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장애, 더 이상 장애가 아닐 순 없나요?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장애, 더 이상 장애가 아닐 순 없나요?

[ 연중기획ESG ] 새롭게 이롭게- S(11) 장애인과 함께 하는 교회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2년 11월 10일(목) 08:26
치유하는농인교회 예배 후 함께 한 성도들과 교역자들
지난 107회 총회에서 수어통역을 하고 있는 통역사.
지난 9월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 제 107회 총회에서는 교단 총회 역사상 처음으로 수어 동시 통역이 진행됐다. 청각장애인 전문 수어 통역사 2명은 모든 회무 내용을 통역했다. 수어통역은 현장은 물론 온라인 송출 화면에서도 시청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총회의 수어통역에 대해 청각장애인들은 교단 총회가 첫 출발점에서부터 장애인을 배려한다는 점에서 이번 회기 총회의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총회의 수어통역에 대해 농아인 목회자인 곽호범 목사(고촌중앙교회)는 "지난 9월 교단 107회 총회에서 수어통역이 진행되어 얼마나 고무적이었는지 모른다"며, "우리 교단의 농아인 목사, 장로 및 교인들도 총회 진행사항을 알 수 있게 해 준 것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교단의 수어 통역이 계속되었으면 좋겠고, 각 노회들도 통역이 필요하다는 것을 한국교회가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총회 농아인선교회 총무 이영우 목사는 "교단 총회는 모든 목회자에게 매우 중요한 데 그 동안 장애인, 특별히 청각 장애인들의 정보 접근성이 마련되지 않아 해당 장애를 가진 총대 및 우리 교단 목회자, 성도들의 총회 진행과 결정사항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앞으로도 교단이 청각 및 언어장애인들이 예배와 회의에 동참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의지를 갖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아인교회의 목회자들은 이번 회기 총회가 장애인교회 중에서도 열악한 교회가 많은 농아인교회에 큰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치유하는농인교회 야외예배.
#농아인선교회 소속 45개 교회, 전국교회 관심 필요



현재 총회 농아인선교회(회장:안후락)의 회원교회는 모두 45개 교회다. 회원 교회들은 서울 6곳, 인천 2곳, 경기도 7곳, 강원도 2곳, 충청남도 4곳, 충청북도 1곳, 대전 2곳, 경상북도 7곳, 경상남도 3곳, 대구 2곳, 전라북도 2곳, 전라남도 1곳, 광주 2곳, 제주도 1 곳 등 전국에 고루 분포되어 있다.

서울의 회원 교회들은 노량진교회, 명성교회, 서울교회, 창동염광교회, 치유하는교회, 거룩한빛광성교회, 과천교회, 부천동광교회, 안산제일교회, 안양제일교회 등 대형교회의 장애인 부서이거나 밀접하게 연관된 농인교회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대형교회와 연관된 교회가 아닌 이상에는 전반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농아인교회는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총회가 개최한 선교형교회 사례 공모전에서 포항 한숲농아인교회(안후락 목사 시무)가 최우수상을 받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숲농아인교회는 농아인들이 운영의 주체가 된 음식점 '수화식당'을 운영하며 청각장애 및 중복장애가 있는 장애인 뿐만 아니라 청년,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들이 모여 즐겁게 일하는 모습으로 큰 울림을 주기도 했다.

농아인교회들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 사역을 이어가지만 그 속살을 들여다보면 대형교회들의 섬김과 파트너십, 여러 교회들의 도움, 농아인교회들의 피나는 노력 등을 통해 큰 감동을 주는 곳이 많다.



하남농인교회 입주예배 모습.
#대형교회와 따로 또 같이 '치유하는농인교회'



치유하는농인교회는 치유하는교회의 전폭적인 지원과 배려 속에서 농인교회로 독립해 사역을 이어나고 있는 경우이다.

치유하는농인교회 담임 정종규 목사는 지난 2017년 치유하는교회 담임 김의식 목사를 만나 농인 선교에 대한 비전을 공유한 후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인근 선교관 2층 건물에 농인교회를 설립했다. 치유하는교회는 교회 내 부서가 아닌 별도의 농인교회를 설립해주기로 하고 농인교회의 독립적인 예배실을 마련해주는 한편, 냉난방, 도시가스, 전기, 수도 등 일체의 비용, 담임목사의 생활비까지 감당하고 있다.

이에 치유하는농인교회는 치유하는교회 주일예배와 수요기도회 시 수어통역사를 파견, 재능기부를 하며 치유하는교회의 예배를 농아인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대형교회의 돌봄 속에서 치유하는농인교회는 꾸준히 성장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농인교회를 후원하고 있으며, 해외의 농인교회에도 때때로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이외에도 치유하는농인교회는 또한, 청각 및 언어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들과 수어를 배우려는 비장애인 교인들을 중심으로 '손향기 찬양단'을 조직, 수어찬양을 배우고, 이를 통해 봉사를 하기도 한다.



속초농아인교회 입당 감사예배 모습.
#어려움 빠진 농아인교회에 도움의 손길, 지역 장애인 선교까지 감당



농인교회가 타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큰 교회와 인연이 되어 좋은 동역 관계를 맺은 경우도 있다.

하남농인교회(김애식 목사 시무)는 원래 1997년 5월 노량진교회 창립 90주년 기념으로 농아부로 창립 됐다가 2000년 11월 서울남노회 노량진농인교회로 설립되어 최근까지 사역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최근 20년 이상 머물렀던 상가가 재건축을 하게 되면서 이사를 해야 했지만 주변 건물의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갈 곳이 없는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새노래명성교회(고은범 목사 시무)가 손을 내밀어 교회 인근 상가 건물에 무상으로 공간을 제공하기로 결정해 지난 4월 16일 하남시 덕풍로의 한 건물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

장소를 제공한 것에 더해 새노래명성교회의 교인들은 헌금을 통해 4000여 만 원의 선교지원금을 모아 교회 이전을 위한 지원금 등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하남에는 예장 합동의 한 대형교회 내 농아부 부서가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농인교회가 없는 상태로 지역의 농아인 선교를 위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작은농인교회 예배 모습.
#총회와 교회들이 힘 모아 어려움 빠진 농아인교회 도와



강원도 고성·속초 산불에 대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구호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속초농아인교회(최만식 목사 시무)의 재건축 이야기는 듣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지난 2019년 4월 강원도 속초, 고성 산불로 전소되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속초농아인교회는 지난 2004년 12월 속초중앙교회에서 분립개척한 후 영동극동방송에 전세로 입주해 있는 상태에서 지난 2019년 4월 4일 산불로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영동극동방송으로부터 전세보증금 7000만 원은 돌려받았으나 내부 집기 등이 모두 불에 타버린 상황에서 총회 및 한국교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지원하고, 모교회인 속초중앙교회가 교회 쉐마홀에서 농아인예배를 계속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총회는 강원도 산불 피해헌금 3억 1000만원으로 현재 예배당의 부지를 구입해주고, 2년간 새 담임목사인 최만석 목사의 사례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전국 교회에서 5억여 원에 달하는 성금을 보내주어 공사를 진행했다. 속초농아인교회는 4층에 게스트룸을 만들어 전국 교회에서 보내온 관심과 기도에 감사하는 의미로, 목회자들이 요청할 경우 무상으로 대여한다.



#지원 없는 작은 농아인교회들 어려움 많아



그렇다면 평범한 큰 교회의 도움이 없는 농아인교회의 경우는 어떨까?

작은농인교회(이영우 목사 시무)는 8년 전 설립된 후 6년 전 이영우 목사가 부임해 목회하고 있는 그야말로 '작은' 교회다. 작은농인교회는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나 월세 같은 건물을 포기하고 빌릴 수 있는 곳을 찾아 주일 하루만 예배를 드리고 교인들이 교제하고 있다. 사정상 한 곳에 오랜 기간 공간을 빌리는 것이 여의치 않아 6년간 공간을 6번 이동할 정도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목사는 평일에는 '장애인 배드민턴 선수'로, 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주일에는 목회자로서 말씀을 전하고 있다.

이 목사는 "교인들에게 헌금 강요하지않고 기쁜 마음으로 목회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 있어 두가지 일을 하는 등 바쁜 일상을 살지만 오히려 행복한 목회자가 될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특별한 사역은 없지만 오로지 말씀을 가르치면서 말씀대로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말씀으로 돌아가서 진리로 배우는 하나님의 자녀답게 하나님나라를 이루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목회자로서의 소회를 밝혔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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