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으로 바위치기

계란으로 바위치기

[ 독자투고 ]

정유당 안수집사
2023년 08월 28일(월) 15:49
올여름엔 많은 교회들이 성경학교나 여름캠프로 분주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제한됐던 여름 프로그램들이 재개됐기 때문이다.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터져 일명 '보복 소비'라는 현상이 나타났듯이 올여름엔 많은 교회들이 그동안 진행되지 못한 여름 사역을 다양하게 그리고 더 풍성하게 진행했을 것 같다. 교회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기회가 없었던 청소년들도 처음 참여하는 여름 캠프에 기대감을 갖고 많이들 참여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에서는 지난주 오후예배 때 여름사역 보고예배를 드렸다. 각 부서에서 진행한 여름사역을 영상으로 마주하며 지난 여름의 아이들의 밝은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예배 순서 중 교육부 담당 장로님이 순서를 시작하면서 하신 말씀이 마음 속에 깊이 와닿았다. "비록 우리가 하는 사역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 같을지라도 우리는 계속 바위를 칠 겁니다. 하나님만 바라보고 더욱 힘내서 계속 아이들을 섬기겠습니다." 교회 교육부서의 현실과 그리고 우리가 임해야 할 자세에 대해 한 문장으로 압축해서 말씀해 주신 것 같았다.

장로님 설명으로는 우리 교회가 속한 노회의 절반의 교회가 교육부서가 없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더 자세히 하지 않아도 이제는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이다. 출산율의 감소로 교인수 감소는 불가항력적으로 교회의 상황을 더욱 어려운 방향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교회 밖 세상에는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다양한 문화들이 산재해 있다. 아무리 교회에서 아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려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해도 아이들 눈에는 그저 유치(?)해 보이기만 하다. 교회 내부적으로도 어려움이 있다. 교회 안에서 가장 기피하는 부서가 교육부서이다. 각 부서의 교역자분들이나 담당 부서장들이 부족한 교사를 충당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녀 보지만, 교사는 늘 부족하다. 교회 교육부서의 현실이 그렇다.

그런데 아이들을 바라보면 웃음이 난다. 그리고 눈물도 난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과 그들이 내뱉는 순수하지만 거친 말들, 그렇게 그들과 부둥켜안고 이야기도 나누고 하다 보면 어디에서도 느끼기 힘든 미묘한 감정이 든다. 내 아이도 아닌데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이들의 표정과 행동을 볼 때마다 교사라는 맡겨주신 본분에 저절로 감사하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매일 밤늦게까지 학원을 다니며 무한 경쟁 사회의 초입에 서있는 아이들, 자신의 삶의 방향을 정하지 못해 방황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난다. 교회에서 가르치는 가르침이 그들의 마음속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손에 들고 있는 건 마블 시리즈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가진 상대방을 쉽게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아닌 '계란'이다. 상대방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도구가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쉬지 말아야 한다. 멈추지 말아야 한다. 골리앗 앞에 선 다윗도, 450명의 바알 선지자들과 대결했던 엘리야 선지자도,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예수님을 허망하게 바라보던 제자들도, 모두가 단단한 바위 앞에 선 계란과 같은 존재들 있었을 것이다.

모두가 위기라고 말한다. 정치도 사회도 교회도. 하지만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하나님이 우리를 지켜주시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하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더라도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고 열심을 내자. 그러면 하나님의 시간에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으로 우리를, 우리의 아이들을 만들어 가실 것이다. 전국 모든 교회의 선생님들 힘내시길 기도한다.



정유당 안수집사/잠실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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