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역자의 선교사 지위 인정' 논의

'다문화 사역자의 선교사 지위 인정' 논의

총회 세계선교부 주최 '다문화선교정책 연석회의' 열려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3년 05월 22일(월) 08:00
대한민국 내 외국인 거주자가 233만 명이 넘는 가운데 이들을 대상으로 선교하는 사역자에게 '선교사(선교목사)'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마땅한가?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내에서는 이 이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 18일에는 헌법위원회, 규칙부, 세계선교부, 다문화선교위원회, 이주민선교협의회, 외국인근로자선교후원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총회 세계선교부(부장:김진욱) 주최로 '107회기 다문화선교정책 연석회의'가 열려 이 문제에 관한 부서간 입장을 확인하고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 선교 패러다임 변화, '속인주의'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4층 믿음홀에서 열린 이날 경건회에서 설교한 부장 김진욱 목사는 "한국교회는 선교사 자원이 자꾸 줄어들고 있다. 시니어 선교사들은 은퇴하고 신입선교사는 적은 상황"이라며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들을 가난할 때 품어주고 복음을 전해주면 자기 나라에 가서 선교적 사명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목사는 "선교단체 구조를 가진 타교단 선교부는 이미 국내에서 타문화권 선교를 하는 사역자들을 '선교사'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헌법과 규칙을 바꿀 일이 있으면 바꿔야 한다"며 "사역자들의 펀드레이징이 원활해질 수 있도록 선교사 직분을 주어 당당하게 사역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해외다문화선교처 홍경환 총무도 "현재 세계선교의 흐름도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의 선교, 이른바 '유비쿼터스 선교'를 말하고, '속지주의'가 아닌 '속인주의'를 말하고 있다"며 "교단 내 1450여 명의 전도목사 중 약 15~20%가 선교사 정체성을 가지고 해외나 국내에서 사역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선교사의 정식 지위를 총회에서 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선교사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모금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 문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이민정책 전환시 다문화사역의 변화 및 다문화 선교사 제도의 필요성' 제하의 강의를 한 도주명 목사(총회 이주민선교협의회 상임총무)는 다문화사역자로서의 입장에서 제도 변화의 필요에 대해 강조했다.

도 목사는 "다문화 사역에 뛰어들어 처음 전도목사가 된 뒤 노회에 참석하니 전도목사 자리도 없고, 후배들도 무시하더라"며 "노회에서 전도목사를 바라보는 시선, 동역자들에게 무시 받는 느낌이 참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한, "제가 지금 56세인데 사역비로 70만 원, 기름값과 점심값으로 30만 원 받는데 지금은 그 30만 원도 중단됐다"며 "사명감으로 일하면서도 아내가 벌지 않으면 이 사역을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다문화사역자들의 실태가 이렇다 보니 55세가 사실상 막내이고, 40대 사역자가 딱 한 명 있을 정도로 젊은 목회자들은 이 사역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없으면 없는 데로 살아온 사람들이라 예산지원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선교라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로 불러달라는 것"이라며 "지원은 아니더라도 명칭이라도 우리를 선교사라고 해줘야 최소한 우리가 그 자긍심이라도 가져야 사역할 수 있다. 사역 현장에 힘을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규칙 개정 위해서는 타당한 근거 있어야"

그러나 이날 연석회의에서 세계선교부 및 이주민 사역자들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법과 규칙을 담당하는 총회 규칙부 및 헌법위원회 관계자들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공감하면서도 법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분명한 근거와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헌법위원회 전문위원 이진구 목사는 "앞으로 국내 이주민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세계선교의 흐름이나 다문화 사역자 예우 차원에서나 헌법위원회도 결국 시대적 상황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법을 먼저 고치고 시행을 맞춰 가다 보면 문제점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헌법개정은 마지막 단계에서 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규칙부 2분과장 김성곤 목사도 "다문화 사역자들에게 어려움이 있는 것에는 공감하나 선교목사로 명칭을 바꿀 시 어떤 유익이 있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며 "규칙부원들이 규칙변경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규칙부 1분과 서기 김성곤 목사는 "왜 전도목사가 아니라 선교사로 불려야 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제시해야 한다"며 "명칭 변경에만 너무 집중하기 보다는 각 노회 동반성장위원회에 다문화사역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요청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 대상 선교 활성화 위한 제도"

이주민선교협의회 서기 박혜원 목사는 "외국인이 오면 일반 교인들과 똑같이 대하면 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일반 목회를 하시는 분들은 외국인들을 다루는 패러다임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단적으로 외국인들을 도우려면 노동전문가가 되어야 하는데 이는 사역자의 경험과 축적된 지식이 필요한 분야"라며 "국내 거주 외국인들은 늘어나는데 왜 교역자들은 이 사역에 들어오길 꺼려할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보길 바란다. 미래의 교회 유지를 위해 외국인에 대한 솔루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근로자선교후원회 회장 한성도 목사는 "세상은 빨리 변화되는데 규정 때문에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는 안된다"며 "다른 교단들은 긍정적인 대응을 해나가고 있는데 우리만 뒷북을 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계선교부 다문화선교위원회 위원장 이정재 목사도 "다문화 사역자들이 정부나 다른 기관을 상대하는데 호칭도 중요하다고 본다"며 "일이 되도록 진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계선교부 다문화선교위원회 담당 노태민 목사는 "현장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안정을 주면 그곳에 참여할 용의가 생긴다. 다문화선교사제도가 필요한 것은 안정적 후원 구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주민이 늘어나고 있는데 다문화 사역 현황을 실제로 조사해보니 이주민 사역을 많이 하고 있지는 않다. 다문화 사역 활성화를 위해 제도가 마련되면 젊은 사역자들이 다문화 사역을 배워나가고 참여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국내 거주 이주민 선교의 '호기'

현재 국내 거주 이주민들의 선교현장 상황도 선교에 유리하게 변화되고 있어 한국교회나 총회적으로 국내 거주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에 많은 역량을 투입해야 할 시기라는 점에서 제도적 뒷받침에 대한 요구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법무부의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숙련 인력의 도입을 위해 기존 3년간 고용허가를 주던 것에서 10년 이상 장기체류를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이는 사업체들뿐 아니라 교회에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이주노동자들이 잠시 있다가 귀국해야 했기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지도 않고 신앙을 접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10년 이상의 장기체류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교회 입장에서도 충분히 신앙을 전달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최근 다문화선교는 현지 파송 선교보다 선교사의 안전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이점이 있고, 국내 거주 이주민의 수도 늘어나고 있어 점점 더 중요한 선교의 한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다. 총회도 그 중요성에 공감해 2021년 제105회 총회 기구개편시 다문화선교 관련 업무를 국내선교부에서 세계선교부로 이관, 세계선교부를 해외·다문화선교처로 개편해 다문화선교 활성화를 준비하고 있다.

타교단의 경우 예장 합동측 총회세계선교회(GMS)는 국내에 있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선교하는 '국내 외국인선교사' 제도를 가지고 있고, 예장 고신 총회세계선교회(KPM)은 선교사를 국내외 타문화권 또는 다중문화권에서 복음을 전하는 사역자로 규정하고 있다. 합신측 세계선교회(HIS)에서도 해외에 나가지 않고 국내 외국인 사역을 국내로 파송받아 사역하는 선교사를 '국내 이주민 선교사'라고 지칭하고 있다. 이외에도 기독교대한감리회 세계선교회에서도 '국내 이주민 선교사'를,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사회선교사'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 다문화선교에 대한 선교적 관점이 변화된 시점에서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극도로 열악한 다문화 사역자들을 어떻게 도와 효율적 선교를 전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공감대는 일치하지만 그 방법과 시기에 있어 의견이 달라 이에 대한 조율은 여전히 필요해보인다. 하지만 열악한 상황 속에서 지쳐가는 사역자들의 생활을 보장하고, 다문화 선교에 젊은 목회자가 유입되지 않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 동감하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도 활발한 논의 및 대안 모색이 요구되고 있다.


표현모 기자
"국내 이주민 사역자에게 '선교사' 지위 필요" 강조    총회 세계선교부, '107회기 다문화선교정책 연석회의'    |  2023.05.2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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