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 분야에서 개혁정신 계승 노력

문화 전 분야에서 개혁정신 계승 노력

[ 문화 ] <2017년 기독교 문화 결산>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7년 12월 28일(목) 16:25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저물고 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가난은 예술인들의 숙명이라고 하지만 그 중에서도 기독 문화계에 종사하는 예술인들은 그 설 자리가 더욱 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한해동안 기독 예술들은 자신들의 예술적 재능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복음을 담아내는데 힘써왔다. 특별히 2017년은 종교개혁500주년을 기념하는 해로 많은 예술인들은 열악한 상황 가운데서도 각자의 분야에서 개혁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각 분야별로 2017년 기독교 문화계를 결산해본다.

#실화 바탕으로 한 기독교 영화에 큰 호응
<영화분야>

올 한 해 극장 개봉작은 1000여 편으로 이중 기독교 영화로 분류할 수 있는 작품 수는 국내 및 외화 포함해 10여 편이었다. 올 한해 가장 많은 관객이 찾은 영화는 CBS가 배급한 '예수는 역사다'이다. 이 영화는 17만여 명의 관객이 들고 약 12억 정도의 극장 매출을 기록했다. '예수는 역사다'의 흥행은 최근 실화 중심의 영화가 사랑을 받고 있는 큰 흐름 속에 있다고 분석된다. 지난해에도 예수 부활 사건을 추적하는 로마 호민관 클라우스의 시선으로 그려낸 '부활', 희귀 질환을 앓던 소녀가 나무에 오르다가 추락한 뒤 기적처럼 병이 나은 실제 이야기 '미라클 프롬 헤븐' 등이 큰 인기를 끌었었다. '예수는 역사다' 또한 시카고 트리뷴지 기자 리 스트로벨의 실제 간증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필름포럼의 조현기 프로그래머는 "믿음 혹은 기적이라는 보이지 않는 진실을 실체적인 화면과 구체적인 스토리텔링으로 관객에게 전달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외에도 올해 개봉된 영화 중 국내 간호 시스템의 체계를 세운 서서평 선교사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는 국내 기독교 역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발굴해 영화에 있어 소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게 하는 좋은 예였다. 

헐리우드의 대표적 명장 마틴 스콜세즈 감독의 '사일런스'는 크리스찬들의 박해가 절정에 달했던 일본 막부시대의 배교를 소재로 한 영화로, 일본 소설가 엔도 슈샤쿠의 '침묵'을 영화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으나, 무거운 주제와 긴 러닝타임으로 10만 관객에 그친 점이 아쉬웠다는 평가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해에 국내개봉을 위해 인위적으로 상영을 미뤄왔던 영화 '루터'는 10월에 개봉되었으나 흥행면에서는 부진했다. 

높은 완성도와 화제성, 국내 기독교영화로는 드물게 극 영화라는 장르로 주목 받았던 '로마서 8:37'은 기독교의 현재 어두운 모습을 스스로 드러내며 질문을 한다는 의미에서 평단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졌던 영화다. 이외에도 올해에는 윌리엄 폴 영의 원작소설을 영화화 한 '오두막', 캄보디아 희망학교 호프스쿨을 운영하는 김만호 선교사에 대한 다큐멘터리 '아이엠 호프맨', 정일우 신부의 이야기를 그린 '내 친구 정일우', '성 프란치스코'가 개봉을 했으며, 12월에는 예수님 탄생의 이야기를 그린 '위대한 탄생', 옥한흠 목사의 설교와 어록으로 구성된 '광인 옥한흠' 등이 개봉됐다.

내년도에는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급 영화로 '사도바울'과 '막달라 마리아'가 제작되어 개봉될 예정이다.

#뮤지컬 홍수 속 기독교 공연 대부분 적자 
<공연분야>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과 더불어 세계 3대 뮤지컬 시장이다. 뮤지컬시장을 포함한 국내 공연시장은 8000억 원 규모이고, 통계에 따르면 연간 약 3만 8000건의 공연과 10만여 회의 공연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해가 거듭할수록 공연시장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 매년 공연되는 뮤지컬의 편수는 약 2400여 편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무대에 오른 기독교 공연은 지방에서 있었던 단회 공연들까지 포함해도 대략 50여 편 정도다. 공인된 극장에 올라간 편수는 더 줄어들어 20여 편에 불과하다. 전체 뮤지컬 시장의 1% 정도다. 연극의 경우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기독교 문화 공연계도 연극이 외면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뮤지컬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뮤지컬 공연만 올리면 수익을 올린다는 말은 아니다. 김관영 대표(문화행동 아트리)에 따르면 "기독교 연극 및 뮤지컬은 거의 다 적자를 보고 있다. 일반 공연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뮤지컬 제작자들이 자살 직전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며 "공연계는 올해도 영세한 가운데 겨우 버텨냈다고 할 정도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공연계는 종교개혁500주년을 맞아 몇 편의 공연을 선보였다. 역시 모두 뮤지컬이다. 문화행동 아트리에서 '더북', '요한계시록'을, 이음컴퍼니에서 '마르틴 루터', 문화사역 CMP에서 '루터', 소망교회에서 '아드폰테스'를 선보였다.

이중 가장 사랑을 많이 받은 공연은 단연 뮤지컬 '더북'이다. 뮤지컬 '더북'은 종교개혁500주년 기념으로 1년간 공연이 됐으며, 주일을 빼고 총 371회 공연을 했다. 1년 내내 스트레이트로 공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총 관객은 약 5만5천명 가량이며, 대학로 상설팀을 운영하면서도 세컨드 팀을 만들어 순회공연을 해 지방공연을 9차례나 돌았을 정도로 교회와 교인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지방공연을 통해 관람한 인원이 2만여 명으로 전국적으로 7만명 정도가 이 뮤지컬을 본 셈이다. 1월 10000원에서 월별로 2000원씩 올라가는 관람료 점증제를 최초로 시행한 것도 새로운 시도였다. 흥행에 성공해 7억 정도의 수입을 거뒀다는 후문. 이를 통해 기독뮤지컬 전용극장 '작은극장 광야'를 개관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뮤지컬 '벤허'가 거의 유일한 대형공연으로 무대에 올랐으나 관객들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해 일반적으로 성공한 뮤지컬이 후속공연을 기획하는 등의 조치가 뒤따르는데 반해 첫 공연 후 아무런 후속 기획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연극은 극단 비유의 '유추프라카치아', 쇼빌컴퍼니의 '디너포유', 극단 미목의 '서울루키' 등이 공연을 올렸다.

김관영 대표는 "열심 있는 사람들이 소규모로 일어났다가 명멸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데 기독교 공연계가 탄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기독 공연계가 자리매김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된다는 점에서 연동교회나 동숭교회처럼 큰 교회가 극장을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간과 콘텐츠를 잘 연계시켜주는 플랫폼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작 비용 낮은 음원 속출, 외면하는 대중
<음악분야> 

크리스찬 음반은 기독교 문화 여러 분야 가운데서도 가장 열악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 시장은 이미 유통사를 통한 유통과 판매 규모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기독교 백화점의 음반 매장은 아예 철거하거나 대형 기독교 백화점 역시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일부 예배음악팀의 앨범이 발매될 때마다 판매량이 반짝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의미 있는 판매량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국내 최대 기독교 음반 판매 루트였던 온라인 몰 갓피플은 올해 들어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음반 배송을 판매자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실제로 오래 전부터 CD보다 디지털 음원 판매 매출이 월등히 앞서고 있는 상황이며, 개인 사역자들 역시 CD는 현장 판매 목적 외에는 만들 이유가 없어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미디어스코프 송재호 차장은 "시장 규모가 작아 최소한의 비용으로 제작을 하다보니 음원에 대한 퀄리티가 떨어지며, 이로 인해 대중들의 기대감도 점점 없어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비판한다.

2017년 CCM 음원은 6500여 곡 정도가 발표됐다. 이중 국내 아티스트 발매 음원을 추리면 1천120여 장이다. 발매된 앨범은 찬송가 연주 앨범이 많은데 이같은 앨범은 스테디셀러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퍼져 있고, 상업적으로도 제작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서된다. 

올해는 음악적 역량이 뛰어난 아티스트들도 몇몇 등장했는데 그중 힙합 R&B PlanZ가 눈에 띤다. CCM 1세대 최덕신의 아들로 지난해부터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가요활동을 병행하며 트렌디한 음악으로 프로젝트 앨범을 발매하고 있는 최요한 프로듀서의 프로젝트 그룹 U&I, 어쿠스틱 사운드에 멜로디 라인이 돋보이는 빨간약, 김상진 등이 눈에 띄는 아티스트들이다.

또한, 서울장신대 예배찬양사역대학원에서 공부하며 발매한 앨범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는 최혜연, B.O.G, 배주은, 김지희 등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베테랑들의 귀환도 눈에 띈다. 올해 사랑이야기, 한웅재 목사를 비롯해 15년만에 음반을 낸 좋은씨앗, 최인혁(12년만에 발매), 송정미(싱글음원 발매) 등이 음반 혹은 음원을 발매했다. 최근 재정적인 부분을 책임지는 음반사가 없어 자기가 자기돈을 들여 발매해야 하는 구조로 CCM 정규앨범을 낸다는 것은 굉장한 자기 희생을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분투가 주목됐다.

종교개혁500주년을 맞아서 힙합 뮤지션인 리튼바이라이노 '21C 전도사 존재 선언문', '루터 밴드 '500RPM', 미스터 탁 '루터' 등의 곡들이 개신교회에 대한 자성과 교회와 성도의 본 모습을 찾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종교개혁 500주년 서적 봇물, 변별력은 부족
<출판분야>

기독교 출판계는 올해도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올해에도 깊어 기독교 서적에 대한 수요는 줄어드는 상황. 강영란 대표(도서출판 샘솟는기쁨)는 "국민들의 정서와 출판의 정서는 매우 가깝다"며 "사회적으로 교회가 부정적 문제로 회자되면서 기독교 출판계의 위축이 더욱 심해졌다"고 말한다.
최근 기독 출판계의 책 중에는 대형교회의 담임목사가 필자인 경우가 많다. 출판업체에서는 대형교회 목사의 책은 대량으로 구매해 뿌려지는 경우가 많아 이윤을 창출하는 필자이기에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대형교회에서 뿌려지는 담임목사의 책이 실제로는 읽히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독교 출판계는 더욱 저자를 선정하고 책을 기획을 함에 있어 더욱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는 종교개혁500주년을 맞아 '종교개혁', '마르틴 루터', '얀 후스', '칼뱅' 등의 주제어로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으나 판매지수나 변별력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최근 일반 출판계에서 회자되는 자기표현, 촛불, 4차 산업혁명, 웹소설과 플랫폼 비즈니스, 블랙리스트, 여혐사회, 마중물 독서, 1인 출판사의 가능성, 아날로그의 반격 등의 키워드가 기독교 출판계에서는 거의 적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대정신이나 시대적 조류와 동떨어진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출판사가 도태되는 경향도 발견되는 한해였다. 온라인출판사인 알라딘에서 발표한 전반기 출판사 순위를 보면 그동안 꾸준히 상위에 포진하고 있던 일부 출판사들이 순위가 밀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러한 정보가 전체 판매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출판사들의 현재를 엿볼 수 있는 자료라는 측면에서 기독출판사들의 변화가 요구된다. 이에 대해 강영란 대표는 "상위 10위 출판사의 지각변동은 콘텐츠 중심으로 가는 독자들의 요구에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참신한 저자 발굴도 필요하지만 신간 중심에서 벗어나 콘텐츠의 가치를 추구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일반 사회의 변화에 대해 기독교 출판사가 어떻게 대면해야 할 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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