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 보다 중요한 '하나됨'

'효율성' 보다 중요한 '하나됨'

[ 기자수첩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3년 09월 18일(월) 15:46
매년 총회 때마다 진행되는 에큐메니칼 예배에 대해 많은 이들은 불평을 토로하곤 한다. 산적한 회무를 처리하기에도 빠듯한 일정 속에 하루 저녁 시간을 할애 한다는 이유에서다. 에큐메니칼 예배는 형식이 새로워 신선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되다 보니 시간도 더 많이 걸리고, 나와는 직접적으로 상관 없어 보이는 메시지들이 강조되어 지루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에큐메니칼 예배를 드리는 것은 우리가 과거의 경험을 통해 비싼 값을 치르고 배운 교훈 때문이다. 제1, 2차 세계대전 때 기독교인인 연합군과 독일군은 모두 하나님께 자신들의 승리와 안전을 빌며 전쟁에 임했으나 그들에게 남은 것은 죽음과 폐허, 마음의 상처뿐이었다. 이러한 반성에서 기독교인들이라도 하나님이 하나되게 하신 것을 재확인하고 일치를 위해 노력하자며 세계적으로 에큐메니칼 운동이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용공'이라며 많은 이들이 배척하던 WCC에 가입해 세계교회와 사귐을 가졌던 우리 교단을 비롯한 일부 교단 덕에 한국의 독재 시절 WCC를 통한 통일 운동을 전개할 수 있었고, 민주화 운동에도 많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도 기후위기와 전쟁의 위기 속 그리스도인들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도 에큐메니칼 운동이 역사 속에서 닦아놓은 '길' 덕분이다.

지난 17일 한신교회에서는 예장 총회와 기장 총회가 공동으로 드리는 에큐메니칼 예배가 진행됐다. 이날 예배의 특징이라곤 외국인들 일부가 예배 순서자로 참여하고, 기장이 주최한 예배에서 예장 총회장이 설교한 것 정도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는 그 이상이다. 기장 총회와 예장 총회는 최근 2년간의 공동 에큐메니칼 예배만으로도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해외 협력교회 대표들도 한국 두 교단의 사귐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한국교회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표현한다.

연합과 일치에는 많은 에너지가 소요된다. 그러나 연합과 일치의 중요성은 단순한 효율성의 잣대 너머에 있다.

연합과 일치라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가치는 교단 내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하나됨'의 기본은 약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고, 힘 없는 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연약할 때 우리는 세계교회로부터 이러한 배려를 받았다. 이러한 '하나됨'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가 새로운 108회기에 온전히 이루어가기를 기대한다.


표현모 기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