조적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한 세대를 지나오고 말았다. 그래서 여성 그리스도인들, 특히 여성 목회자들은 여러 곳에서 아우성이다. 그 외침 속에는 '양성평등', '총회 여성위원회의 상설위원회로의 전환', '노회마다 총회 총대로 여성총대 1인 이상을 보내자는 안의 법제화', '여성 목사의 사역지 확대'와 '여성 성도의 조직 개선을 통한 의사결정시스템의 참여' 등이 진하게 담겨있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은 제108회기 총회 보고서 통계에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교단의 전체 목사 수는 2만 2189명이이고, 이중 여성 목사는 2992명으로 13.5%에 해당한다. 전체 교회 9476개 중 여성 담임목사 수는 573명으로 6%에 불과하다. 총회 총대 역시 1500명 중 여성 총대는 41명(장로 포함)으로 2.7%에 그친다. 한국 교회에서의 여성 성도의 비율이 60%대에 육박하는데도 이런 수치를 보여주니 더 할 말이 없는 것이다.

한국 교회가 교회다움을 유지하고 선교 대국으로 발돋움하게 된 데에는 여성들의 솜깃털과 같은 헌신과 수고가 아니라고 그 누가 반박할 수 있겠는가. '피사의 사탑'을 보며 멋과 불안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총회와 교회에도 장자 교단과 그에 속한 교회라는 자긍심의 멋과 분명코 추락하는 날개 같은 교회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내재 되어 있다. 저마다 위기를 나와 교회의 내부에서 찾기보다는 그 요인이 외부에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교회의 변화를 위해 우리는 먼저 그 요인을 내부에서 찾아보아야 하겠다.

하나님께서는 첫 사람을 지으실 때 분명히 여성과 남성에게 명실공히 콕 집어주신 말씀이 있다. 그것은 "돕는 배필"과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이다. 그러므로 여성 그리스도인과 여성 목회자들의 '아우성'의 의미는 "여럿이 함께 기세를 올려 악을 쓰며 부르짖는 소리나 그 상태"로서의 권리 주장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주신 성령 안에서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려는 거룩한 몸부림"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위기를 극복하고, 치유와 회복을 이루며, 복음 안에서 함께 다시 살려는 교회의 외침이 되어야 하겠다.

교회 안에서 여성들과 청년들을 여전히 '인력 풀'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현실 안주가 아니라 결국은 함께 위기의 늪에 빠져들자는 처사임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세 층의 날개깃과 솜깃털을 서로 의식하며 성령의 하나 되게 하신 복음의 날갯짓을 하게 될 때 비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교회와 총회의 모성애적 솜깃털 여성들은 처절한 눈물과 극도의 피로감에 애잔하게 젖어 있다. 복음의 품으로 이름도 빛도 없이 한국교회를 견인해 왔는데, 겉날개의 위용에만 마음 쓰다 보니 솜깃털의 온도가 내려감을 감지하지 못한 것이다. 그것은 비혼, 출산율의 저하, 3040세대의 공백 그리고 1020세대의 단절로 이어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다시 솜깃털의 온도를 높이고 교회와 총회의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겉날개의 양보와 배려와 동반자적 날갯짓이 요구된다. 다시 복음으로 함께 살 것인가 아니면 그 동력을 잃으며 서서히 죽어갈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분명 위기의 시대에 위기를 감지한 시점은 위대한 기회가 된다. 위기의 때를 '위를 바라보아야 할 기회'로 삼고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성령 안에서 하나 되게 하신 것"을 아우성하며 하나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시고 마음에 품으신 기대를 이루어 드리려는 공동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고, 교회는 회복되며, 이 땅은 복음의 물결로 출렁이게 될 것이다.

국회의원선거나 지방선거에서도 여성과 청년을 배려하기 위해 할당제를 도입했다. 할당제만으로 충분치 못하다는 비판이 있지만 교회는 그런 시도조차도 매우 소극적이다. 총회와 교회는 원활한 의사소통구조를 갖추고, 이를 위해 여성 총대 비율도 시급히 법제화해야 할 것이다. 교회여성들은 자신의 견해를 표출할 수 있는 언로가 부족하다. 또한 여성 성도들에게 여성 목사가 남성 목사와 동등한 위치에 서는 모습을 보여줄 때 비로소 자긍심와 열정의 온도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이것은 자리를 내어 줌도 선심도 아니다. 돕는 배필로서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마땅한 보답이며 도리이다. 모성애적 고급진 복음의 품이 총회와 교회에서 식어지고 사라진 뒤 때늦은 후회를 해서는 안 된다. 교회에서부터 의사결정 그룹에 여성과 청년이 몸담을 범위를 열어 주고, 노회와 총회에도 더 많은 여성 지도자들이 진출하여 복음의 진가를 드러내도록 동반 걸음을 떼어야 하겠다. 총회와 교회가 하루빨리 건강한 양 날개를 구축해 함께 힘차게 날기를 소망한다.

한국 사회의 주요 영역에서 그 어느 곳보다도 양성평등이 잘 이루어진 공동체는 당연 '교회'여야만 한다. 왜냐하면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하나님 나라의 근본적인 가치를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교회는 사회가 추구하는 변화와 가치를 참고하여 구조적으로 낙후되지 않도록 시대에 합당한 복음의 옷을 입고 서로 소통해야 한다. 그것이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기대에 응답하는 것이다.

여성 안수 허락도 기쁘고, 일부 법제화가 된 것도 감사하지만 후속 조치가 따르지 않으면 아픔과 눈물 자국은 더욱 깊이 패일 것이며, 어느 순간 모두가 그 눈물에 휩쓸려 떠내려가게 될 것이다. '각자도생'하면 어느 순간까지는 빨리 가게 되지만 오래가지 못하며, '상부상조'하며 함께 가면 조금은 더딘 것 같지만 오래 갈 수 있다. 신사의 멋진 모자를 벗기는 것은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태양열이다. 더욱 말씀과 성령 충만함의 열정을 품은 모성애적 솜깃털 사랑으로 신사들이 깊게 눌러 쓴 생각의 모자를 벗겨드리자. 무엇보다도 솜깃털이던 겉깃털이던지 간에 주 날개 밑에 거함이 치유이고, 회복이고, 모두가 살길임을 잊지 말자.



임현희 목사/총회 평신도위원회 위원장·전주팔복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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