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나누는 것

사랑은 나누는 것

[ 독자투고 ]

함창기 목사
2023년 09월 04일(월) 14:35
필자가 목회 초년에 하기휴가를 얻어 가족들과 함께 강원도 설악산 인근으로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워낙 성수기인 때라 묵을 숙소를 구하기가 힘들었다. 또한 워낙 요금도 비싸 방을 구하는데 주저하기까지 했다. 그러던 중 마침 설악산 주변에 선교사와 목회자를 위한 숙박시설이 있다고 해서 그곳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곳마저도 한 가정이 며칠 숙박하기에는 너무 비용이 비싸 결국 도로 교회로 돌아오고 말았다.

숙박비용이 비싸서 일수도 있겠지만 그 시절 필자의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서 일수도 있다. 그래서 그때 마음속에 든 생각이 주의 종들, 특히 개척교회 목회자나, 미자립교회의 목회자들을 위한 무료 수양관을 지어서 휴가 때 만이라도 잘 섬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필자는 그 생각을 구체화했다. 수십 차례 속초와 양양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저렴하면서도 알맞은 장소를 찾던 중 현재의 부지를 찾게 되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가진 재산 전부와 심지어 아이들 돌 반지까지 팔아서 매입한 후 직접 수양관을 짓게 되었다. 건축에 약간의 경험이 있는 터라 보잘것없지만 비바람 피할 수 있는 원룸 네 칸을 차근차근 지었다.

하지만 2005년 양양 산불로 그렇게 지은 수양관이 소실되었고, 그 아픔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하지만 수양관을 시작했을 때의 그 마음을 다시 되새기며 기도했고, 그래서 지금의 수양관을 완성하게 됐다. 비록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건물이지만 대지 520평의 30평의 4칸짜리 원룸이기에 부족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사역은 별 홍보도 하지 않았지만 알음알음 전파되어 그간 여러 교회와 목회자들이 찾아와 이용했다. 시설이 썩 훌륭하지는 않다. 양양 일대에는 유명한 프랜차이즈 호텔이나 리조트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그런 곳과 비교하면 굉장히 초라하다. 하지만 내가 품은 사명감으로 그리고 내 손으로 직접 시공하고 완성한 건물이라 자부심이 있다.

어쩌면 이 글이 필자가 이룬 일들에 대한 자화자찬처럼 들려질 수도 있다. 아니면 수양관에 대한 홍보 글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의 목회 철학은 섬김과 나눔이다. 내가 많이 가졌기에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눌 수 있는 것이 있기에 나누는 것뿐이다.

여러가지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한국교회는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다. 그 길만이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를 버티게 할 수 있는, 그리고 세상 사람들에게 교회가 교회답게 보일 수 있는 길일 것이다.

필자에게 많이 물으신다. 수용관 이용하는 것이 정말 무료이냐고. 맞다. 무료다. 전기료도 수도료도 받지 않는다. 유명한 설악해변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고, 설악산과 속초의 유명 관광지도 가까운 거리에 있다. 수양관은 마당이 넓어 족구도 가능하고 또한 아늑해서 이 안에 들어오면 세상과 단절된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그저 편한 마음으로 오시기만 하면 된다. 한국교회에 형편이 여의치 않은 목회자들을 위한 이런 수양관이, 이런 시설들이 더 늘어난다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함창기 목사/민락평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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