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 정치에 대해 논할 수 있어야

그리스도인, 정치에 대해 논할 수 있어야

[ Y칼럼 ] 사랑의 실천으로 정치를 이야기해 보자

신지수 청년
2024년 05월 08일(수) 02:51
교회는 정치에 대해 말하기 어려운 공간이다. 시사를 논하는 것이 암묵적으로 금지된 듯하다. '말하면 싸움밖에 더 나겠나'라는 회의적인 반응의 기저엔 보수와 진보로 지나치게 극단화된 한국 정치의 구조가 들여다 보일 정도다. 필자 또한 소위 '진영 논리'라 일컬어지는 틀에 갇혀 정치를 논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리스도인은 정치에 대해 말하고 논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믿는 예수는 '정치'를 제외하고 논할 수 없는 인물이다. 태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예수의 전 생애가 정치와 연관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수는 로마 제국의 지배 하에서 다양한 정치적 세력이 각축하던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태어났다. 그 와중에도 예수는 병든 자를 고치고, 약한 자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사역을 전개해 나갔다. 이 사역은 예수에 대한 유대 종교 세력들의 반발을 가져왔고, 결국 예수는 정치적인 모함으로 십자가형에 처해 희생됐다.

그 혼란스러운 시기 속에서 예수는 하나님과 이웃 사랑을 실천했다. 이 삶은 종교적인 것을 넘어 대단히 정치적이며 사회적인 함의를 지닌다. 예수가 정치인이었다거나, 공직을 수행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예수는 나라가 혼란에 빠졌을 때 정치가 해야 할 일과 나아가야 할 바를 삶으로,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정치적인 이유로 예수가 온갖 핍박을 당하면서도 약한 자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하나님 사랑을 전한 것이 '예수가 행한 정치'인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를 믿는 우리는 어떻게 정치를 논해야 할까. 예수의 삶에 그 해답이 있다. 우리 곁에 고난 당하는 힘든 이웃을 보자. 그들의 슬픔을 치유하기 위해 정치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함께 이야기해 보자. 서툴러도 괜찮다. 신문을 보고 나와 이웃의 삶이 더 나아지려면 어떤 정책이 더 필요한지 제언도 해보자. 그것이 지지하는 정당과 이념의 한계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정치의 목적을 진영 논리가 아닌 '사랑의 실천'으로 바꾸어 보자. 이를 기준으로 정치를 이야기하면 싸워야 할 일도, 싸울 일도 없다. 힘든 이웃을 돕는 것엔 진보와 보수가 없지 않은가.

좋아하는 성경 구절이 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보시기에 깨끗하고 흠이 없는 경건은, 고난을 겪고 있는 고아들과 과부들을 돌보아주며, 자기를 지켜서 세속에 물들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야고보서 1장 27절 말씀(새번역)이다. 이 말씀이 예수의 삶을 명확하게 나타낸 구절이라 생각한다. 예수를 믿는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 고아와 과부를 돕기 위해, 세속에 물들지 않기 위해 교인들과 소통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 그것이 그리스도인이 논해야 할 정치가 아닐까.

신지수 청년 / 예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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