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교회', 타이틀보다 취지와 정신

'청년교회', 타이틀보다 취지와 정신

[ 청년,괜찮습니까? ] 9. 청년 독립, 괜찮습니까?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3년 09월 27일(수) 09:38
순천노회 한소망교회 젊은이사역팀.
청년교회. 교회로부터 청년들이 자립해 주체적으로 사역한다. 재정도 사역도 모두 자립해서 청년들이 젊은 생각을 마음껏 표현한다. 하지만 늘 장점만 있을 순 없는 법. 청년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기 위해 당회는 어디까지 관여해야 할까? 교회와 소통은 어떻게 하고, 청년들의 부족한 점은 어떻게 알려줘야 할까? 실제 청년들에게 자치를 허락한 교회의 목회자들은 하나 같이 말했다. '청년교회'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순천노회 한소망교회 젊은이사역팀.
# 청년교회 위해 필요한 것 : 인내 지지 전담사역자 소통

순천노회 한소망교회(이종호 목사 시무)는 청년교회의 힘을 톡톡히 경험하고 있다. 한소망교회는 청년부를 '젊은이사역팀'으로, 3부 예배인 청년예배를 '젊은이 예배'라고 부른다. 젊은이사역팀은 행정과 재정이 독립돼 있지만 당회에 보고하고 감사도 받는다. 담임목사와 담당교역자가 큰 그림을 그리면, 젊은이들이 세부적인 것을 그려가며 자체적으로 생산해내는 구조다. 특별히 위에서 아래로 하향식 지시가 내려가지 않고, 교회는 청년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한소망교회 젊은이사역팀은 코로나 기간을 거치며 3배나 성장했다. 2018년 청년부는 조직만 있고 모이지 않는 상태였지만, 현재 재적 100여 명에 매주 60여 명의 젊은이가 나온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룬 젊은이사역팀은 담임목사의 적극적인 의지가 시작이었다. 청년사역자 출신의 젊은(76년생) 이종호 목사가 2018년 11월 부임하고, 2019년 1월부터 청년 독립을 시작했다.

청년 독립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이종호 목사는 "인내하며 지켜봐주는 것"을 꼽았다. 그는 "담임목사도 당회도 교인들도 몇 년은 그냥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청년교회를 하면 부흥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건 부흥의 방법이 아니라 다음세대를 그리스도 안에서 아름답게 성장시키는 방법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정이나 행정을 독립 시킨다고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른 것들도 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중요한 점으로 그는 담임목사의 지지, 독립된 담당교역자, 소통채널 등을 언급했다. 그는 "솔직히 부목사님들에겐 힘이 없고 담임목사가 '방패막이'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제가 부임해서 청년사역의 중요성에 강조했을 때, 다행히 당회와 교회가 쉽게 받아주시고 교인들이 전폭적으로 밀어주셔서 바로 시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담당교역자에게 교구 사역을 함께 맡기면 청년부에만 집중할 수 없다"며 "사역자를 독립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년교회 운영에 있어 교회와의 소통, 접점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해 보였다. 이 목사는 교회의 일대일제자교육을 소개했다. 그는 "청년들이 장로님 권사님과 16주 동안 멘토링처럼 만날 수 있다"며 "장로님들이 청년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듣고 이해도가 높아져, 당회에서 청년들 이야기를 하면 장로님들이 이미 다 알고 계셨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교회라도 완전히 끊어지지 않고 소통하는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청년들도 교회 전체 일에 '나 몰라라' 하지 않고 적극 참여한다. 아직 큰 교회가 아니니까 부딪혀 가며 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unsplash
# 청년교회의 진정한 의미는 '새로운 교회'

익명을 요청한 A목사는 20년 가까이 청년부 사역을 담당해왔다. 현재 수도권의 B교회에서 청년부를 섬기고 있다. B교회는 청년들에게 재정과 사역에 대한 독립권을 주고 있다. 매주 100여 명의 청년이 출석하고 한 해 7000여 만원의 헌금이 모인다. B교회 청년부가 교회 예산을 사용하지 않고 자립한지 5년이 넘었다.

청년부 자립에 대해 A목사는 "단순히 재정 자립 자체에 의미가 있지 않다"며 청년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교회'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재정 자립, 사역 독립, 청년교회 등 이름을 붙이는 것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다"며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섣불리 타이틀을 달았다가는 진정한 의미로 나아가지 못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그는 "현재 교회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비기독교인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교회 안에 있는 기독교인도 설득시키지 못해 교세가 감소하는 상황"이라며, "청년사역 자립이 의미를 가지려면 현재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와 기존 질서에 대해 고민해본다는 점에서 독립과 자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이 자립한다고 해도 기존 교회를 답습해 버리면 의미가 없다"며 "기존 교회의 문법을 답습하지 않는 새로운 교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핵심 리더들이 이러한 뜻을 이해하고, 기성세대의 신앙생활 중 본질에 맞지 않는 것이나, 교회의 한계를 느끼거나, 자신의 신앙에 대한 부족함을 느끼고 갈등하는 청년들이 스스로 길을 찾는 것"이라며, "그렇게 청년들과 호흡을 맞추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교회에 대한 꿈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관점에서 새로운 시스템과 믿음과 신앙에 의한 교회를 지향하지 않으면, 청년교회에 대한 모든 논의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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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교회에서 청년부로, 균형 잡아가는 과정

서울강북노회 정릉교회(박은호 목사 시무)는 10년 이상 청년교회의 이름으로 예산의 독립을 허락했다. 그러나 코로나 기간을 거치며 2년 전 다시 '청년부'로 바뀌었다. "어느 제도나 완벽한 제도는 없다"고 한 박은호 목사는 청년교회를 시작한 정신을 설명하며 "현재는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이라 표현했다.

청년교회에 대해 박은호 목사는 "청년들이 대안적인 교회의 모델이 되고, 전체 공동체 위아래를 아우르는 새로운 엔진 역할을 해주기 기대했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기존 사람이 나가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며 그 정신이 전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 안에서도 마치 어른들과 같은 권위적인 하나의 시스템과 조직, 자신들만의 체계가 형성됐다"며 "젊다고 새로운 것이 아니라 사람은 늘 새로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교회 자체 독립 예산이 1억 6000만 원까지 됐는데 씀씀이가 헤퍼지기도 했다"며 "청년들은 부단히 자신을 부인하고 훈련하고 아직 교회가 무엇인지 계속 공부해야 할 때인데, '왜 당회가 간섭하느냐, 목사님이 왜 간섭하느냐'라는 식으로 나오기도 했다"고 소통의 차원에서 아쉬워했다.

박 목사는 "교회가 '청년교회'로 가는 것도 좋다. 그 자체를 반대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는 "청년부나 청년교회의 독립의 의미는, 날마다 당회가 시키는 대로 어른들이 이래라저래라 하라는 대로 하는 청년들이 아니라, 스스로 하나님 앞에 단독자로 서서, 청년세대가 이 시대 교회에 새로운 예수 그리스도의 표상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정신이 사라지고 '우리 마음대로 하는 것이 청년교회'라는 식으로 가면, 어디에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릉교회의 이러한 변화에 대해 그는 "교회 공동체의 유기체적인 정신을 바르게 잡아가는 과정, 저울추가 왔다갔다 하듯 변화의 물결"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한국교회 내에서도 작은교회는 덜하겠지만, 어느 정도 청년부 활동이 보장되는 교회에선 이 같은 갈등이 있을 것"이라며 "청년들의 주도권이 너무 커져 교회가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어른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청년들이 짓눌릴 수도 있다"며, "정릉교회는 그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고뇌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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