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언약도와 지붕 없는 감옥

국가언약도와 지붕 없는 감옥

[ 창간75주년기획 ] '역사에게 내일의 길을 묻다' : 스코틀랜드교회 장로교인들을 '언약도'라 부르는 이유

김보현 목사
2021년 07월 13일(화) 08:08
그레이 프라이어리교회 전경, 세인트 자일스교회에서 촉발된 장로교인들의 저항이 이곳에서 언약도 운동으로 출발하게 됐고, 훗날 언약도들은 교회가 바라보이는 지붕없는 감옥에 갇혔다가 형장으로 끌려가야 했다.
언약도들이 갇혔던 지붕 없는 감옥. 장로교회의 뿌리를 찾는 이들에게 굴종도 타협도 죽음으로 거부했던 언약도들의 지조를 변함없이 증언하는 현장이 되고 있다.
해딩턴과 에든버러, 그리고 세인트 앤드류스에로 이어진 여정을 통해 더듬어 본 개혁자의 자취와 함께 반드시 둘러봐야 할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의 현장이 있다. 한 곳은 이미 방문한 세인트 자일스교회이고, 다른 하나는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그레이프라이어리 커크(Kirk).

세인트 자일스 교회 내 존 녹스 동상 맞은편에 전시된 단조로운 모양의 삼발이 의자는 개혁신앙 보수의 불씨와도 같다. 왕권신수설, 종교통일령 등으로 끊임없이 스코틀랜드 장로교회를 과거로 복귀시키려 획책하던 영국 국교회와 왕권은 마침내 1637년 개정된 기도서를 들고 와 이들에게 미사를 강요한다. 이 때 여신도 제네스 게대스는 분연히 일어서 의자를 던지며 저항했고 인근 그레이프라이어 교회에서 모여 이스라엘 백성과 같이 하나님과 언약을 맺기에 이른다. 스코틀랜드교회 장로교인들을 특별히 '언약도'(Covenanter)라 칭하게 된 역사적 배경이다.

잉글랜드에서 크롬웰이 이끌었던 청교도혁명의 폭풍이 지나가고 왕정이 복원되자 청교도와 언약도의 수난이 시작됐다. 1661년부터 1688년 명예혁명으로 종교 자유가 허용되기까지 패전하거나 개종 강요를 거부한 언약도들은 투옥, 추방, 처형 등 대학살(Killing time)의 고난을 겪었다. 이들은 언약도의 상징, 그레이프라이어교회에 설치된 '지붕 없는 감옥'에서 험악한 악천후를 견뎌야 했고, 지붕도 '없는' 감옥, 담장 너머 스스로 배교하라는 유혹과 싸우며 신앙의 절개를 지키다 순교를 맞이하였다.



김보현 목사 / 총회 파송 영국 선교사
"스코틀랜드가 아니면 죽음을 허락하소서"     '역사에게 내일의 길을 묻다' 7. 스코틀랜드 종교개혁 현장과 개혁주의 설교가 '존 녹스'    |  2021.07.1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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