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장 상근제'…실효 없고, 시행 어렵다?

'총회장 상근제'…실효 없고, 시행 어렵다?

106회 총회서 제정 이후 법 준수 요구 여론 없어
"총회장 배출 교회에 무거운 부담 주는 것" 비판도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3년 05월 02일(화) 08:15
총회장 상근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규칙에는 총회장 재임기간 동안 '상근'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교단 제106회 총회에서 총회 규칙 규정 제·개정안이 통과돼 총회장 공포로 시행된 이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사실상 유명무실할 뿐 아니라 현직 총회장은 물론 향후 총회장직을 수행할 이들마저 불편하게 하는 법이라는 여론이 높은 상황이다.

총회장 상근제는 총회장이 재임 기간 동안 정책을 일관되게 수행할 수 있고 총회를 보다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이유로 지난 2017년 102회 총회에서 안건으로 상정됐다. 제106회 총회 때 규칙부가 총회장 제도를 1년 상근직으로 하는 결의에 대한 후속조치 연구안을 보고했고 총회 석상에서 통과됐다. 이때 규칙부는 부총회장을 준비하는 이들을 배려해 108회기 임기부터 행하는 안을 보고했으나 당시 총회장은 "부총회장 출마 예정자들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어 5년을 연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고, 이에 대해 총대들의 동의를 얻어 106회기 임기부터 적용키로 수정 통과시킨 바 있다.

이로써 총회 규칙에는 제2장 임원 제8조(임원의 임무)에 '△총회장은 임기(1년) 동안 상근으로 봉사(무보수)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총회장 재임기간은 시무교회에서 안식년에 준하는 휴무로 하고, 제반 상근 비용은 시무교회가 부담하는 것으로 한다 △부득이한 경우 예외로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삽입됐다.

106회 총회 당시 상근직 후속조치 연구 결과를 보고했던 105회기 규칙부장 이명덕 목사(한사랑교회)는 "연구 당시에도 경제적인 문제, 수도권 목사의 경우 상근이 굳이 필요치 않다는 의견,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목회자가 많지 않을 것에 대한 예상, 사무총장과의 업무 충돌 등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지만 우리 교단에서 언젠가는 만들어야 할 제도라는 점에서 시행이 타당하다고 회의 결과 결론 지어졌다"며 "지킬 수 있는 분들은 지키고 지킬 수 없는 분은 어쩔 수 없다는 의견 속에서 '부득이한 경우 예외로 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넣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켜진 적 없는 '유명무실한 법' 지적 많아

그러나 이 법의 문제는 제정 된 후 모든 총회장이 이를 부담스러워했으며, 지켜진 적도 없다는 점이다. 일단 총회장도 한 교회의 목회자라는 점에서 1년간 교회의 행정과 설교를 내려놓는 것에 엄청난 부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총회장직을 승계하게 될 현 부총회장 김의식 목사는 총회장 상근법 제정 이후 최초로 상근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김 부총회장 역시 이것이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토로했다. 김 부총회장은 "총회장 취임 후 총회 상근을 위해 시무 교회에서 동사 목사를 뽑으려 했는데 이것이 무산됐다"며 "다른 사역을 부목사들에게 맡기고 상근을 하려 하지만 현역 목회자로서 목회에 지장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이를 지키는 것 자체가 버거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목회하는 분들은 일이 있으면 쉽게 방문이라도 할 수 있는데 지방의 목사들 같은 경우는 더 힘들 것"이라며 "이후 총회장을 감당할 분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총회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한 목회자도 총회장 상근제에 대한 불편함을 내비쳤다. A 목사는 "총회장이 된다고 해도 목회자 중에서 상근제를 감당할 수 있는 교회가 얼마나 될까"라고 반문하며 "상근제가 아니더라도 부총회장에 출마하게 됐을 때 큰 부담을 교회가 감당해야 하는데 담임목사가 1년간 목회와 행정에서 손을 떼고 비용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은 교회에 너무 많은 희생을 감당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 목사는 "기업을 운영하는 CEO들도 매일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현장을 돌아다니며 온라인과 전화로 업무를 파악하고 지시하는 시대에 총회장이 사무실이라는 공간에 매일 출근해야 한다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시대착오적인 법인만큼 개정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직전총회장 류영모 목사도 2년 전 취임 기자회견에서 "상근제는 장로교 개혁교회 정치 원리와 맞지 않아 개인적으로 반대한다. 결의될 때 자기가 안 하려고 발언을 한다고 할 것 같아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라며, "우리 교단의 총회장은 모더레이터(moderator·조정자, 중재자, 사회자)인데 모더레이터는 힘이 있으면 안된다. 화해자, 치유자, 비저너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류 총회장은 "총회장 상근제는 추후 보완해 보다가 안되면 폐지 될 것이고, 준비가 되면 실행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사무총장과의 업무 충돌 우려도

총회장 상근제는 총회 행정에서도 혼선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총회장이 상근하게 되면 총회 행정의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사무총장과 업무가 충돌될 가능성도 있어 총회장 상근제는 사실상 '옥상옥(屋上屋)'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법안 연구단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옥상옥'은 '이미 있는 것에 쓸데 없이 덧보탠 것' 혹은 '쓸데 없이 생긴 윗자리'라는 뜻의 비유적 표현이다.

또한, 헌법에는 총회장 상근제에 대해 "부득이한 경우 예외로 할 수 있다"는 조항이 덧붙여져 있고, 이 부득이한 경우에 대해 특정하고 있지 않아 사실상 지키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 법이라는 지적도 있어 앞으로도 이 규칙의 개정에 대한 요구는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표현모 기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