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크리스 선교사에게!

사랑하는 크리스 선교사에게!

[ 현장칼럼 ]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9년 08월 26일(월) 00:00
지난번 가족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을 때, 여러 일정으로 긴 시간 함께 하지 못하여 몇 자 적어본다. 내가 너를 처음 만난 때가 이주민들을 섬기는 교회와 선교센터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2004년도였지. 2009년 한국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귀국할 때는 젊은 청년이었는데, 벌써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앞이마가 훤히 보이는 아저씨가 되었더구나.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와서 주물공단의 노동자로 일하다가 지게차에 발등을 다쳐 절뚝거리며 교회를 찾아 왔을 때만 해도 지금의 크리스가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어. 한국에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철새처럼 찾아온 이주 나그네들의 고통과 아픔을 돌보고 섬기는 일을 주님께서 주신 사명으로 여기는 교회였는데, 어느 날 네가 귀국을 앞두고 "목사님! 저도 목사님처럼 우리나라의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살고 싶습니다. 저를 선교사로 훈련받게 해 주세요"라고 말할 때, 사실 그 말을 믿지 못하고 주저했었지.

신앙생활의 연조도 짧고, 신학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이 과연 선교사로서의 사명을 감당한다는 것이 가능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던 거야. 당시 기아대책기구에서 봉사단 훈련을 마치고, 우리 교회가 파송교회로 보내기는 했어도, 반신반의하며 너의 사역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 크리스가 기아대책 스텝으로 일한 지 3년이 지나 처음으로 네팔을 방문하였을 때, 나의 염려가 잘못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수도 카투만두의 빈민시설 뿐만 아니라 지방의 고산지대 학교와 마을을 다니며 그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며, 네가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더욱이 올해 2월에 우리 부부가 재차 방문하였을 때 지역 NGO회장으로 3개 지역 15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의 돌보는 일 뿐만 아니라, 아주 소외된 체팡(Chepang)족 어린이들을 위한 사립학교를 설립하여 300명이 넘는 학생들과 11명의 교사와 직원을 둔 학교(Evervision School)를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정말 크리스가 많은 눈물과 땀을 흘렸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벌써 네가 사역을 한지가 10년이 다 되어 가는구나. 너의 사역을 우리 교회에서 지켜 보던 스리랑카인 아상크와 중국인 정해연 부부도 너의 뒤를 따라 2012년 귀국하여 고향 동네에서 우리 교회 이름을 따서 '평화유치원(Peace Preschool)'을 하며 지역 어린이들을 돌보며 교회학교를 하고 있고, 작년 12월에는 방글라데시 밀턴이 너와 아상크의 사역에 도전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가 차크마(Chakma)교회 사역을 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을거야.

우리 교회는 너를 비롯하여 3개국에서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를 현지선교사로 파송한 교회가 되었지만, 늘 안타까운 것은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개척교회나 다름없는 미자립교회로서 너희들이 필요로 하는 선교비나 생활비를 충분히 보내주지 못하는 것이 늘 미안하고 안타깝기만 하구나. 그러나 하나님은 선교의 열정과 비전을 품은 교회와 이웃 교회 성도들을 통하여 너와 너의 후배들의 사역을 이끌어 가고 계심을 믿고, 오직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사역으로 주님의 은혜와 후원자들의 사랑에 보답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우리 교회에 나오는 이주민들이 정결한 믿음과 사랑으로 신실한 주님의 백성이 되고, 나아가 너의 뒤를 따라 선교사로 헌신할 수 있도록 계속 좋은 소식들을 보내 주기 바란다.

가족 모두 주님의 은혜 가운데 강건하고, 사역 위에 주님 동행하시기를 마음 모아 기도한다.

사랑한다, 믿음의 첫째 아들 크리스!

고경수 목사/대구평화교회·대구이주민선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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