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을 판가름하는 표지

역량을 판가름하는 표지

[ 현장칼럼 ]

길준수 사무국장
2024년 04월 26일(금) 12:56
사회복지 업무의 반은 문서관리에 있다고 할 만큼 문서를 어떻게 작성하고 관리하느냐가 그 시설의 전문성을 판가름하는 표지가 되기에 충분하다. 현장 실무적 관점에서 문서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얼마나 중요한지 간단하게 정리해 본다.

첫째, 운영 상황과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일터에서 사업 운영을 얼마나 잘하는지, 개별 직원이 주어진 일을 얼마나 성실하게 잘 완수하는지를 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일차적으로 보고 들은 바를 가지고 확인할 수 있다. 시설을 오고 가는 많은 사람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 시설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지나가듯 내뱉는 평가들, 종종 찾아오는 주무 부처나 관계기관과 협의하는 중에 나오는 이야기들 등. 때로는 사업추진 중에 지역사회에서 꼭 필요한 일을 찾고 적절한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일도 목격한다. 가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없이 궂은일을 감당하는 직원의 모습도 발견한다. 이런 미담을 앞으로도 자주 들으면 참 좋겠다. 그러나 모든 것이 '말'이다. 이러저러한 말들에 대해 누군가가 "당신의 말이 정말인지 어떻게 알 수 있죠?"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응답할 수 있을까? 결국, '문서'가 모든 것을 말한다. 이름 없이 좋은 뜻을 펼치는 것이 의미 없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업무는 문서가 뒷받침될 때 그 성과를 객관적으로 표현하고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둘째, 최종 증거 자료이다. 일과 사람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에 있어서 결국 최종 판단은 증거에 달려 있다. 당연히 문서가 그 역할을 한다. 인사와 관련한 문제나 인권과 관련한 문제는 더욱 그러하다. 한 사람의 직원이 입사해서 무슨 일과 직책을 맡고 어떻게 퇴사를 하게 되는지를 명확하게 기록하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중요한 일임을 깨닫는다. 휴가를 비롯해 여러 복무상황을 확인하고 기록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포상을 하고 징계를 내리는 과정과 그 결과를 기록에 남기는 것도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평상시에는 기록을 남기는 것의 효용 가치를 모르고 지나가지만, 법적인 문제나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사소한 기록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어떤 경우는 기록을 누락하거나 남기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될 수도 있다. 지난 몇 년간 손에 꼽을 정도이기는 하지만, 인사와 인권에 관련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처리 과정에서 깨닫게 되는 것은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지 않거나 두루뭉술하게 기록한 문서가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것과 절차적 정당성을 유지하지 못할 때 분란이 증폭한다는 것이다. 예민한 사안일수록 더욱 명확하게 기록해야 한다. 분쟁 가능성이 있는 것일수록 사실관계를 철저히 파악하고 절차적 하자가 없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논의 절차와 각종 서류관리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보완할 필요도 있다. 결국, 기록 문서가 모든 것을 말한다.

셋째, 직원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드러내는 통로이다. 우리는 직원 채용 과정에서 언제나 문서작성 능력을 확인한다. 채용한 후에도 신입직원 교육을 통해 각종 문서 작성법과 절차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매년 각종 절차교육을 통해 직원의 문서기록 능력을 보강하고 있다. 어쩔 수 없다. 직원의 전문성을 확인할 종착지는 결국 문서작성과 문서관리 능력에 있기 때문이다. 공유하는 문서를 정확히 이해하고 일정한 절차와 양식에 따라 문서를 작성하며, 추진하는 일과 자신의 관점을 단순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을 때, 그리고 여기에 실행력과 협업 능력이 갖춰지면, 우리는 그를 역량이 뛰어난 사람으로 평가한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그를 통해 센터 역량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서는 행정 수단을 넘어서서 직원의 창의성을 드러내는 통로이기도 하다. 수시로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지역 환경이 변화하고 정책이 달라지고 지역주민의 필요 욕구도 변화한다. 이런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직원의 창의성과 창조적 실행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이 효과적으로 발현되지 않을 때, 현실에 맞지 않는 이전 방식을 무미건조하게 적용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 우리 센터는 직원의 창의성과 자발성을 끌어내는 통로로 제안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실현 가능하고 효과적인 사업으로 구체화하여 계획서를 제출하면 일정한 심사 절차를 통해 보완한 후, 이를 실행하게 된다. 관건은 사업계획서를 어떻게 작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글로 표현하지 않거나, 현실과 접목할 수 없거나, 여러 심사위원을 설득할 수 없다면, 그저 생각에서 끝날 뿐이다. 결국, 문서로 자기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의 수준에 따라, 개별 직원뿐 아니라 조직 전체가 가진 전문적 역량 수준을 판가름하게 된다.

길준수 사무국장 / 구립월계노인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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