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사립학교법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 3월특집 ] 기독교교육을 회복하라 ①현재의 사학법,무엇이 문제인가?

박상진 교수
2024년 03월 01일(금) 08:00
오늘날 한국교회의 가장 큰 위기는 다음세대의 위기라는 것에는 거의 모든 목회자들이 동의할 것이다. 요즘에는 '위기'라는 말 대신 '소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마치 우리나라의 지방이 인구소멸 지역이 되어가듯이 한국교회의 다음세대가 점점 사라져가는 소멸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최근에 교회학교들을 방문해 보면 '통합부서'들이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통합'이라는 말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한 부서가 '소멸'한 셈이다. 이러한 다음세대의 위기와 소멸의 원인은 무엇인가? 학령인구 감소보다도 더 급감하고 있는 다음세대의 위기와 소멸의 원인은 교회, 가정, 학교의 분리에 있다. 다음세대를 신앙의 사람으로 세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 있는' 기독교교육이다. 교회와 가정, 그리고 학교까지 일관성 있는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교육할 때 신앙의 계승이 이루어지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양육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교회와 가정이 분리되었을 뿐 아니라 교회와 학교가 분리되었다. 최근에 교회와 가정의 연계에 대한 강조는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교회와 학교의 분리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교회와 학교의 분리는 교회에서 배우는 가치관과 학교에서 배우는 가치관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학교를 다닐수록 점점 그 간격이 넓어지고 그 간격에 의심이 쌓이면서 결국은 교회를 떠나게 되는 현상이다. 소위 168분의 1, 일주일 중 주일 아침의 한 시간으로는 학교를 지배하는 가치관을 극복할 수가 없다. 사실 한국 교육을 온통 지배하고 있는 가치관은 종교를 배제한 세속주의, 물질주의 가치관, 욕망이 지배하는 출세위주 가치관, 각자의 은사와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획일적인 입시위주 가치관이다. 어떤 점에서 한국교회는 자녀교육을 세속에 빼앗겼다. 자녀를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세속적 가치관으로 팽배한 학교와 학원에 내맡긴 채 자녀들은 신앙적 가치관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롬12:2는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라고 선포하지만, 한국교회의 자녀들은 하나님의 교육이 아니라 이 세대의 교육에 매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분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1926년 개벽지에 실린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외침이 오늘날 자녀교육을 빼앗긴 한국교회를 향한 탄식으로 들리는 것은 나만의 느낌인가?

교회와 학교를 연결하는 일관성 있는 기독교교육이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 기독교학교이다. 사실 기독교학교는 다녀도 되고 안 다녀도 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 가정의 자녀라면 당연히 다녀야 하는 필수적인 학교이다. 2007년 제주도 신성여고에서 선포된 가톨릭 학교교육헌장에서는 로마 교황청의 지침에 따라 "가톨릭 가정의 자녀는 가톨릭학교를 다닌다"고 천명하고 있다. 물론 기독교 가정의 자녀가 공립학교나 일반 사립학교를 다닐 수 있다. 그러나 기독교 가정의 자녀는 학교교육에 있어서도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교육받아야 할 권리와 책임이 있기에 기독교학교를 다니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다른 사정으로 일반 학교를 다니더라도 부모와 교회는 그들이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바로 세워지도록 도와야할 책무가 있다. 이런 점에서 다음세대가 신앙을 계승하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양육되기 위해서는 기독교학교가 건재하여 기독교적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나라 기독교학교의 모습은 어떠한가? 기독교학교가 공교육 안에서 기독교사립학교로 존재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사립학교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제한되고 마치 국, 공립학교처럼 국가나 지방정부가 사립학교를 규제함으로 본래의 정체성인 기독교교육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한다면 다양한 건학이념을 지닌 사립학교가 존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우리나라는 과연 진정한 의미의 사립학교가 존재할 수 있는 나라인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 '사립학교법'은 제1조에서 천명하고 있듯이 "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높임으로써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여야 하는데, 거의 모든 사립학교법은 기독교사립학교를 포함한 사립학교를 통제하고 규제하여 거의 국·공립학교화 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기독교사립학교가 본래의 건학이념인 기독교교육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의 자율성이 요청된다. △학생선발의 자율성 △교육과정의 자율성 △등록금 책정의 자율성 △법인구성의 자율성 △교원임용의 자율성 등이다. 그런데 1974년 고교평준화 이후 이러한 자율성이 심각하게 제한되거나 상실되었다. 부모나 학생이 기독교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 및 기독교학교가 기독교적 건학이념에 찬동하는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 자율성이 사라졌으며, 기독교적 건학이념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독교적 교육과정을 사용해야 하는데 획일적인 국가교육과정을 따라야 한다. 또한 등록금 책정의 자율성을 통제하여 국가 보조금에 의존하게 하고, 개방이사 제도를 비롯해 법인 구성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기독교적 건학이념에 동의하는 기독교사를 임용할 수 있는 교원임용마저 교육감에게 강제위탁하도록 함으로 기독교사립학교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하고 있다.

지난 2021년 8월 31일에 개정된 사립학교법이 바로 교원임용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는데 기독교사립학교의 현장은 벌써 비기독교인, 타종교인, 기독교적 건학이념에 동의하지 않는 교사들이 임용되어 심각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 개정 사립학교법에 저항하여 정교사 대신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는 학교들은 그 비율이 너무 높아 정상적인 학교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독교사립학교가 가장 많이 속해 있는 우리 교단으로서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총회장 직속의 특별위원회로 '사학법재개정대책위원회'를 두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으며, 지난 2021년 5월에 출범한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기독교사학과 한국교회가 연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최선의 대응을 하고 있다. 기독교학교는 사실 기독교사에게 달려 있다. 기독교사를 임용할 수 없다면 더 이상 기독교학교일 수 없다. 한국교회, 그리고 모든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우리나라의 기독교사립학교가 본래의 정체성을 회복하여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하며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한국교회의 다음세대 위기와 소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독교교육이 회복되어야 하고, 그 한복판에 기독교학교의 회복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상진 교수/장신대 명예교수·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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