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A 총회를 다녀와서

CCA 총회를 다녀와서

[ 독자투고 ]

이창기 전도사
2023년 10월 15일(일) 21:33
인도 케랄라주 코타얌에서 열린 아시아기독교협의회(Christian Conference of Asia) 제15차 총회는 그야말로 다양성이 공존하는 현장이었다. 인도,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대만, 대한민국, 뉴질랜드, 호주, 사모아 등 아시아 각 지역에서 저마다의 배경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이 한 곳에 모였다. 회원 교단들도 장로교, 감리교, 정교회, 침례교, 루터교, 성공회, 성도마교회 등 다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자매형제라는 믿음으로 연대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달려왔다.

나는 총회 전에 열린 청년사전대회도 참석했다. 아시아 각 지역에서 온 청년들과 함께 예배도 드리고 다양한 주제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 다양성의 조화와 일치는 예배에서부터 실천됐다. 주의 기도는 매번 각자의 모국어로 드려졌고, 아시아 각 지역의 음악가들이 작사작곡한 찬양을 본래의 언어로 불렀다. 말씀 역시 다양한 언어로 봉독됐으며, 예전도 떼제를 비롯해 정교회의 예전 등 CCA 회원 교단들의 특색을 살리는 형태로 구성되었다.

이번 총회 주제가 '하나님, 우리를 당신의 영 안에서 새롭게 하시고 창조세계를 회복하소서(God, Renew Us in your Spirit, and Restore the Creation)'였던 만큼 교회의 선교적 차원에서 기후위기 극복과 창조세계 회복을 위한 주제 강연이 열렸고, 참가자들의 대화가 오고 갔다. 동시에 경제 정의, 인공지능과 과학기술, 선주민들의 문화 존중, 성정의, 종교 간 대화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토의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아시아 청년들에게 한국전쟁의 연장선상에서 한반도가 겪고 있는 아픔을 나누었다. 많은 청년들이 한국을 한류열풍을 일으킨 화려한 나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분단의 아픔을 처음 알게 됐다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마음을 모았다. 하지만 사전대회 프로그램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청년사전대회 마지막 날 다함께 성명서를 작성한 것이었다. 성명서의 주요 내용은 교회가 청년들을 미래세대나 가르침을 받아야 할 세대로 대상화하지 않고 지금 여기에 함께하는 동역자로 인정하고 교회 운영과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서 청년들의 참여를 더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전대회가 끝난 날 오후에 곧바로 총회가 시작됐다. 이전까지 내가 알고 있었던 한국교회 교단 총회는 주로 50~60대 남성 목사들이나 장로들이 총대로 참여했다. 올해 명성교회에서 개최된 예장통합 제108회 총회에는 역대 가장 높은 수의 여성 총대들이 참석했다고 알려졌다. 1500명의 총대 중에 42명이 여성이었고 약 2.7% 비율이었다. CCA 총회에는 146명 중 여성이 51명으로 34.9%, 청년이 34명 23.3%이었다. 엄밀히 말해서 CCA 총회 역시 여성과 청년의 참여율이 높다고 할만한 수치는 아니다. 총회 중에 여성과 청년의 참여율을 현상태로 유지하려는 한계도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회의원 100명 중 2명만을 입석시킨 정당과 100명 중 20~30명을 입석시킨 정당의 사이에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이번 CCA 총회에서 청년들이 사전대회에서 작성한 성명서가 발표되지 않았을 때 그 20-30명이 연대하는 힘을 다시 한 번 경험할 수 있었다.

인도에서 값진 시간을 보내고 일상으로 복귀한 지금, 내가 CCA 총회에서 보고 배운 것을 어떻게 내 삶의 현장에서 이어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이주민들의 증가로 인해 점점 더 다양성이 가시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교회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누군가 내게 인종, 문화, 정체성, 언어 등의 다양성이 한국교회에서 공존할 수 있을지 묻는다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여전히 한국교회에서 청년과 여성은 주변화되어 있고 아시아는 선교의 대상으로 여겨질 뿐 교회의 동역자로 존중되지 않고 있다는 생생한 증언들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다양성은 곧 하나님께서 지으신 창조세계의 특징이요, 우리가 구원자로 고백하는 예수는 막힌 담을 허무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원은 타자를 향해 나의 생명을 내어주었던 사건인 만큼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타자를 향한 열린 마음과 환대가 요청된다는 것을. 그런 의미에서 다양성은 우리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붕괴하는 혼돈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모두와 이 세상을 풍성함으로 이끄는 선물이라는 것을 말이다. CCA 총회에 참가하며 맛보았던 다양성이 주는 풍성함이 우리 한국교회에서도 경험되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이창기 전도사 / 그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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