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의 백향목

레바논의 백향목

[ 성지의식물 ] 이강근 목사2

이강근 목사
2021년 01월 25일(월) 09:57
레바논산 브샤레의 백향목.
백향목에 달려 있는 솔방울.
1월의 엄동설한의 중동 땅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식물은 역시 백향목이다. 원산지는 레바논산맥이다. 중동 땅에 이렇게 추운 곳이 있냐 하겠지만 레바논에 2500고지는 중동에서 가장 강한 추위가 몰아치는 곳이다. 그래서 특별한 것이 나왔다. 바로 백향목이다. 레바논산의 백향목은 추워야 하고 꽁꽁 얼어붙어야 살아남는 나무다. 발아도 이곳이 아니면 냉장고의 냉동실에서 발아해야 살아나니 레바논산이 진짜 백향목이다. 특히 300년은 살아나야 목재로서의 진가를 발휘한다. 단단하고 향이 좋고 송진은 방부재요 은은한 향은 벌레를 막으니 건축자재로는 최고다.

슬라이드필름이 장착된 소형 중형 카메라가방을 메고 백향목을 보겠다며 베이루트에서 트리폴리를 거쳐 레바논산으로 향했었다. 굽이치는 산길을 따라가며 시시각각 펼쳐지는 풍경은 마치 거대한 산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레바논 땅에 몇 곳 안남은 백향목산지 브샤레에 도착해 가까이서 본 백향목은 성경에서 70여 차례 이상 언급된 힘과 영원과 영화 그리고 위엄을 상징하는 그 나무였다. 카메라를 세워놓고 들여다 본 높이 35미터까지 곧게 뻗은 몸통과 수평으로 뻗어나가 가지가 삼각형을 이루며 서있는 백향목의 자태는 가히 최고의 나무라 할 수 있다.

진짜 백향목은 유독 레바논산의 강추위가 몰아치는 고원산지에서만이 가능한 듯하다. 메소포타미아의 제국들은 자신들의 궁과 특별한 건축물을 계획할 적마다 레바논산 백향목을 탐냈다. 앗시리아는 아예 백향목을 얻기위해 전쟁을 일으켰고, 이집트의 바로는 영원한 명면을 위해 만들 미이라를 만들기 위해 백향목 송진을 구해갔고, 사후 영원의 강으로 넘어갈 배를 백향목으로 만들어 놓았다. 수천년이 지난 지금도 그 백향목 배를 기자 피라미드 옆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이집트의 바로가 백향목으로 배를 만든 것은 이미 고대로부터 지중해 해상권을 지배해온 두로왕의 명성을 알았기 때문이다. 페니키아의 작은 해안가의 두로가 지중해 강국으로 우뚝 설수 있었던 것은 바로 백향목으로 만든 배 때문이다. 물에 강하고 단단한 백향목의 배는 지중해 두로를 최강의 해상국가로 만들었다.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건너가는 모든 배들은 레바논을 경유하게 되었다. 그만큼 두로는 지중해상권의 중심이었다. 성경의 어원이 된 비블루스가 두로왕국의 북부 항구 이름이다. 이집트의 파피루스를 실은 배가 레바논의 비블루스항구에서 정박하면 유럽에서 온 배들이 비블루스에서 파피루스를 사갔다. 책중의 책이란 이름의 바이블은 바로 이 비블루스항구의 이름에서 기인한 것이다. 솔로몬 시대의 그발이 바로 이 비블루스의 이름이다.

그 백향목의 진가를 알아본 것은 바로 솔로몬이다. 솔로몬의 그 많은 지혜 중에 식물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솔로몬은 레바논의 백향목에서 담에나는 우술초까지 해박했다(왕상 4:33). 그러니 그가 거룩하고 거룩한 하나님의 성전을 지을 때 백향목을 떠올린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는 아버지 다윗왕과 두터운 친분을 활용해 두로왕에게 백향목을 구했다. 매달 일만명씩 레바논으로 보내 벌목한 백향목을 바닷길로 실어와 예루살렘에 성전을 지었다.(왕상 5장). 그는 성전 외에 그의 궁을 백향목으로 지었고 심지어 그의 침상도 타고 다니는 가마도 백향목으로 만들었다(아 3:9).

솔로몬의 백향목 성전은 이미 불타고 없어져 버렸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백향목 건축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베들레헴 예수님 탄생교회다. 1800년대 화재로 소실된 탄생교회를 수리할 때 레바논산 백향목을 가져다 지었다. 그래서 베들레헴 탄생교회에서 3천년 전 솔로몬의 백향목성전을 추억할 수 있다. 현재 백향목으로 지은 가장 오래된 건축물은 시리아의 말룰라라는 마을에 있다. 예수님 당시의 언어인 아람어를 쓰는 유일한 마을로 마을 입구에 커다란 백향목 문이 서있다. 기독교인 마을로 현지인들은 5천년 전에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백향목 기둥일 듯하다.

지금 레바논에서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일부 백향목 산지를 제외하고는 레바논에서 조차 백향목이 씨가 말랐다. 하기는 2차 세계대전에 영국군이 철로를 건설하며 백향목을 마구 베어냈고, 심지어 추위의 땔감으로 백향목을 태워버렸다. 1944년에 독립한 레바논은 아예 국가의 국목으로 지정해 레바논국기 한가운데에 백향목을 그려넣었고, 특수부대 베레모에도 백향목문양이 박혀있고, 레바논의 국적기(Middle East Airlines)의 문양이 백향목이다.

이 귀하고 귀한 레바논산 백향목을 한국에도 키워볼 수 있을까 해서 두번에 걸쳐 시도한 적이 있다. 한번은 이스라엘 산림청에서 재배되고 있는 레바논산 백향목 묘목 50그루를 어렵게 얻었다. 한국에 도착해서 세관을 통과하며 시간이 지체되어 이미 절반이 썩어 죽었고, 나머지는 심기는 했으나 한국풍도에 맞지 않아서 말라 죽었다. 두번째는 아예 솔방울을 구해 한국에서 싹을 발아해 심어보자는 것이었다. 레바논 백향목단지에서 솔방울을 주울 수 있다는 현지 지인의 말에 레바논으로 날아간 적이 있다. 아뿔싸 그렇게 조심했는데도 암만경유 연결행이 텔아비브발이라는 것을 눈치챈 출입국 직원이 입국불가란다. 6시간을 베이루트공항에 대기하다 되돌아 왔다. 결국 그해 한국을 방문한다는 지인에게 부탁해 서울에서 백향목솔방울 두개를 받아 발아를 시도했다. 레바논 2500고지의 강추위에서 발아를 해야 한다해 냉동고에 며칠을 놔두었다가 발아한 끝에 발아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도 한국기후에 자생에 실패했다.

현재는 백향목 산지가 세계 여러곳에 있다. 귀한 목재라 터키 남부에서 재배단를 조성해 대단위로 키우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도 볼 수가 있다. 감람산 아우구스타빅토리아 교회 정원에 10여 그루가 자라고 있고, 감람산에서 겟세마네로 내려가는 초입에 한 그루가 서있다. 엠마오의 추정지인 엠와스의 엠마오교회에도 커다란 백향목이 심겨져 있다.

이강근 목사 / 예루살렘유대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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