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그리고 타이밍

'치유' 그리고 타이밍

[ 기자수첩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3년 05월 22일(월) 09:48
대한예수교장로회 제108회 총회가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명성교회에서 총회가 개최될 것인지에 대한 교회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총회 임원회는 지난달 6일 제107회기-8차 임원회의에서 제108회 총회의 명성교회 개최를 청원하는 안을 허락했다. 명성교회 당회는 총회의 요청을 받고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에게 결정을 위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총회장소는 지난 제 107-1차회의에서 목사부총회장에게 검토를 일임하고 차후 총회임원회가 보고받은 후 결정하기로 한 사항으로, 임원회는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진행하려는 이유에 대해 "총회와 명성교회의 치유와 화해, 부흥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치유'는 차기 총회의 핵심 단어다. 지난 15일 107-9차 임원회에서 제108회 총회 주제도 '주여, 치유하게 하소서!'로 확정했다. 명성교회 목회지 대물림을 둘러싼 교단 내 갈등으로 많은 상처를 입었던 총회와 명성교회, 더 나아가 총회 산하의 교회와 교인들, 한국교회에게 '치유'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하는 것이 치유를 위한 적절한 타이밍과 방법인가에 대한 '의문부호'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쉽게 없어지지 않는 것 같다.

서울노회는 이미 명성교회에서의 108회 총회 개최에 대한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서울강남노회도 총회 임원회에 총회 장소 선정 재고를 요청했다. 이외에도 몇몇 노회에서는 명성교회에서 총회가 개최되면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외에도 교단 내외 단체와 모임에서 성명서를 통해 명성교회에서의 총회 개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치유란 상처 입은 측이 상처 입힌 측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일어난다. 이러한 과정에는 진심어린 사과와 유감표명도 필요하며, 양측의 공감과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하다. 치유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총회 장소 제공이 명성교회에게 '득(得)'이 되는 선택일까에 대한 분석도 냉정히 해볼 필요가 있다. 잠잠해지고 있는 여론이 이번 총회 개최로 다시 부정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명성교회에서는 막대한 예산과 봉사로 섬기는 반면, 외부에서는 명성교회 목회지 대물림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몇몇 노회는 불참하고, 총회 안에서도 총회 장소 선정을 비판하는 발언들이 오가는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치유를 위한 시도가 오히려 서로의 상처만 더욱 깊게 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명성교회에서의 108회 총회 개최. 이것이 총회와 명성교회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모두가 현명하게 생각해볼 때인 것 같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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