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로 거듭나기와 배움의 선교

선교사로 거듭나기와 배움의 선교

[ 땅끝편지 ] 체코 이종실 선교사3

이종실 선교사
2021년 01월 21일(목) 09:53
15세기에 개신교의 이종성만찬을 제일 먼저 시작한 '벽속의 마르틴 교회'에서, 2015년 대강절에 2016년 순교 600주년을 맞는 체코 종교개혁자 얀 후스를 기념하는 예배를 드리고 있다.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선교였기에 먼저 체코 사회와 교회 속으로 들어가 현지인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생면부지의 낯선 땅에서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잘 아는 사람에게 묻는 손쉬운 길을 택하기보다 힘들고 어렵지만 직접 정보를 찾아다니며 체코 사회 및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넓혀가는 기회를 의식적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모든 정보를 인터넷으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전화선을 이용하는 인터넷을 처음 도입한 것이 1992년 프라하공대였으며, 인터넷이 일반화된 것은 필자가 체코에 입국한 1993년을 훨씬 지나서였다.

1989년 벨벳혁명(Velvet Revolution)으로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유 민주주의 체제로 바뀌었다고, 사람들의 삶과 사고방식, 문화와 경제 및 사회구조가 동시에 자동적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었다. 삶의 방식이 너무나 달랐다. 지금은 기업형 대형마트와 베트남인들의 식품점에 밀려 사라졌지만, 당시엔 동네 가게들이 주민들의 필요를 파악해 오전과 오후, 정해진 시간에만 팔았다. 식품을 구하려면 종류와 필요한 양을 미리 주문해야 했다. 이러한 삶의 구조를 터득하기까지 영문도 모르고 수많은 문전박대와 모멸감을 겪는 것이 일종의 통과의례였다. 이처럼 나의 삶은 체코의 자유 민주주의 체제 출범 이후로도 한동안 공존했던 권위주의적인 사회주의 방식과 문화 및 경제 구조에 적응하면서, 체코 사회의 급격한 변혁에 발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격변의 시기의 사회 현상과 변화는 오히려 내가 이곳 사람들을 더 깊고 빠르게 이해하는 길로 이끌어주었다.

동시에 체코 지역 교회 탐방을 시작했다. 체코교회 총회로부터 얻은 지역 교회들의 자료를 중심으로 방문할 교회의 우선순위를 정한 뒤, 도서관에서 목회자들의 학위 논문들을 찾아서 그들의 신학과 목회관을 파악하고, 다른 자료들을 통해 목회적 실천과정 및 교회와 지역 사회의 역사와 상황 등을 덧붙여 현장에서 모인 정보들과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았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다양한 연구와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현지 교회라는 창을 통해 현지 사회를 알아가기 위해 선교사는 현지 교회를 공부하게 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교회론적인 이유가 또 있었다. 19세기 '위대한 선교 시대'는 기독교 국가의 선교사들이 주도해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설교하는 시기였다면, 20세기 후반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 복음이 향하는 육 대륙 선교 시대'는 선교사가 개종자들에 의해 세워진 현지 토착교회를 배우면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교회는 어린 교회 (Younger Church) - 어른 교회(Older Church), 어머니 교회(Mother Church) - 딸 교회 (Daughter Church)로 구분되지 않는다. 이 세상 어디에도 연약하고 취약하지 않은 교회는 없다. 한스 큉은 "교회 역사는 인간의 역사, 죄의 역사"라고 했다. 모든 교회는 '거룩한 교회'일 뿐이다. 선교학자 구더에 따르면 세계 교회들이 선교적 교회로 복음 증언을 수행하기 위해 서로 배우고 교제하며 자신의 교리와 문화에 갇힌 복음을 재발견하며 끊임없이 '교회의 재복음화'가 전제돼야 한다. 이것은 선교사의 입장에서, 한국교회 안에서 신앙과 사명이 형성됐고, 서구 선교사들의 관점에서 기록된 선교 정보와 경험을 토대로 연구되고 씌어진 선교학에 의해 영향을 받은 선교 의식과 선교 관점을 선교지의 현지 교회와 사회의 관점에서 새롭게 이해함으로써 선교사로서 거듭나는 과정이다. 이러한 배움과 거듭남을 통해 선교사는 '자신의 관심'이 아닌 '성령의 일'을 깨달아 알아가기 시작한다.

이종실 목사 / 총회 파송 체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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